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12월 쉼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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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693회 작성일 : 21-05-27 13:08본문
모처럼의 휴식 2015/07/03
6월부로 일자리가 끊긴 분들이 많이 계신다. 녹지관리나 공원청소 등에 참여하시던 분들인데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오래 하신 분들을 대폭 물갈이 하고 있다. 공공일자리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특성상 오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쉼터에는 수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신 분들이 계신다. 비록 몇 십만원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참여하여 푼푼이 모은 돈으로 가족을 도운 분도 계신다.
김영X씨 역시 5년 넘게 한 일자리에 참여하신 분이다. 급여를 탈 때면 매월 10만원씩 저축을 해서 제작년 360만원을 집으로 송금했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20만원씩 저축을 했는데 벌써 430만원이나 된다. 이제 일자리가 끝나면서 나온 퇴직금까지 6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집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계신다. 비록 한 때는 술만 먹으면 아내를 괴롭히고, 가족을 괴롭히던 분이다. 아직 가족들과 합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낼 정도는 된다. 오랜 동안의 일자리가 끝나면서 다른 일자리를 곧 바로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 잠깐 쉬고 싶다고 한다. 다리도 안 좋아서 많이 힘들었는데 몸도 챙기고 싶다고 한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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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못 살것 같습니다. 2015/07/13
이종X(85세) 어르신께서 마음약한 소리를 하셨다.
"제가 이제 얼마 못 살 것 같습니다. 여기 온지 4년이 되었는데 작년에 쓰러져서 8개월 정도 입원했었거든요, 그런데 어제도 그 때처럼 쓰러졌어요. 내일 병원에 가려고 예약했는데 이제 가면 못 올 거 같습니다.
제가 15일에 국가보훈처에서 23만원을 타고, 25일에 노령연금 20만원을 타는데 그걸 교회에 다 낼께요. 그걸로 장례비를 하면 될 거예요."
여기 오신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작년에 8개월씩 입원하신 적도 없고 어제 쓰러지지도 않았다. 치매가 많이 진행된 상태다. 장례비하라고 통장을 맡기더니 다음날 또 통장을 새로 발급했다.
다행히 요양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해서 보내드리려 한다. 본일 말씀대로 이제 인생을 마감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8년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배하며 살았는데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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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kg, 인생의 마무리 2015/08/05
지난 주 토요일에 김흥X씨(47세)가 입소했다. 대충 봐도 너무 마르신 분이었다. 체중을 재보니 37kg이었다. 너무 말라서 혹시 결핵이나 질병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보건소 건강검진 결과 결핵도 없고, 혈압이나 당뇨도 정상이었다.
"많이 마르셨네요? 무슨 병이 있으시나요?"
-"아뇨, 노숙하면서 잘 못 먹어서 그래요.식사도 잘 안 넘어가요. 요양병원에 보내 주세요."
본인 말씀으로는 노숙을 하면서 제대로 못 먹어서 그렇다고 한다. 과거 이력을 보니 쉼터 생활을 한 적도 없고, 다른 서비스를 받은 적도 없다. 노숙하면서 수십 번 씩 상담을 받고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분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 같았다. 이제는 너무 기력이 쇠해서 식사도 잘 못하고, 겨우 걸어다닐 정도 밖에 안 되었다. 요양병원에라도 가서 죽이라도 드시면서 몸을 회복시켜야 할 상황이었다.
월요일 입소상담을 마치고 한 두 달 요양할 수 있도록 병원으로 보내드렸다. 그런데 다음 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돌아가셨다고...
많이들 놀랐다. 많이 마른 것을 제외하고는 질병도 없었고, 대화도 잘하고, 거동도 가능했는데 하루 사이에 돌아가시다니. 가족을 찾아봤지만 무연고로 나온다.
