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1월~06월 쉼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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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266회 작성일 : 21-05-27 13:10본문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2016/01/07
김형X씨(47세)가 술에 취한 채로 주일 저녁에 쉼터를 찾아왔다. 다음 날 입소상담을 해야 하는데 아침에 나가버렸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술에 취한채 비틀 거리며 다시 찾아왔다. 그리곤 배가 고프다,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상담사가 빵을 챙겨드리고, 식사 시간이 아니지만 밥도 챙겨드렸다. 술 취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분도 마음과는 달리 몸에서 식사를 받지 않았다.
상담 기록을 보니 알코올 때문에 쉼터와 병원을 자주 이용하였었다. 우리에게도 몸이 안 좋다며 요양병원에 보내 달라고 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하루 밤 자고 다음 날 가기로 약속했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 가기 위해 불렀더니 그 사이 또 술을 먹었다. 더 지체할 수가 없어서 곧바로 준비해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주까지 가는 버스를 태워드렸다. 진주터미널에서 내리면 병원차가 와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보내드렸는데 터미널에 도착하기 전에 내려버린 모양이다. 그토록 당부했건만 가는 동안 생각이 바뀐 것이다. 병원에선 그 분을 찾기 위해 고생했고 저녁 때가 되서 겨우 찾았는데 입원하기 싫다며 나가 버렸다고 한다.
얼마나 기가 막힌지...우리는 우리대로 고생하고, 병원 쪽에선 그쪽대로 고생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기관에 피해를 주다보니 본인을 받아 줄 만한 곳도 별로 없다. 술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 알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인생을 포기한 사람에게 세상은 냉혹하다. 나의 욕구에 따라 마음대로 살아가다간 내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을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아직 나를 돕는 도움의 손길이 있을 때 그 기회를 잘 살려야 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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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전야 행사 2016/01/20
2015년 성탄전야 행사가 있었습니다. 각 기관이 1~2개씩 준비해서 발표하였는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기관들이 미약해서 준비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다들 열심을 다해 준비해 주셨네요. 이번에는 기관별로 처음 시도되는 것들이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성탄전야가 되었습니다. 여전도에서는 블랙라이트를 준비했고, 남전도회에서는 무언극을, 학생부에서는 뮤지컬을, 주일학교에서는 성극과 컵난타를, 청년부에서는 핸드벨을 준비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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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 2016/01/20
겨울 한파가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계단에 있던 정수기 2대가 얼어붙었다. 쉼터는 24시간 보일러를 가동하느라 나무 소모량이 만만치 않다. 이 추위에도 나무를 해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일주일에 3번 나가던 야간 아웃리치를 연속해서 나가고 있고, 구청이나 경찰서에서는 거리 노숙인들을 쉼터로 데리고 오고 있다. 물론 오래 노숙하던 분들은 하룻 밤 자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설 이용을 적극 권하고 있다. 추위가 빨리 지나가고, 큰 사건 사고가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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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행사 2016/02/17
올해도 구정 명절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행사로 함께 했습니다.
첫째날에는 영화관람을, 둘째날에는 구역별 윷놀이대회를, 셋째날에는 장기와 바둑대회를 열었습니다.
고향과 가족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쉼터는 고향이요, 가족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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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사랑의 빵 나누기 행사 2016/02/17
구정 명절을 앞두고 쪽방촌 사랑의 빵 나누기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쉼터 근처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모여사는 쪽방촌이 많습니다.
우리도 어려운 이웃 중의 하나이지만 서로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50여 분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준비해 간 빵과 바나나 그리고 화장품이 금방 동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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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교육 2016/02/17
2월 12일 동대문구 치매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치매예방 교육 및 검사가 있었습니다.
60세 이상이 대상자였는데 우리 쉼터에는 66명이나 되었네요.
여기 저기 노숙하며 다니느라 치매가 온 줄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술로 인해서 알코올성 치매가 오셨고,
어떤 분들은 대화상대도 없이 하루하루 살다보니 치매가 많이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달에는 두 분이 치매진단이 나와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치매지원센터에 가서 만들기도 하고, 놀이도 하고 오시네요.
쉼터에만 계시다가 이것저것을 하시니 좋으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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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손 2016/03/03
상담을 하다보니 유독 손이 거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검지손가락은 구부러져서 아예 펴지지가 않았고, 굳은 살과 상처들은 그의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고깃배도 오래 타셨고 지금은 폐지줍는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길고 두꺼운 손톱이 눈에 들어와서 깎으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니 박스를 수거해서 테이프를 뜯을 때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일해서 1~2만원을 번다고 하는데 고생한 만큼 얻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봄이 되면 쉼터 쪽에도 일자리가 많이 나오는데 좋은 자리가 나오면 소개해 주려고 합니다. 거친 손이 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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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끼치는 교회 2016/03/09
가나안교회는 매일 예배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새벽5시, 저녁7시에 예배를 드린다. 새벽은 담임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시고 저녁은 외부강사목사님께서 자비량으로 말씀을 전하신다. 우리로써는 감사할 따름이다. 수고를 아끼지 않고 내 교회처럼 설교해 주시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그런데 오시는 목사님들마다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은혜를 끼치러 왔다가 오히려 은혜 받고 간다는 말씀이다. 이곳에 왔다가면 충전이 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 힘가지고 사역에 임한다고 하신다.
우리는 오래동안 외딴 섬처럼 588한 가운데 있어왔다. 다른 교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른다. 그저 30년 전 그 모습대로 살아오고 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6시부터 예배하러 모인다. 찬양이 흘러나오면 삼삼오오 자리에 앉기 시작하고, 아는 찬양은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찬양인도자가 나와서 찬양을 인도하기 시작하고 7시가 되면 예배를 시작해서 8시에 끝난다.
이런 모습에 은혜를 받는다니 한쪽으로는 안타깝다. 마지막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모이기에 힘쓰라고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가 비어져 가고 있음을 안다. 겨우 주일에 한 번 드리는 예배, 그것도 시간 다 되서 왔다가 끝나자마자 교회를 떠나는 모습에 목회자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예배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맞는 말이다. 형식적이고 습관적이더라도 일단 모여야 한다. 은혜받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도 모여야 한다. 우리는 세상의 빛이다. 빛은 모일때 더욱 큰 빛을 발한다.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되어 교회마다 큰 빛을 비추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 교회도 그 가운데 한 빛이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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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 2016/03/09
아직도 정신과 약에 대한 오해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정신도 마찬가지다. 망상환자들은 약을 복용하는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불안하고, 잠을 못자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차분해져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약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오해로 인해 약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쉼터에서도 약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는 분들이 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먹지 않아서 약은 약대로 남고, 상태는 상태대로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생활태도가 이상하다싶어서 약을 가져와 보라면 한 뭉텅이씩 남아있다. 그래서 방사람들에게 매일 챙겨주도록 하고 있는데 먹는 척 하면서 안 먹는 경우도 있고, 화장실에 가서 뱉는 경우도 있고, 안 먹으려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약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기 자신의 문제에 대해 바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치료에 적극적이다. 이런 분들은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치료속도도 빠르다.
