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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점

페이지 정보

조회 : 461회 작성일 : 22-11-15 15:32

본문

어제 아침 8시경 112에서 한 분을 모시고 왔다.
112에서 모시고 오는 분들은 대부분 상태가 안 좋다.
어제 오신 분 역시 알코올에 장애까지 있어서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수급자인데 고시원에서 쫓겨났는지 거리에서 노숙을 하다 오게 되었다.
이런 경우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버린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데다가 거동도 불편하다보니 바지에 소변을 지려 냄새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목욕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도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입고 온 옷들은 비닐봉지에 넣어서 별도로 보관을 했다.
자칫 버렸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속옷부터 다 갈아 입힌 후 기저귀를 채우고 격리실에서 쉬도록 했다. 
잠시 후 CCTV를 보니 격리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런 곳에 처음 왔는지 개념이 없었다.
라이터를 빼앗고 잠을 자도록 했는데 금방 곯아 떨어졌다.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 식사도 하지 않고 계속 잠을 잤다.
그러더니 밤 8시가 넘어 일어나서 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매트리스와 이불 그리고 갈아 입은 옷들은 소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술을 마시고 갈증이 나니 계속 물을 들이켜서 그렇다.
화장실을 알려 주었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오늘 요양병원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더니 가지 않겠다고 한다.
미아리에 집이 있다며 차비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 옷을 달라고 했다. 소변으로 범벅된 옷을 말이다.

담아 두었던 비닐 봉지를 주니 그 안에서 옷을 꺼내서 주섬주섬 입었다.
더 이상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정상인으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축축한 옷을 걸쳐입고 나가서 돌아다니다보면 또 다 마르니 잠시만 불편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1년 6개월 동안 동두천에 있는 요양병원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쉼터를 떠난 후 청소를 하는데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술을 마시는 것도 자유고, 노숙을 하는 것도 자유고, 바지에 소변을 지리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 같은 시설은 격리시설도 아니고 폐쇄시설도 아니다.
누구든 어려울 때 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려면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혼자 살던 식으로 이곳에서 생활할 수는 없다.

요즘 입소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수급자이다.
지난 주 새가족 환영회에 참석한 여덟분 중에 여섯 분이 수급자였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저런 이유로 수급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만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분들에겐 돈보다 정상적인 생활이 더 중요하다.
공동체 생활이 불편해도 잘못된 삶을 고치는데는 공동체만큼 좋은 곳도 없다.
새로 입소하신 분들에게 우리 쉼터가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