연어는 회귀본능이 있어서 죽을 때에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분도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쉼터에 찾아온 건 아닐까? 토요일에 입소한 후 주일 새벽, 낮, 저녁 그리고 월요일 새벽예배를 함께 드렸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새일을 하시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으리라 믿는다. 부디 주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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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을 갖고 태어난 고충 2015/08/06
가끔 쉼터 입소자격을 묻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미성년자가 아니고 거동할 수 있는 남성이면 된다는 간단한 기준을 가르쳐 준다. 노숙인쉼터는 모든 복지기관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초창기 노숙인쉼터는 실직인, 장애인, 노인, 정신질환, 알코올중독자 등 누구든지 갈 곳이 없는 사람이 이용하던 시설이었다. 지금은 입소기준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최후에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런데 얼마 전 도저히 입소시킬 수 없는 분이 찾아오셨다. 주민번호는 남자인데 실제 성적 정체성은 여성이었다.
태어날 때 양성 기관을 다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자그맣게 달려나온 남성기관을 보고 부모는 아들이라 생각하고 아들로 출생신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여성이었다. 그 뒤로 60세가 다 되도록 남성 주민번호를 가지고 여성으로 살아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데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쉼터를 이용하려다보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어떤 쉼터도 받아 줄 쉼터가 없는 것이다. 남성 주민번호로 여성쉼터를 이용하는 것도 불가했고, 여성이 남성쉼터를 이용하는 것도 불가했다. 여기저기 문의를 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듣다가 결국 우리 쉽터에까지 찾아왔다. 전화로 문의가 왔을 때 우리도 입소가 불가함을 말씀드렸는데 서울시 관계자가 그래도 직접 찾아가 보라 해서 왔다고 한다.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도 입소를 시켜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긴급지원비를 신청해서 근처의 쪽방이나 고시원을 얻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구청과 상의해서 공공일자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분은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은 싫다며 쉼터 입소를 고집했다. 본인은 괜찮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150명의 남자들이 사는 곳에 여자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겠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독립생활을 하는 것이 꿈인데 그걸 거절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었다. 사회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 우리 쉼터에 오기 전까지 당했던 고충이 많았던 것 같았다. 도움을 받기 위해 가는 곳마다 자신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야 했고 어떤 곳에서는 정말 여자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권위원회에 제소도 하고, 서울시에 민원도 넣고, SNS에 글도 올렸다고 한다.
결국 쉼터 입소는 우리 쪽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고, 주거지원과 취업지원은 본인이 거부했다. 다행히 시골에 나이드신 이모님이 계시다는데 거기 내려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 보내 드렸다. 남성제거수술도 받았고, 이름도 여성으로 개명한 상태인데, 이제 주민번호도 바꿀 생각이라고 한다. 시골로 내려가는 분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쉼터들에 대해 서운했던 것이 있으면 다 푸세요. 쉼터들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며칠 후 이모님댁에 잘 도착했다는 감사전화를 받았다. 처음부터 여성으로 출생신고를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을 한 번의 실수로 지금까지 고생하는 셈이다.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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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딱 세 번만 전화할 수 있다면 2015/08/07
한 달에 딱 세 번만 전화할 수 있다면 어디에 전화를 할까? 당연히 가족들에게 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없으면 친구나 지인에게 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할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재 작년 6월에 교도소에 들어간 임경X씨가 계신다. 편지로 본인 소식을 전하다가 얼마 전 전화가 왔었다. 출소한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라 2급 교도소로 옮기면서 한 달에 세 번씩 전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숙인쉼터에서 생활하다가 교도소에 가게 된 분이 전화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이 분은 쉼터에서 생활할 때를 기억하고 쉼터를 집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 다들 이 분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 두 달 남짓 쉼터에 계셨지만 열심이었고,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던 시기였다. 그 때의 일이 많이 기억에 나는지 편지때마다 그 때의 일을 쓰고 있다. 쉼터 식구들의 안부를 묻고, 목사님의 안부를 묻고, 출소를 하면 받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한 달에 세 번 전화를 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쉼터가 이분에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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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2015/08/18
인권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배웠든 못 배웠든, 잘 났든 못 났든,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어린이든 간에 인간이기에 존중받아야 하고, 인간이기에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사도 존중해야 할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할까? 우리는 이 사역을 하면서 이 문제에 자주 부딪힌다.