몸이든 정신이든 온전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각종 트러블과 싸움이 온전하지 못한 정신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런 것을 너무나 많이 목격한다. 정신과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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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2016/03/15
노숙하시던 분들을 모시는 사역을 하고 있는 우리 가나안교회에는 노숙인쉼터라는 이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 하지만, 귀여운 햄스터가 살고 있다.
담임목사님께서 목양실에서 키우시던 것들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2층 계단 앞에 내어놓아 기르고 있다. 쉼터를 이용하시는 아저씨들도 남자들만 있는 이곳의 무미건조함을 햄스터를 보며 달래기도 한다. 조막만한 것들이 이리저리 뛰놀면 참 귀엽다.
주일학교와 유초등부 아이들도 늘 보면서 신기해하고 즐거워하곤 하는 귀중한 식구가 되었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번식력이 왕성한지 마리수가 늘어나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그렇게 식구가 불어나는 와중에 나를 놀라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저 이쁘게만 볼 때는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게 된 것이다.
어느 날인가 햄스터집 옆을 지나다가 ‘찍~ 찍~.....’ 큰소리로 울부짖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 그랬다.
이 조그마한 녀석들도 서로 싸우는 것이었다. 그것도 누가 우두머리가 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녀석들은 죽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저 조그마한 녀석들마저도 저렇게 높은 자리를 향해 치열하게 목숨까지 걸고 싸우는 것이 야박한 인간사와 무어 다를까 싶어 서글프기도 하다.
세상은, 사탄은 우리에게 이기라고 말한다.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밟고, 올라서라고 유혹한다. 그래야만 니가 살 수 있다고..... 마치 어릴 적 놀러가서 하던 의자뺏기 게임처럼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것 마냥 속여 서로가 쟁탈하게 만든다. 이것이 사탄의 방법이고, 사탄의 궤계인 것이다.
예수를 만나기 전에는 이것만이 진실인 줄 알았고, 그렇게 살아 왔다. 어떡하든 내 자리, 내 생존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고 아파하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진리는 그렇지 않았다. 의자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의자가 아니어도 맨바닥이어도 괜찮았던 것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서로 용납하라고, 너보다 약한 자를 네가 담당하라고..
어느 날인가 거리를 걸어가다 지나가는 초등학생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내 허리춤에도 오지 않을 녀석이 자기보다 더 큰 가방을 양쪽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었다. 조그만 녀석이 걸어가는 그 걸음이 내 눈에는 그것이 어찌나 무거워 보이던지, 터벅터벅 허허로워 보이던지. 저 어린 나이에 벌써 자기의 짐을 지고 가는구나 싶었다.
전쟁과도 같은 생존의 경쟁.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 거리는 이 세상.
공중 권세 잡은 자에게 잠시 내어준 이 땅에서의 지금은 그렇게 다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어리던, 젊던, 늙었던.....
이제 돌아가자.
사탄이 우리를 미혹하여 치열한 경쟁에 내몰고, 서로를 죽여야만 살 것 같이 착각하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 고단하고 각박한 짐들을 지고 가는 모든 우리들이여, 이제 돌아가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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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보면서 2016/03/17
8년 전 봄날 우연히 가나안쉼터를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형편이 어려워서 입소를 했다. 입소 후, 앞 뒤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사업하면서 진 빚을 청산하려고...
10개월 쯤 지난 후 빚 청산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뭔가 허전하고 우울해졌다. 과거가 생각나면서 모든게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이혼과 가족이 흩어진 것을 자책하면서 술로 살았다. 퇴소 후 3개월 동안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 때 나를 붙잡아 준 것이 엇러프나게나마 믿었던 신앙이다.
"하나님!"
새해가 시작되면서 다시금 마음을 잡고 일을 시작해 보려 했지만 일거리가 없었다. 3일 연속 일용직에 나갔지만 퇴짜를 맞으면서 절망이 앞섰다. 당장 내야 할 방세도 없었다. 그 때 생각이 났다. '가나안쉼터'
그날따라 눈도 엄청 내렸다.
"그래 가자!"
탕자가 아버지께로 가는 심정이 이 마음일까? 하염없이 눈을 맞으며 신설동에서 쉼터로 걸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다들 반가이 맞아 주셨다.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그 때 다시 마음을 잡았다. 담임 목사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려올 만큼 밑바닥까지 내려 왔으니까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어!'
그 후 공공근로, 장애인복지관에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그리고 쉼터 사무실 보조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직원까지 되었다. 가나안쉼터는 나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이자 나의 삶이 있는 곳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가족보다 더 친한 쉼터 형제들과 함께. 이제 혼자가 아니기에 기쁘다.
- 쉼터 입소 8년이 지나가는 어느 봄날에 - 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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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기를 먹을 수 있어요 2016/03/29
유태X(66세)씨가 새벽부터 교회 앞을 청소하다 말고 활짝 웃어보였다. 자세히 보니 없던 이빨이 환하게 보였다. 이가 없어서 바나나 들어올 때가 제일 좋다던 분이었는데 이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서 좋으신 모양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119에 실려다니던 분이 쉼터에 와서 새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잘 이겨내고 있다. 입소한 지 일년이 자나면서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에도 나가게 되었고, 기초연금도 받게 되었고, 틀니도 하게 되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바라본다.
이번 틀니지원사업은 다시서기지원센터와 열린치과봉사회의 도움으로 작년 12월에 시작하였으며 총 열 세분이 신청하여 어제 유태X씨가 처음으로 틀니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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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탄원서 2016/04/21
권상*(77세)씨가 탄원서 한 장을 가지고 오셨다. 법원에 제출할 거라고 한다.
재개발과 관련해서 법원에서는 입주자들에게 건물명도에 대한 변론을 하라는 소장을 보내고 있다. 재개발 추진위는 법대로 하고 있지만 없는 사람들에겐 법만큼 불공평한 것도 없다. 왜 재개발을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개발은 자기들이 하면서 대책은 우리가 세워야 하는지...
지난 30년간 588 한 가운데서 자리를 지키며 나라가 해야 할 일을, 재벌이 해야 할 일을 해왔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노숙인 사역을 해 온 것이 30년이다. 그런데 이제 재개발을 하면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우리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지난 30년간 이 자리에 있었건만 우리에 대한 대책은 아무에게도 없다. 그저 빨리 나가달라는 것이다. 법으로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소장만 계속 보낸다.
쉼터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을 찾아서 오는 곳이다. 이들을 다시 거리로 내모는 것은 국가도 해서는 안 되며, 기업도 해서는 안 된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가난한 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선진국이요 복지국가가 아닐까?
탄원서를 가지고 오신 권상*씨는 4년째 우리 쉼터에 계신다. 연세가 많지만 고물을 주우면서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계신다. 호실이 있지만 거기서는 잠을 주무시지 않는다. 짐만 갖다 놓고 성전 의자 한 켠을 자리 삼아 생활하신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편하다고 하신다. 한 때는 서울시청에서 10년을 근무하고, 병원 원무과장으로 10년을 근무하셨다는데 부인의 간암으로 인해 병원비로 가산을 탕진하고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 쓰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이분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다. 다리뻗고 누울 수 있는 자리 하나만 있어도 된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것도 안 된다고 한다.이분들에게 고소장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복지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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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꿀과 함께 온 반가운 소식 2016/04/25
꿀 한병과 짤막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제작년 양봉을 함께 하다가 퇴소한 김상*씨가 보낸 거였다. 그동안 어디서 무얼하는지 많이 궁금했는데 양봉을 하고 있었다니 너무 반가웠다. 연락이라도 하지... 한 때는 알코올중독자로 폐인의 삶을 살던 분인데 가나안교회에 와서 주님을 만나고 술을 끊고 신앙생활에 열심이던 분이었다. 책을 좋아해서 늘 책을 옆에 달고 사시던 분인데, 파주에서 하는 양봉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양봉에 관한 책도 사서 보면서 양봉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이 다가 올 때 갈등이 생겨서 우리를 떠나게 되었다. 5년여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났는데 1년 반만에 꿀과 함께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다시 술에 빠지지 않고 양봉을 계속하고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을 계속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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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야, 조금만 더 버텨줘~ 2016/04/25
겨우내 수고한 화목 겸용보일러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 부식이 되서 그렇다는데 AS도 소용이 없다. 임시방편으로 몇 번을 때우고 갔지만 계속해서 물이 샌다. 서비스 기사분은 교체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물통을 밑에 놓고 받아내면서 보일러를 가동하다보니 언제 가동이 중단될지 모른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보일러를 가동해야 한다. 온수도 써야 하고.
2013년 1월에 고장이 나서 새로 교체했는데 3년 만에 또 교체하게 되었다. 겨울동안 기름과 나무로 아침, 저녁 불을 때다 보니 그동안 잘 버텨준셈이다.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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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학을 떼었으면... 2016/04/25
동생이 쉼터에 있다는 것을 알고 형님이 찾아왔다. 알코올이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형님 말로는 정신적인 문제까지 겹쳐서 번번이 사고를 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 까 벌써 술을 먹고 대기실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주소가 쉼터로 옮겨진 것을 보고 급하게 찾아왔지만 이미 쉼터에서 나간 상태였다. 형님은 어디서 또 큰 문제를 일으킬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게 급선무지만 법때문에 강제입원도 쉽지않고, 수급자여서 최장 6개월밖에 입원이 안된다고 했다. 얼마나 입퇴원을 많이 시켰던지 그쪽에 대해서는 전문가였다. 정말 시한폭탄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다시 병원에 입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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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집회 2016/05/30
지난 주 토요일(28일) 롯데 앞에서 재개발 관련 집회가 있었다. 쉼터에 계신 분들과 직원을 합쳐서 150여분이 참여했다. 다들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번 집회는 가나안교회와 가나안쉼터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 청량리 4구역 재개발 시공자 롯데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경찰병력도 배치가 되어 있었고, 경찰서장도 참관을 했었는데 너무나 깔끔하고 질서있게 집회를 마침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돈 몇푼에 흩어질 사람들이 아님을 알릴 수 있었다. 먼곳에서도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려 와 주신 목사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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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달려갑니다(詩) 2016/06/01
당신께 달려갑니다.
-정미영-
딱지 맞기를 수천번
당신의 마음은 상처 투성입니다.
내 마음이 허전 할 때
당신이 계신곳으로 달려갑니다.
이제는 굳게 닫혀 있을것 같은
그 방이 열려 있습니다.
매일 따뜻한 밥을 지어 놓고
기다리신 당신
오늘도 대문이 열려있네요
따끈한 밥과 반찬 수저가 놓여있네요
나를 기다리신 당신
하루도 어김없이 한결같이
나를 기다리며
돌아온다는 확신을 저버리지 않는 당신
참 고마운 당신께
무엇으로 어떤말로 보답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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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재활 20년 가나안쉼터, 재개발로 대책 없이 쫓겨날 위기 2016/06/02
시공사 롯데와 동대문구청 향해 “같이 살자. 가족을 지켜달라”
기사입력 2016.06.01 12:33
http://www.cupnews.kr/news/view.php?no=5510
“우리가 돈을 바란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돈 다 필요없다. 한 푼도 안 줘도 된다. 가나안쉼터가 계속되어 이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좌절의 순간에 찾아올 수 있는 등대로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이것이 그렇게 큰 요구인가. 돈을 바란다는 거짓과 매도로 우리를 쫓아내야만 하는가. 변화된 이들을 바라보라. 이들로 인해 희망을 얻고 앞으로 변화될 인생들을 생각하라.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정작 시설은 없애려고 하는 이 모순된 상황을 해명하라.”
5187명 무료 숙소 지원... 394만2000명 무료 식사지원... 강사로 참여한 전문인들만 4300여명... 서울 청량리에 자리한 가나안쉼터(원장 김정재 목사)의 지난 20년과 관련된 숫자들이다. 지금도 가나안쉼터에는 150여명이 자활을 꿈꾸며 생활하고 있고, 무료임대주택에 42명, 요양병원에 33명이 입원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1986년 청량리 588 한 가운데 가나안교회(김도진 목사)가 설립되고, 10년이 지난 1996년 가나안쉼터가 세워져 지역의 부랑인과 노숙인을 보호하고 변화시키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활시키는 사역을 전개해 왔다.
특히 1998년 IMF 경제위기가 불어닥친 가운데 교회와 쉼터의 문을 열고 실직하여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무조건 받아들였고, 먹을 것이 모자라 가락동시장에서 버려진 시레기를 주워 함께 끓여먹으며 견디어냈다.
노숙인들이 점차 늘어나자 기존의 가나안교회 성도들은 하나 둘 떠나갔지만 그 빈자리는 노숙인들과 출소자들, 사회 부적응자들, 홀몸 어르신, 장애인들이 채워나갔다.
파출소와 지구대에서는 갈 곳 모르는 부랑자들, 삶을 포기한 인생들을 가나안쉼터로 인도했고, 쉼터는 단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조건 없이 받아들여 삶의 의욕을 되살려내고 직장을 찾아줬다.
본인 스스로 더 이상 이를 데 없는 흉악한 폭력배였으나 예수를 만나 변화됐다는 김도진 목사는 “우리끼리 살자!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도우면서 살자!”고 격려하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변화시키고 길러냈다.
이러한 사역이 점차 알려지자 청량리 일대 경찰서와 동대문구, 서울시는 앞다투어 김 목사를 찾아와 감사패를 전달했고, 높으신 의원님들도 종종 발걸음 했다.