지금도 이영X(65세)씨가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바람에 사무실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급비를 받기 위해서 퇴소를 하겠다는 거였다. 이분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분이다. 머리 한쪽이 함몰되어 있고, 지적장애가 있어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폭력적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퇴소를 한다고 금방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급비를 받아도 혼자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만류를 했지만 듣지 않는다.
입소해서 다음 날부터 계속 사무실에 들락날락하면서 이런 저런 하소연을 시작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이분의 최고목표가 쉼터에서 나가는 것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허리가 안 좋아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수급비를 받아서 나가 살아야 겠다고 한다. 사실 우리 쉼터만큼 이 분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숙식을 비롯하여 의료서비스, 상담, 취업, 예배 생활까지 이분이 원하는 것은 여기에 다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로 이 분은 한 곳에 오래 있지를 못한다. 2002년 자유의 집이 있을 때부터 쉼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최고로 오래 계셨던 것이 열흘이다. 이번에 우리 쉼터에서의 생활이 그 기록을 깨서 13일째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또 고집을 부리며 막무가내로 나가겠다고 하니 답답하다.
이분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낭비와 문제를 야기한다. 쉼터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 등을 이용하고 거기도 이용하지 않을 때는 기도원이나 교회 등을 이용한다.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면서 구걸을 하거나 노숙을 한다. 한참을 실갱이하다가 결국 우리도 손을 들었다.
얼마 전에도 김기X( 55세)씨가 나갔다가 열흘 만에 돌아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일을 할 수 없는 분이지만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일은 커녕 노숙하며 지내다가 왔다고 한다. 그리곤 다음날 또 나가서 안 들어오고 있다. 이분도 최고 오래 했던 쉼터 생활이 11일이다. 이번 우리 쉼터에서 그 기록을 깨서 두 달을 생활했다.
인권은 이런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라고 한다. 노숙하는 것도 그 사람의 자유라는 것이다. 강제보호나 강제입원은 생각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런 분들이 얼마나 많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우리의 생활이 옳고 저들의 생활이 틀리다는 식이 아니라 다름의 문제로 인식 되어가는 것 같다. 노숙을 하며 사는 것도 하나의 사는 방식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안타깝지만 그런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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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알코올중독…밑바닥 삶에서 일군 광화문 '희망사진관' 2015/09/24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2015-09-23
이태환씨,쉼터생활 4년 만에 사진강좌 들으며 재기…김창환씨와 함께 오늘 오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매출이랄까요? 잘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정말 행복합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자활쉼터 생활 4년 끝에 이제는 어엿한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사로 거듭난 이태환(41)씨의 표정은 밝다.
10년간 일궈온 사업 실패로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표정이다. 그는 사업 실패 후 생활을 위해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무릎이 아파 일을 할 수 없었다.
매일 매일이 술 없이는 잠들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자연스레 알코올 중독이 됐고 췌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절망과 낙담으로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이씨는 "의지할 사람도 없었던, 그야말로 갈데까지 간 삶이었다. 그 시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도 "지금은 사진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다. 최선을 다해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는 팔로워들이 2000명 이상이라고 웃어보인 이씨는 내년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가정도 꾸릴 예정이다.
그를 새 삶으로 이끈 계기는 사진이었다. 원래 사진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진작가 조세현의 재능기부로 진행된 '희망프레임' 강좌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진사로 거듭났다.
사진 강의를 들으면서 그는 조금씩 희망의 불씨를 지펴가기 시작했다. 매 수업마다 진행된 평가에서 노숙인 재활을 위한 잡지 '빅이슈' 판매원이었던 김창환(43)씨와 함께 우수생으로 선정돼 서울시와 빅이슈가 함께하는 '희망사진관'을 맡게 됐다.
희망사진관은 23일 광화문광장에서 공식 문을 열었다. 이태환씨와 김창환씨는 이에 앞서 지난 1일부터 사진관을 시범 운영하면서 공식 오픈에 대비해왔다.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즉석에서 인화해 종이액자에 사진을 넣어준다. 이렇게 해서 받는 돈은 3000~4000원 가량이다.