칭찬하던 공무원들 철저히 외면
그렇게 김 목사의 사역을 치하하고, 잘 한다고 칭찬했던 이들이 지금은 가나안교회와 가나안쉼터를 쫓아내려 하고 있다. 아니, 최소한 가나안쉼터의 소멸 위기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청량리 4구역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가나안쉼터는 시공사인 ‘롯데’와 재개발조합측에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쉼터의 요구는 끈질기게 외면당했고, 결국 재개발 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가나안쉼터가 위치한 청량리 4구역 재개발은 쉼터 일원들이 처음부터 반대했다면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하지만 가나안교회가 그곳에 세워지던 때부터 윤락가가 사라지고 새로운 땅으로 변화되게 해달라는 기도가 계속됐을 만큼 ‘588 윤락가’의 철거는 교회와 쉼터의 기도 제목이었고 바람이기도 했다. 재개발이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가나안쉼터는 재개발 추진에 있어 대화를 통해 이주 대책이 마련될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구청과 시공사의 철저한 외면 속에 시간만 흘러갔고, 결국 밀려날 위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
돈 한 푼 모으기보다 한 사람 밥 한 끼 더 먹이는 일이 소중했던 김 목사와 가나안교회는 건물을 소유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30년 세월이 지난 오늘도 단돈 보증금 1억 원에 매월 650만원 월세로 살아왔다. 건물주의 자격조차 얻지 못한 채 세입자에 불과한 교회와 쉼터는 약자중의 약자로써 재개발 철거 위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시설을 보전해 달라는 쉼터의 요구에 구청 사회복지과는 쉼터 식구들만 서울시 내의 다른 시설로 옮겨주겠다는,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방법만 내놓았을 뿐이다.
시공사 롯데 향해 대책마련 촉구
결국 150명의 가나안쉼터 식구들이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떠돌다 쉼터에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로 한 이들이 다시 거리를 찾았다. 먼저의 거리는 삶을 버리는 거리였다면, 이번에 그들이 찾은 거리는 삶을 지키기 위한 거리였다.
청량리역 앞이자 롯데백화점 앞이기도 한 광장에 가나안쉼터 식구들이 질서정연하게 줄 맞춰 등장했다. 경찰이 정해준 질서유지선을 지키며 얌전히 바닥에 앉은 이들은 재개발 시공사인 롯데와 동대문구청, 그리고 길을 가다 걸음을 멈추고 구경에 나선 시민들에게 호소문을 발표하고 요구사항을 외쳤다. 서로 다독이고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 어디에서도 이들이 범죄자였고 사회 부적응자였다는 과거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호소문을 낭독한 김정재 목사는 “사람들은 재개발 구역 안에 노숙인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150명의 사람들이 내 집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재개발이 한창 추진되고 있지만 쉼터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며 “우리는 쉼터에 대한 상황을 알리고, 시공사인 롯데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가나안쉼터는 지난 2년간 5300명 이상이 이용한 시설이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가장 절박한 순간에 숙식과 의료와 일자리와 신용회복 등의 도움을 줌으로써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역할을 쉼터가 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 목사는 “한 사람이 인생을 포기할 때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어 “쉼터를 찾은 사람들 중에는 KTX를 폭파하고 죽으려던 사람도 있었다. 몇 사람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며 칼을 품고 다니던 사람도 있었다. 자살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온 사람도 있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쉼터를 통해 살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을 때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쉼터는 이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법보다 사람이 먼저고,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65층 빌딩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쉼터에 대한 대책마련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님,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 주십시오. 150명의 생명이 재개발 구역 안에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가나안쉼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바입니다”라고 전했다.
김도진 목사는 “사람이 살다 보면 도둑질도 할 수 있고, 화가 나서 사람을 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처벌하는 곳만 있을 뿐 책임지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며 “쓰레기통 뒤지고 굶으면서도 범죄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우리끼리 살자고 모여서 그렇게 20년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 사람 변화시키는데 10년이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이 전부 직장을 가지고 성실히 살고 있다”며 “우리는 돈 원하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가난한 자 짓밟고 잘 되는 국가 없다. 배신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목이 메어 외쳤다.
이날 시위에서 가나안쉼터 식구들은 시공사 롯데를 향해 △가나안쉼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라 △생존권 주거권을 보장하라 △150명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있게 지켜봤으며, 일부는 가까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고 응원과 격려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롯데를 상대로 한 가나안쉼터의 생존권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쉼터는 이날 첫 시위를 시작으로 롯데 본사와 동대문구청, 서울시청까지 시위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쉼터가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노숙인이 발생하는 청량리 일대에 현재의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을 마련해 이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가족을 잃고 떠돌다 겨우 다시 찾은 가족 공동체를 절대 떠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때문에 각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서울 시내의 다른 시설들로 흩어 배정하겠다는 구청의 대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김정재 목사는 “우리 가나안쉼터가 중요한 케이스다. 우리 시설이 잘 해결되면 앞으로 다른 시설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숙인 시설들이 열악해서 대책이 없는 곳이 많다. 우리는 인원이 많아서 이렇게 시위라도 하지만 다른 곳들은 목소리 내기도 쉽지 않다”고 상황의 무게감을 전했다.
이어 “재개발해서 지어질 고층건물에 입주할 사람들은 스스로도 잘 사는 분들이다. 하지만 앞으로 쉼터를 이용할 사람들은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분들이다. 이 일은 나라가 하고, 재벌들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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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관련 명의도용 사기 2016/06/13
서울역에서 한 분이 찾아오셨다. 가나안교회 재개발관련하여 반대서명을 하는데 등본을 떼어 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등본을 떼어주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청량리까지 온 뒤에는 없어졌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못지 않게 명의도용도 극성이다.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등본이나 인감을 떼어서 작게는 휴대폰을 개통하고 크게는 회사 같은 것을 차린다. 재개발을 빌미로 하는 명의도용까지 나오고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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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이 없는가? 2016/06/28
'교회와 쉼터가 사랑이 없다' 가끔 듣는 소리다. 이런 소리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교회와 쉼터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입소한다. 서로 위해주고, 사랑하는 공간을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쉼터에서 생활하다보면 부딪히는 것이 더 많다. 오늘 오셨던 분도 나가면서 같은 소리를 하셨다. '교회에 왜 사랑이 없습니까? 서로 도와주고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이 쉼터라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이곳은 성인군자들이 사는 곳이 아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거센 비바람을 맞고 살아온 잡초처럼 다른 사람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많은 상처가 있고 실패와 절망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피를 나눈 형제도 다투고, 한 가족 안에서도 말을 안하고, 일생을 서약한 부부도 서로 맞지 않아서 별거와 이혼을 한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끼리는 친하게 지낼 수 있지만 매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다양한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살아가는 쉼터랴?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고 감사가 끊이지 않는 쉼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행복은 만들어져 가는 것이지 행복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곳에 행복을 만들어 갈 것이고 많은 분들이 이 행복을 만들어 가는데 동참하도록 할 것이다.