다만 빅이슈 잡지처럼 '찍는 만큼 버는 구조'는 아니다. 이들은 서울시의 위탁을 받은 빅이슈의 직원으로 월급을 받고 시로부터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안정적인 수입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사진관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작은 이동식 테이블 두 개가 고작이다. 하지만 이씨에게는 새로 꾸릴 가정의 행복이, 김씨에게는 노숙생활을 접고 입주한 임대주택 생활의 미래가 걸린 소중한 일터다.
더할 나위없는 작업공간이지만 다가올 겨울은 걱정이다. 사방이 뚫려있어 추위를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도 만족하지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조그만 컨테이너라도 마련하는 것"이라며 "겨울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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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시 자활체육대회 2015/10/08
지난 10월 6일 서울시 자활체육대회가 목동운동장에서 있었습니다. 우리 쉼터는 전 종목에 참여하여 우승 2종목과 준우승 1종목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을 예상했던 달리기 계주와 명랑운동회는 떨어진 반면 예상치 못했던 줄넘기와 줄다리기가 선전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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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윷놀이대회 2015/10/16
이번 명절에는 전교인이 함께 하는 윷놀이대회가 있었습니다. 쉼터에 계신 분들 뿐만 아니라 외부성도들과 주일학교, 학생부까지 참여하는 대회였습니다. 특별히 서울시 자활체육대회에 훌라후프 돌리기 코너가 있어서 윷놀이대회 전에 훌라후프 돌리기 대회도 열었습니다. 이번 윷놀이 대회 1등은 임대주택에서 차지하였네요. 다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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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공동작업장 2015/10/29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쇼핑백공동작업장이 다음달로 1년이 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업이 이제는 숙달되어 능숙한 솜씨로 해 나간다. 공동작업장이라는 명칭대로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테이프를 붙이고, 어떤 사람은 접고, 어떤 사람은 끈을 꿴다. 그러다보니 처음하는 사람도 자기가 맡은 부분만 책임지면 되어서 작업에 참여하기가 쉽다. 외부에서 봉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도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지금은 매일 작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10명이 넘을 정도로 호응도 좋다. 작업을 하면서 서로 담소도 나누고 간식도 먹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작업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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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정신분열? 2015/10/29
서울역, 영등포, 기도원, 정신병원 등을 다니며 살아오던 김XX(39세)씨가 지난 달 초에 입소를 했다. 한 눈에도 뭔가 모자란 듯한 모습이었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장애증이나 병력이 없어서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시설을 이용한 적도 없고, 기록도 없어서 입소 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본인 말로는 정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고 지적으로 좀 떨어진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입소 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예배 때의 행동이었다. 고개를 전혀 들지를 못하고 앞을 쳐다보지 못했다.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다.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바뀌지 않았고, 말로는 그럴싸하게 자기를 포장하는 등 예배 때의 행동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다. 호실에서도 가끔 사라져서 서울역이나 영등포 등에서 노숙을 하다 오기도 했다. 확실히 문제가 많았지만 어느 한 곳에 오래 있지를 못해서 장애진단도 못 받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쉼터에서 잘 해주다보니 완전히 떠나지는 못하고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며칠 전 누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드렸다. 누님이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이 정신분열을 앓고 있고 정신병원에도 입원했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가 싫어서 우리에게 자신의 문제를 숨겨왔던 셈이다. 우리는 즉시, 은평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많은 것이 좋아질 것이다. 누나도 동생 걱정을 많이 했다. 한 번 꼭 와보겠다며 잘 부탁한다는 소리가 그간의 마음 고생을 보여주는 듯 했다. 지적으로도 떨어지고, 정신분열도 있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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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2015/11/03
몇 개월만에 다시 입소한 정XX씨의 상태가 심각하다. 알코올성 치매로 보이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도 기억을 못한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많이 안 좋아지신 것 같았다. 가지고 있던 돈으로 퇴소를 해서 계속 술로 살았던 모양이다. 상태가 안 좋아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치매 증상 뿐만 아니라 간 수치도 안 좋게 나왔다. 의사가 술을 많이 드시냐고 물으니 3년 전에 먹고 안 먹었다고 한다. 물론 기억을 못해서 하는 소리다. 입소하는 날에도 술을 먹고 왔으니까 말이다. 가지고 있던 통장을 보니 입소하기 전에 170만원이 넘는 돈을 다 찾아서 사용한 것이 나온다. 그리곤 찾은 기억이 없다며 은행에 가고, 동사무소를 찾아다닌다. 노령연금이 나오는데 그게 나오려면 아직도 20일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오셔서 돈이 나왔을 거라며 통장 좀 달라고 한다. 설명을 해 주면 금방은 알아듣는 것 같은데 잠시 후에 오셔서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치매 4급이 나왔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더 안 좋은 것 같다. 우리와 인연을 맺은지 6년째이고, 연세가 65세 밖에 안 되셨는데 입퇴소를 반복하고, 술로 생활을 하다보니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른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되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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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임직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5/11/13
많은 분들이 더욱 섬기기 위해서
낮은 자리로 나아갑니다. 겸손한 자리로 나아갑니다.
오셔서 응원과 격려 그리고 기도로 함께 동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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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즉생 2015/11/16
필사즉생 '죽고자 하면 산다'
재개발을 앞두고 우리의 의지를 보이는 현수막을 내 걸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오던 때부터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마태복음 10:39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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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찬양대회 2015/11/22
올해도 추수감사절을 맞이하여 찬양대회가 있었습니다.
올해 개인우승은 '주님 한분만'을 부르신 정대헌성도님이 차지했으며, 단체우승은 '기쁨의 제물 감사의 제물'을 부른 여전도회가 차지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개인22명,단체 6개팀이 참여했으며, 특별히 꼴찌를 위한 상도 있어서 하위 3명이 꼴찌상을 받았습니다.
실력을 떠나서 다함께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이 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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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교회 설립29주년 감사예배 및 임직식 2015/12/02
지난 11월 29일이 가나안교회 설립29주년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29주년과 29일이 겹친데다가 주일이었네요. 29년 전 지하실에 개척한 뒤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 설립감사예배에는 특별히 15분의 임직자를 세웠습니다. 시무장로4분과 명예장로3분, 안수집사5분, 권사3분입니다. 다들 교회를 위해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입니다. 그중에는 입소자로 이곳에 왔다가 직분을 맡게 되신 분도 많습니다. 앞으로 재개발을 비롯한 많은 짐을 함께 나누어질 분들이기에 더욱 뜻깊은 임직식이 된 것 같습니다. 십자가 뒤에 영광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임직식 안수위원으로 수고해주신 동역교회 목사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말씀으로 함께 해 주신 분들중에서 몇 몇 분들께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허락하여주셨습니다. 주 안에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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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파스콰이어 초청공연 2015/12/14
지난 12월 6일 주일 저녁에는 람파스콰이어 초청공연이 있었습니다. 총30분의 단원들이 오셔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성전을 가득채워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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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신분증 없이 살아온 인생 2015/12/15
노숙을 하면서 떠돌아다니는 분들 중에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분증을 분실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신분증 자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무호적자도 있고, 단순히 신분증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경찰서 지문조회를 하거나 호적을 만드는 방법 등을 통해 무호적자가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쉼터에서도 마지막 남은 송영◯어르신께서 드디어 신분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신분증 없이 살아오신지 40년입니다.
1975년, 주민증을 12자리에서 13자리로 바꾸는 기간이 있었는데 바꾸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빚이 있어서 빚독촉을 받을까봐 쉼터에 와서도 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초연금도 받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오시다가 사무실에서 설득하여 만들게 되었습니다.