김형X씨(47세)가 술에 취한 채로 주일 저녁에 쉼터를 찾아왔다. 다음 날 입소상담을 해야 하는데 아침에 나가버렸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술에 취한채 비틀 거리며 다시 찾아왔다. 그리곤 배가 고프다,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상담사가 빵을 챙겨드리고, 식사 시간이 아니지만 밥도 챙겨드렸다. 술 취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분도 마음과는 달리 몸에서 식사를 받지 않았다.
상담 기록을 보니 알코올 때문에 쉼터와 병원을 자주 이용하였었다. 우리에게도 몸이 안 좋다며 요양병원에 보내 달라고 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하루 밤 자고 다음 날 가기로 약속했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 가기 위해 불렀더니 그 사이 또 술을 먹었다. 더 지체할 수가 없어서 곧바로 준비해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주까지 가는 버스를 태워드렸다. 진주터미널에서 내리면 병원차가 와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보내드렸는데 터미널에 도착하기 전에 내려버린 모양이다. 그토록 당부했건만 가는 동안 생각이 바뀐 것이다. 병원에선 그 분을 찾기 위해 고생했고 저녁 때가 되서 겨우 찾았는데 입원하기 싫다며 나가 버렸다고 한다.
얼마나 기가 막힌지...우리는 우리대로 고생하고, 병원 쪽에선 그쪽대로 고생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기관에 피해를 주다보니 본인을 받아 줄 만한 곳도 별로 없다. 술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 알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인생을 포기한 사람에게 세상은 냉혹하다. 나의 욕구에 따라 마음대로 살아가다간 내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을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아직 나를 돕는 도움의 손길이 있을 때 그 기회를 잘 살려야 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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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전야 행사 2016/01/20
2015년 성탄전야 행사가 있었습니다. 각 기관이 1~2개씩 준비해서 발표하였는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기관들이 미약해서 준비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다들 열심을 다해 준비해 주셨네요. 이번에는 기관별로 처음 시도되는 것들이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성탄전야가 되었습니다. 여전도에서는 블랙라이트를 준비했고, 남전도회에서는 무언극을, 학생부에서는 뮤지컬을, 주일학교에서는 성극과 컵난타를, 청년부에서는 핸드벨을 준비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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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 2016/01/20
겨울 한파가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계단에 있던 정수기 2대가 얼어붙었다. 쉼터는 24시간 보일러를 가동하느라 나무 소모량이 만만치 않다. 이 추위에도 나무를 해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일주일에 3번 나가던 야간 아웃리치를 연속해서 나가고 있고, 구청이나 경찰서에서는 거리 노숙인들을 쉼터로 데리고 오고 있다. 물론 오래 노숙하던 분들은 하룻 밤 자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설 이용을 적극 권하고 있다. 추위가 빨리 지나가고, 큰 사건 사고가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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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행사 2016/02/17
올해도 구정 명절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행사로 함께 했습니다.
첫째날에는 영화관람을, 둘째날에는 구역별 윷놀이대회를, 셋째날에는 장기와 바둑대회를 열었습니다.
고향과 가족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쉼터는 고향이요, 가족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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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사랑의 빵 나누기 행사 2016/02/17
구정 명절을 앞두고 쪽방촌 사랑의 빵 나누기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쉼터 근처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모여사는 쪽방촌이 많습니다.
우리도 어려운 이웃 중의 하나이지만 서로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50여 분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준비해 간 빵과 바나나 그리고 화장품이 금방 동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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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교육 2016/02/17
2월 12일 동대문구 치매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치매예방 교육 및 검사가 있었습니다.
60세 이상이 대상자였는데 우리 쉼터에는 66명이나 되었네요.
여기 저기 노숙하며 다니느라 치매가 온 줄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술로 인해서 알코올성 치매가 오셨고,
어떤 분들은 대화상대도 없이 하루하루 살다보니 치매가 많이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달에는 두 분이 치매진단이 나와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치매지원센터에 가서 만들기도 하고, 놀이도 하고 오시네요.
쉼터에만 계시다가 이것저것을 하시니 좋으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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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손 2016/03/03
상담을 하다보니 유독 손이 거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검지손가락은 구부러져서 아예 펴지지가 않았고, 굳은 살과 상처들은 그의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고깃배도 오래 타셨고 지금은 폐지줍는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길고 두꺼운 손톱이 눈에 들어와서 깎으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니 박스를 수거해서 테이프를 뜯을 때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일해서 1~2만원을 번다고 하는데 고생한 만큼 얻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봄이 되면 쉼터 쪽에도 일자리가 많이 나오는데 좋은 자리가 나오면 소개해 주려고 합니다. 거친 손이 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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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끼치는 교회 2016/03/09
가나안교회는 매일 예배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새벽5시, 저녁7시에 예배를 드린다. 새벽은 담임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시고 저녁은 외부강사목사님께서 자비량으로 말씀을 전하신다. 우리로써는 감사할 따름이다. 수고를 아끼지 않고 내 교회처럼 설교해 주시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그런데 오시는 목사님들마다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은혜를 끼치러 왔다가 오히려 은혜 받고 간다는 말씀이다. 이곳에 왔다가면 충전이 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 힘가지고 사역에 임한다고 하신다.
우리는 오래동안 외딴 섬처럼 588한 가운데 있어왔다. 다른 교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른다. 그저 30년 전 그 모습대로 살아오고 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6시부터 예배하러 모인다. 찬양이 흘러나오면 삼삼오오 자리에 앉기 시작하고, 아는 찬양은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찬양인도자가 나와서 찬양을 인도하기 시작하고 7시가 되면 예배를 시작해서 8시에 끝난다.
이런 모습에 은혜를 받는다니 한쪽으로는 안타깝다. 마지막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모이기에 힘쓰라고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가 비어져 가고 있음을 안다. 겨우 주일에 한 번 드리는 예배, 그것도 시간 다 되서 왔다가 끝나자마자 교회를 떠나는 모습에 목회자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예배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맞는 말이다. 형식적이고 습관적이더라도 일단 모여야 한다. 은혜받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도 모여야 한다. 우리는 세상의 빛이다. 빛은 모일때 더욱 큰 빛을 발한다.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되어 교회마다 큰 빛을 비추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 교회도 그 가운데 한 빛이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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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 2016/03/09
아직도 정신과 약에 대한 오해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정신도 마찬가지다. 망상환자들은 약을 복용하는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불안하고, 잠을 못자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차분해져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약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오해로 인해 약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쉼터에서도 약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는 분들이 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먹지 않아서 약은 약대로 남고, 상태는 상태대로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생활태도가 이상하다싶어서 약을 가져와 보라면 한 뭉텅이씩 남아있다. 그래서 방사람들에게 매일 챙겨주도록 하고 있는데 먹는 척 하면서 안 먹는 경우도 있고, 화장실에 가서 뱉는 경우도 있고, 안 먹으려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약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기 자신의 문제에 대해 바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치료에 적극적이다. 이런 분들은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치료속도도 빠르다.