막상 신분증을 받고 나니 좋으신가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정당하게 누리며 살아가시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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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사람 2015/12/15
날씨가 추워지면서 건강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이 많이 입소하고 있다.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모시고 오는 분들은 대부분 알코올이나 정신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이다. 얼마 전 구청 직원이 한 분을 모시고 왔는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분이어서 쉼터 입소가 힘들었다. 근처에 요양쉼터가 있어서 그리로 먼저 가신 모양인데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을 먼저 한 후에 결핵소견이 없다는 확인이 되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한다.
검사할 돈도 없는 사람이 그런 절차를 밟을리가 만무했다. 구청에서는 우리 쉼터에 입소를 시켜서 건강검진도 받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핵소견이 없으면 요양쉼터로 모시고 갈테니 그 때까지만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요양시설에서 돌보지 못하는 분을 생활시설에서 돌보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우리 입장만 내세울 수 없어서 며칠 동안 계실 수 있도록 했다. 보건소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검사결과 결핵소견은 없었다. 하지만 요양쉼터에서 받지 못하겠다고 하여 결국 우리가 책임지게 되었다. 방광염이 있어서 소변을 가리지 못했고, 수시로 바지에 소변을 봐서 기저귀를 채웠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들어서 거의 앉아서 내려오다시피 했다. 요양병원을 보내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거주지를 쉼터로 옮기고 주민증을 살렸다. 건강보험미납 여부를 확인해 보니 천만원이 넘게 미납된 상태였다. 일단 분할 납부하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나니 가기 싫다고하신다. 건강이 회복 될 때까지, 겨울동안만 다녀오시라고 했지만 요양병원에 가느니 죽는게 낫다며면서 노숙하며 고물을 줍고 살겠다고 한다. 며칠 계시더니 살 만해 졌나보다. 결국 아무 말도 없이 나가버리셨다.
얼마 후,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이계◯씨를 왜 내 쫓았냐고 말이다. 그러더니 동사무소에서도 연락이 왔다. 동사무소에 와서 요양병원에 보내달라고 하신다고 말이다. 고맙다는 말은 기대도 안 했지만 뒤통수를 맞으니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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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 연계 화재진압훈련 2015/12/17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대대적인 화재진압훈련이 있었습니다. 소방서장님이 참석한 가운데 동대문소방서와 연계한 훈련이었습니다. 쉼터에서는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까지 화재 초기진압과 대피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평소 훈련대로 외부소화전과 소화기를 통해 화재를 무사히 진압하는데 성공하였고 소방차가 출동한 후 소방관들의 마무리 작업이 있었습니다.
서장님은 마무리 인사를 통해 화재예방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특별히 쉼터에 계신분들을 위해 후원물품도 지원해 주셨습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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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꺼먼스? 2015/12/17
가끔 얼굴을 까맣게 하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피부에 문제가 있거나 무슨 병이 있는 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뭔가로 칠한 것이었다. 왜 그렇게 하고 다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무실에 오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저 빵을 달라는 시늉만 한 뿐이다. 그렇게 가끔 나타나서는 빵을 가지고 가는데 이번에는 사진 좀 찍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도 될 만한 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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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째 크리스마스 2015/12/17
가나안교회 30번째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86년 11월 29일에 설립을 했으니 올해로 서른 번째 크리스마스가 된다. 매년 12월이 되면 종탑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한다. 그걸 볼 때마다 588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보게 된다. 낮고 낮은 곳에도 기쁜 소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제 크리스마스 전야가 되면 여느 교회처럼 입소자들과 함께 하는 성탄전야행사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기뻐하는 성탄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6월부로 일자리가 끊긴 분들이 많이 계신다. 녹지관리나 공원청소 등에 참여하시던 분들인데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오래 하신 분들을 대폭 물갈이 하고 있다. 공공일자리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특성상 오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쉼터에는 수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신 분들이 계신다. 비록 몇 십만원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참여하여 푼푼이 모은 돈으로 가족을 도운 분도 계신다.
김영X씨 역시 5년 넘게 한 일자리에 참여하신 분이다. 급여를 탈 때면 매월 10만원씩 저축을 해서 제작년 360만원을 집으로 송금했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20만원씩 저축을 했는데 벌써 430만원이나 된다. 이제 일자리가 끝나면서 나온 퇴직금까지 6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집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계신다. 비록 한 때는 술만 먹으면 아내를 괴롭히고, 가족을 괴롭히던 분이다. 아직 가족들과 합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낼 정도는 된다. 오랜 동안의 일자리가 끝나면서 다른 일자리를 곧 바로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 잠깐 쉬고 싶다고 한다. 다리도 안 좋아서 많이 힘들었는데 몸도 챙기고 싶다고 한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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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못 살것 같습니다. 2015/07/13
이종X(85세) 어르신께서 마음약한 소리를 하셨다.
"제가 이제 얼마 못 살 것 같습니다. 여기 온지 4년이 되었는데 작년에 쓰러져서 8개월 정도 입원했었거든요, 그런데 어제도 그 때처럼 쓰러졌어요. 내일 병원에 가려고 예약했는데 이제 가면 못 올 거 같습니다.
제가 15일에 국가보훈처에서 23만원을 타고, 25일에 노령연금 20만원을 타는데 그걸 교회에 다 낼께요. 그걸로 장례비를 하면 될 거예요."
여기 오신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작년에 8개월씩 입원하신 적도 없고 어제 쓰러지지도 않았다. 치매가 많이 진행된 상태다. 장례비하라고 통장을 맡기더니 다음날 또 통장을 새로 발급했다.
다행히 요양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해서 보내드리려 한다. 본일 말씀대로 이제 인생을 마감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8년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배하며 살았는데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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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kg, 인생의 마무리 2015/08/05
지난 주 토요일에 김흥X씨(47세)가 입소했다. 대충 봐도 너무 마르신 분이었다. 체중을 재보니 37kg이었다. 너무 말라서 혹시 결핵이나 질병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보건소 건강검진 결과 결핵도 없고, 혈압이나 당뇨도 정상이었다.
"많이 마르셨네요? 무슨 병이 있으시나요?"
-"아뇨, 노숙하면서 잘 못 먹어서 그래요.식사도 잘 안 넘어가요. 요양병원에 보내 주세요."
본인 말씀으로는 노숙을 하면서 제대로 못 먹어서 그렇다고 한다. 과거 이력을 보니 쉼터 생활을 한 적도 없고, 다른 서비스를 받은 적도 없다. 노숙하면서 수십 번 씩 상담을 받고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분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 같았다. 이제는 너무 기력이 쇠해서 식사도 잘 못하고, 겨우 걸어다닐 정도 밖에 안 되었다. 요양병원에라도 가서 죽이라도 드시면서 몸을 회복시켜야 할 상황이었다.
월요일 입소상담을 마치고 한 두 달 요양할 수 있도록 병원으로 보내드렸다. 그런데 다음 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돌아가셨다고...
많이들 놀랐다. 많이 마른 것을 제외하고는 질병도 없었고, 대화도 잘하고, 거동도 가능했는데 하루 사이에 돌아가시다니. 가족을 찾아봤지만 무연고로 나온다.
연어는 회귀본능이 있어서 죽을 때에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분도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쉼터에 찾아온 건 아닐까? 토요일에 입소한 후 주일 새벽, 낮, 저녁 그리고 월요일 새벽예배를 함께 드렸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새일을 하시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으리라 믿는다. 부디 주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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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을 갖고 태어난 고충 2015/08/06
가끔 쉼터 입소자격을 묻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미성년자가 아니고 거동할 수 있는 남성이면 된다는 간단한 기준을 가르쳐 준다. 노숙인쉼터는 모든 복지기관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초창기 노숙인쉼터는 실직인, 장애인, 노인, 정신질환, 알코올중독자 등 누구든지 갈 곳이 없는 사람이 이용하던 시설이었다. 지금은 입소기준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최후에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런데 얼마 전 도저히 입소시킬 수 없는 분이 찾아오셨다. 주민번호는 남자인데 실제 성적 정체성은 여성이었다.