몸이든 정신이든 온전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각종 트러블과 싸움이 온전하지 못한 정신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런 것을 너무나 많이 목격한다. 정신과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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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2016/03/15
노숙하시던 분들을 모시는 사역을 하고 있는 우리 가나안교회에는 노숙인쉼터라는 이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 하지만, 귀여운 햄스터가 살고 있다.
담임목사님께서 목양실에서 키우시던 것들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2층 계단 앞에 내어놓아 기르고 있다. 쉼터를 이용하시는 아저씨들도 남자들만 있는 이곳의 무미건조함을 햄스터를 보며 달래기도 한다. 조막만한 것들이 이리저리 뛰놀면 참 귀엽다.
주일학교와 유초등부 아이들도 늘 보면서 신기해하고 즐거워하곤 하는 귀중한 식구가 되었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번식력이 왕성한지 마리수가 늘어나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그렇게 식구가 불어나는 와중에 나를 놀라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저 이쁘게만 볼 때는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게 된 것이다.
어느 날인가 햄스터집 옆을 지나다가 ‘찍~ 찍~.....’ 큰소리로 울부짖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 그랬다.
이 조그마한 녀석들도 서로 싸우는 것이었다. 그것도 누가 우두머리가 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녀석들은 죽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저 조그마한 녀석들마저도 저렇게 높은 자리를 향해 치열하게 목숨까지 걸고 싸우는 것이 야박한 인간사와 무어 다를까 싶어 서글프기도 하다.
세상은, 사탄은 우리에게 이기라고 말한다.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밟고, 올라서라고 유혹한다. 그래야만 니가 살 수 있다고..... 마치 어릴 적 놀러가서 하던 의자뺏기 게임처럼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것 마냥 속여 서로가 쟁탈하게 만든다. 이것이 사탄의 방법이고, 사탄의 궤계인 것이다.
예수를 만나기 전에는 이것만이 진실인 줄 알았고, 그렇게 살아 왔다. 어떡하든 내 자리, 내 생존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고 아파하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진리는 그렇지 않았다. 의자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의자가 아니어도 맨바닥이어도 괜찮았던 것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서로 용납하라고, 너보다 약한 자를 네가 담당하라고..
어느 날인가 거리를 걸어가다 지나가는 초등학생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내 허리춤에도 오지 않을 녀석이 자기보다 더 큰 가방을 양쪽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었다. 조그만 녀석이 걸어가는 그 걸음이 내 눈에는 그것이 어찌나 무거워 보이던지, 터벅터벅 허허로워 보이던지. 저 어린 나이에 벌써 자기의 짐을 지고 가는구나 싶었다.
전쟁과도 같은 생존의 경쟁.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 거리는 이 세상.
공중 권세 잡은 자에게 잠시 내어준 이 땅에서의 지금은 그렇게 다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어리던, 젊던, 늙었던.....
이제 돌아가자.
사탄이 우리를 미혹하여 치열한 경쟁에 내몰고, 서로를 죽여야만 살 것 같이 착각하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 고단하고 각박한 짐들을 지고 가는 모든 우리들이여, 이제 돌아가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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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보면서 2016/03/17
8년 전 봄날 우연히 가나안쉼터를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형편이 어려워서 입소를 했다. 입소 후, 앞 뒤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사업하면서 진 빚을 청산하려고...
10개월 쯤 지난 후 빚 청산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뭔가 허전하고 우울해졌다. 과거가 생각나면서 모든게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이혼과 가족이 흩어진 것을 자책하면서 술로 살았다. 퇴소 후 3개월 동안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 때 나를 붙잡아 준 것이 엇러프나게나마 믿었던 신앙이다.
"하나님!"
새해가 시작되면서 다시금 마음을 잡고 일을 시작해 보려 했지만 일거리가 없었다. 3일 연속 일용직에 나갔지만 퇴짜를 맞으면서 절망이 앞섰다. 당장 내야 할 방세도 없었다. 그 때 생각이 났다. '가나안쉼터'
그날따라 눈도 엄청 내렸다.
"그래 가자!"
탕자가 아버지께로 가는 심정이 이 마음일까? 하염없이 눈을 맞으며 신설동에서 쉼터로 걸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다들 반가이 맞아 주셨다.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그 때 다시 마음을 잡았다. 담임 목사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려올 만큼 밑바닥까지 내려 왔으니까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어!'
그 후 공공근로, 장애인복지관에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그리고 쉼터 사무실 보조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직원까지 되었다. 가나안쉼터는 나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이자 나의 삶이 있는 곳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가족보다 더 친한 쉼터 형제들과 함께. 이제 혼자가 아니기에 기쁘다.
- 쉼터 입소 8년이 지나가는 어느 봄날에 - 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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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기를 먹을 수 있어요 2016/03/29
유태X(66세)씨가 새벽부터 교회 앞을 청소하다 말고 활짝 웃어보였다. 자세히 보니 없던 이빨이 환하게 보였다. 이가 없어서 바나나 들어올 때가 제일 좋다던 분이었는데 이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서 좋으신 모양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119에 실려다니던 분이 쉼터에 와서 새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잘 이겨내고 있다. 입소한 지 일년이 자나면서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에도 나가게 되었고, 기초연금도 받게 되었고, 틀니도 하게 되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바라본다.
이번 틀니지원사업은 다시서기지원센터와 열린치과봉사회의 도움으로 작년 12월에 시작하였으며 총 열 세분이 신청하여 어제 유태X씨가 처음으로 틀니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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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탄원서 2016/04/21
권상*(77세)씨가 탄원서 한 장을 가지고 오셨다. 법원에 제출할 거라고 한다.
재개발과 관련해서 법원에서는 입주자들에게 건물명도에 대한 변론을 하라는 소장을 보내고 있다. 재개발 추진위는 법대로 하고 있지만 없는 사람들에겐 법만큼 불공평한 것도 없다. 왜 재개발을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개발은 자기들이 하면서 대책은 우리가 세워야 하는지...
지난 30년간 588 한 가운데서 자리를 지키며 나라가 해야 할 일을, 재벌이 해야 할 일을 해왔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노숙인 사역을 해 온 것이 30년이다. 그런데 이제 재개발을 하면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우리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지난 30년간 이 자리에 있었건만 우리에 대한 대책은 아무에게도 없다. 그저 빨리 나가달라는 것이다. 법으로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소장만 계속 보낸다.
쉼터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을 찾아서 오는 곳이다. 이들을 다시 거리로 내모는 것은 국가도 해서는 안 되며, 기업도 해서는 안 된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가난한 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선진국이요 복지국가가 아닐까?
탄원서를 가지고 오신 권상*씨는 4년째 우리 쉼터에 계신다. 연세가 많지만 고물을 주우면서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계신다. 호실이 있지만 거기서는 잠을 주무시지 않는다. 짐만 갖다 놓고 성전 의자 한 켠을 자리 삼아 생활하신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편하다고 하신다. 한 때는 서울시청에서 10년을 근무하고, 병원 원무과장으로 10년을 근무하셨다는데 부인의 간암으로 인해 병원비로 가산을 탕진하고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 쓰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이분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다. 다리뻗고 누울 수 있는 자리 하나만 있어도 된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것도 안 된다고 한다.이분들에게 고소장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복지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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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꿀과 함께 온 반가운 소식 2016/04/25
꿀 한병과 짤막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제작년 양봉을 함께 하다가 퇴소한 김상*씨가 보낸 거였다. 그동안 어디서 무얼하는지 많이 궁금했는데 양봉을 하고 있었다니 너무 반가웠다. 연락이라도 하지... 한 때는 알코올중독자로 폐인의 삶을 살던 분인데 가나안교회에 와서 주님을 만나고 술을 끊고 신앙생활에 열심이던 분이었다. 책을 좋아해서 늘 책을 옆에 달고 사시던 분인데, 파주에서 하는 양봉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양봉에 관한 책도 사서 보면서 양봉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이 다가 올 때 갈등이 생겨서 우리를 떠나게 되었다. 5년여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났는데 1년 반만에 꿀과 함께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다시 술에 빠지지 않고 양봉을 계속하고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을 계속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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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야, 조금만 더 버텨줘~ 2016/04/25
겨우내 수고한 화목 겸용보일러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 부식이 되서 그렇다는데 AS도 소용이 없다. 임시방편으로 몇 번을 때우고 갔지만 계속해서 물이 샌다. 서비스 기사분은 교체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물통을 밑에 놓고 받아내면서 보일러를 가동하다보니 언제 가동이 중단될지 모른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보일러를 가동해야 한다. 온수도 써야 하고.
2013년 1월에 고장이 나서 새로 교체했는데 3년 만에 또 교체하게 되었다. 겨울동안 기름과 나무로 아침, 저녁 불을 때다 보니 그동안 잘 버텨준셈이다.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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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학을 떼었으면... 2016/04/25
동생이 쉼터에 있다는 것을 알고 형님이 찾아왔다. 알코올이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형님 말로는 정신적인 문제까지 겹쳐서 번번이 사고를 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 까 벌써 술을 먹고 대기실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주소가 쉼터로 옮겨진 것을 보고 급하게 찾아왔지만 이미 쉼터에서 나간 상태였다. 형님은 어디서 또 큰 문제를 일으킬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게 급선무지만 법때문에 강제입원도 쉽지않고, 수급자여서 최장 6개월밖에 입원이 안된다고 했다. 얼마나 입퇴원을 많이 시켰던지 그쪽에 대해서는 전문가였다. 정말 시한폭탄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다시 병원에 입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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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집회 2016/05/30
지난 주 토요일(28일) 롯데 앞에서 재개발 관련 집회가 있었다. 쉼터에 계신 분들과 직원을 합쳐서 150여분이 참여했다. 다들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번 집회는 가나안교회와 가나안쉼터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 청량리 4구역 재개발 시공자 롯데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경찰병력도 배치가 되어 있었고, 경찰서장도 참관을 했었는데 너무나 깔끔하고 질서있게 집회를 마침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돈 몇푼에 흩어질 사람들이 아님을 알릴 수 있었다. 먼곳에서도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려 와 주신 목사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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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달려갑니다(詩) 2016/06/01
당신께 달려갑니다.
-정미영-
딱지 맞기를 수천번
당신의 마음은 상처 투성입니다.
내 마음이 허전 할 때
당신이 계신곳으로 달려갑니다.
이제는 굳게 닫혀 있을것 같은
그 방이 열려 있습니다.
매일 따뜻한 밥을 지어 놓고
기다리신 당신
오늘도 대문이 열려있네요
따끈한 밥과 반찬 수저가 놓여있네요
나를 기다리신 당신
하루도 어김없이 한결같이
나를 기다리며
돌아온다는 확신을 저버리지 않는 당신
참 고마운 당신께
무엇으로 어떤말로 보답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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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재활 20년 가나안쉼터, 재개발로 대책 없이 쫓겨날 위기 2016/06/02
시공사 롯데와 동대문구청 향해 “같이 살자. 가족을 지켜달라”
기사입력 2016.06.01 12:33
http://www.cupnews.kr/news/view.php?no=5510
“우리가 돈을 바란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돈 다 필요없다. 한 푼도 안 줘도 된다. 가나안쉼터가 계속되어 이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좌절의 순간에 찾아올 수 있는 등대로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이것이 그렇게 큰 요구인가. 돈을 바란다는 거짓과 매도로 우리를 쫓아내야만 하는가. 변화된 이들을 바라보라. 이들로 인해 희망을 얻고 앞으로 변화될 인생들을 생각하라.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정작 시설은 없애려고 하는 이 모순된 상황을 해명하라.”
5187명 무료 숙소 지원... 394만2000명 무료 식사지원... 강사로 참여한 전문인들만 4300여명... 서울 청량리에 자리한 가나안쉼터(원장 김정재 목사)의 지난 20년과 관련된 숫자들이다. 지금도 가나안쉼터에는 150여명이 자활을 꿈꾸며 생활하고 있고, 무료임대주택에 42명, 요양병원에 33명이 입원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1986년 청량리 588 한 가운데 가나안교회(김도진 목사)가 설립되고, 10년이 지난 1996년 가나안쉼터가 세워져 지역의 부랑인과 노숙인을 보호하고 변화시키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활시키는 사역을 전개해 왔다.
특히 1998년 IMF 경제위기가 불어닥친 가운데 교회와 쉼터의 문을 열고 실직하여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무조건 받아들였고, 먹을 것이 모자라 가락동시장에서 버려진 시레기를 주워 함께 끓여먹으며 견디어냈다.
노숙인들이 점차 늘어나자 기존의 가나안교회 성도들은 하나 둘 떠나갔지만 그 빈자리는 노숙인들과 출소자들, 사회 부적응자들, 홀몸 어르신, 장애인들이 채워나갔다.
파출소와 지구대에서는 갈 곳 모르는 부랑자들, 삶을 포기한 인생들을 가나안쉼터로 인도했고, 쉼터는 단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조건 없이 받아들여 삶의 의욕을 되살려내고 직장을 찾아줬다.
본인 스스로 더 이상 이를 데 없는 흉악한 폭력배였으나 예수를 만나 변화됐다는 김도진 목사는 “우리끼리 살자!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도우면서 살자!”고 격려하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변화시키고 길러냈다.
이러한 사역이 점차 알려지자 청량리 일대 경찰서와 동대문구, 서울시는 앞다투어 김 목사를 찾아와 감사패를 전달했고, 높으신 의원님들도 종종 발걸음 했다.
칭찬하던 공무원들 철저히 외면
그렇게 김 목사의 사역을 치하하고, 잘 한다고 칭찬했던 이들이 지금은 가나안교회와 가나안쉼터를 쫓아내려 하고 있다. 아니, 최소한 가나안쉼터의 소멸 위기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청량리 4구역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가나안쉼터는 시공사인 ‘롯데’와 재개발조합측에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쉼터의 요구는 끈질기게 외면당했고, 결국 재개발 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가나안쉼터가 위치한 청량리 4구역 재개발은 쉼터 일원들이 처음부터 반대했다면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하지만 가나안교회가 그곳에 세워지던 때부터 윤락가가 사라지고 새로운 땅으로 변화되게 해달라는 기도가 계속됐을 만큼 ‘588 윤락가’의 철거는 교회와 쉼터의 기도 제목이었고 바람이기도 했다. 재개발이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가나안쉼터는 재개발 추진에 있어 대화를 통해 이주 대책이 마련될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구청과 시공사의 철저한 외면 속에 시간만 흘러갔고, 결국 밀려날 위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
돈 한 푼 모으기보다 한 사람 밥 한 끼 더 먹이는 일이 소중했던 김 목사와 가나안교회는 건물을 소유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30년 세월이 지난 오늘도 단돈 보증금 1억 원에 매월 650만원 월세로 살아왔다. 건물주의 자격조차 얻지 못한 채 세입자에 불과한 교회와 쉼터는 약자중의 약자로써 재개발 철거 위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시설을 보전해 달라는 쉼터의 요구에 구청 사회복지과는 쉼터 식구들만 서울시 내의 다른 시설로 옮겨주겠다는,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방법만 내놓았을 뿐이다.
시공사 롯데 향해 대책마련 촉구
결국 150명의 가나안쉼터 식구들이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떠돌다 쉼터에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로 한 이들이 다시 거리를 찾았다. 먼저의 거리는 삶을 버리는 거리였다면, 이번에 그들이 찾은 거리는 삶을 지키기 위한 거리였다.
청량리역 앞이자 롯데백화점 앞이기도 한 광장에 가나안쉼터 식구들이 질서정연하게 줄 맞춰 등장했다. 경찰이 정해준 질서유지선을 지키며 얌전히 바닥에 앉은 이들은 재개발 시공사인 롯데와 동대문구청, 그리고 길을 가다 걸음을 멈추고 구경에 나선 시민들에게 호소문을 발표하고 요구사항을 외쳤다. 서로 다독이고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 어디에서도 이들이 범죄자였고 사회 부적응자였다는 과거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호소문을 낭독한 김정재 목사는 “사람들은 재개발 구역 안에 노숙인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150명의 사람들이 내 집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재개발이 한창 추진되고 있지만 쉼터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며 “우리는 쉼터에 대한 상황을 알리고, 시공사인 롯데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가나안쉼터는 지난 2년간 5300명 이상이 이용한 시설이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가장 절박한 순간에 숙식과 의료와 일자리와 신용회복 등의 도움을 줌으로써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역할을 쉼터가 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 목사는 “한 사람이 인생을 포기할 때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어 “쉼터를 찾은 사람들 중에는 KTX를 폭파하고 죽으려던 사람도 있었다. 몇 사람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며 칼을 품고 다니던 사람도 있었다. 자살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온 사람도 있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쉼터를 통해 살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을 때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쉼터는 이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법보다 사람이 먼저고,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65층 빌딩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쉼터에 대한 대책마련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님,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 주십시오. 150명의 생명이 재개발 구역 안에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가나안쉼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바입니다”라고 전했다.
김도진 목사는 “사람이 살다 보면 도둑질도 할 수 있고, 화가 나서 사람을 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처벌하는 곳만 있을 뿐 책임지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며 “쓰레기통 뒤지고 굶으면서도 범죄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우리끼리 살자고 모여서 그렇게 20년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 사람 변화시키는데 10년이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이 전부 직장을 가지고 성실히 살고 있다”며 “우리는 돈 원하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가난한 자 짓밟고 잘 되는 국가 없다. 배신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목이 메어 외쳤다.
이날 시위에서 가나안쉼터 식구들은 시공사 롯데를 향해 △가나안쉼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라 △생존권 주거권을 보장하라 △150명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있게 지켜봤으며, 일부는 가까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고 응원과 격려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롯데를 상대로 한 가나안쉼터의 생존권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쉼터는 이날 첫 시위를 시작으로 롯데 본사와 동대문구청, 서울시청까지 시위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쉼터가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노숙인이 발생하는 청량리 일대에 현재의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을 마련해 이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가족을 잃고 떠돌다 겨우 다시 찾은 가족 공동체를 절대 떠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때문에 각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서울 시내의 다른 시설들로 흩어 배정하겠다는 구청의 대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김정재 목사는 “우리 가나안쉼터가 중요한 케이스다. 우리 시설이 잘 해결되면 앞으로 다른 시설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숙인 시설들이 열악해서 대책이 없는 곳이 많다. 우리는 인원이 많아서 이렇게 시위라도 하지만 다른 곳들은 목소리 내기도 쉽지 않다”고 상황의 무게감을 전했다.
이어 “재개발해서 지어질 고층건물에 입주할 사람들은 스스로도 잘 사는 분들이다. 하지만 앞으로 쉼터를 이용할 사람들은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분들이다. 이 일은 나라가 하고, 재벌들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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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관련 명의도용 사기 2016/06/13
서울역에서 한 분이 찾아오셨다. 가나안교회 재개발관련하여 반대서명을 하는데 등본을 떼어 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등본을 떼어주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청량리까지 온 뒤에는 없어졌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못지 않게 명의도용도 극성이다.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등본이나 인감을 떼어서 작게는 휴대폰을 개통하고 크게는 회사 같은 것을 차린다. 재개발을 빌미로 하는 명의도용까지 나오고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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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이 없는가? 2016/06/28
'교회와 쉼터가 사랑이 없다' 가끔 듣는 소리다. 이런 소리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교회와 쉼터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입소한다. 서로 위해주고, 사랑하는 공간을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쉼터에서 생활하다보면 부딪히는 것이 더 많다. 오늘 오셨던 분도 나가면서 같은 소리를 하셨다. '교회에 왜 사랑이 없습니까? 서로 도와주고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이 쉼터라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이곳은 성인군자들이 사는 곳이 아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거센 비바람을 맞고 살아온 잡초처럼 다른 사람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많은 상처가 있고 실패와 절망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피를 나눈 형제도 다투고, 한 가족 안에서도 말을 안하고, 일생을 서약한 부부도 서로 맞지 않아서 별거와 이혼을 한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끼리는 친하게 지낼 수 있지만 매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다양한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살아가는 쉼터랴?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고 감사가 끊이지 않는 쉼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행복은 만들어져 가는 것이지 행복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곳에 행복을 만들어 갈 것이고 많은 분들이 이 행복을 만들어 가는데 동참하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