태어날 때 양성 기관을 다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자그맣게 달려나온 남성기관을 보고 부모는 아들이라 생각하고 아들로 출생신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여성이었다. 그 뒤로 60세가 다 되도록 남성 주민번호를 가지고 여성으로 살아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데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쉼터를 이용하려다보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어떤 쉼터도 받아 줄 쉼터가 없는 것이다. 남성 주민번호로 여성쉼터를 이용하는 것도 불가했고, 여성이 남성쉼터를 이용하는 것도 불가했다. 여기저기 문의를 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듣다가 결국 우리 쉽터에까지 찾아왔다. 전화로 문의가 왔을 때 우리도 입소가 불가함을 말씀드렸는데 서울시 관계자가 그래도 직접 찾아가 보라 해서 왔다고 한다.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도 입소를 시켜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긴급지원비를 신청해서 근처의 쪽방이나 고시원을 얻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구청과 상의해서 공공일자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분은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은 싫다며 쉼터 입소를 고집했다. 본인은 괜찮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150명의 남자들이 사는 곳에 여자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겠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독립생활을 하는 것이 꿈인데 그걸 거절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었다. 사회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 우리 쉼터에 오기 전까지 당했던 고충이 많았던 것 같았다. 도움을 받기 위해 가는 곳마다 자신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야 했고 어떤 곳에서는 정말 여자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권위원회에 제소도 하고, 서울시에 민원도 넣고, SNS에 글도 올렸다고 한다.
결국 쉼터 입소는 우리 쪽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고, 주거지원과 취업지원은 본인이 거부했다. 다행히 시골에 나이드신 이모님이 계시다는데 거기 내려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 보내 드렸다. 남성제거수술도 받았고, 이름도 여성으로 개명한 상태인데, 이제 주민번호도 바꿀 생각이라고 한다. 시골로 내려가는 분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쉼터들에 대해 서운했던 것이 있으면 다 푸세요. 쉼터들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며칠 후 이모님댁에 잘 도착했다는 감사전화를 받았다. 처음부터 여성으로 출생신고를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을 한 번의 실수로 지금까지 고생하는 셈이다.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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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딱 세 번만 전화할 수 있다면 2015/08/07
한 달에 딱 세 번만 전화할 수 있다면 어디에 전화를 할까? 당연히 가족들에게 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없으면 친구나 지인에게 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할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재 작년 6월에 교도소에 들어간 임경X씨가 계신다. 편지로 본인 소식을 전하다가 얼마 전 전화가 왔었다. 출소한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라 2급 교도소로 옮기면서 한 달에 세 번씩 전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숙인쉼터에서 생활하다가 교도소에 가게 된 분이 전화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이 분은 쉼터에서 생활할 때를 기억하고 쉼터를 집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 다들 이 분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 두 달 남짓 쉼터에 계셨지만 열심이었고,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던 시기였다. 그 때의 일이 많이 기억에 나는지 편지때마다 그 때의 일을 쓰고 있다. 쉼터 식구들의 안부를 묻고, 목사님의 안부를 묻고, 출소를 하면 받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한 달에 세 번 전화를 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쉼터가 이분에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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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2015/08/18
인권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배웠든 못 배웠든, 잘 났든 못 났든,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어린이든 간에 인간이기에 존중받아야 하고, 인간이기에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사도 존중해야 할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할까? 우리는 이 사역을 하면서 이 문제에 자주 부딪힌다.
지금도 이영X(65세)씨가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바람에 사무실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급비를 받기 위해서 퇴소를 하겠다는 거였다. 이분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분이다. 머리 한쪽이 함몰되어 있고, 지적장애가 있어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폭력적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퇴소를 한다고 금방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급비를 받아도 혼자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만류를 했지만 듣지 않는다.
입소해서 다음 날부터 계속 사무실에 들락날락하면서 이런 저런 하소연을 시작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이분의 최고목표가 쉼터에서 나가는 것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허리가 안 좋아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수급비를 받아서 나가 살아야 겠다고 한다. 사실 우리 쉼터만큼 이 분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숙식을 비롯하여 의료서비스, 상담, 취업, 예배 생활까지 이분이 원하는 것은 여기에 다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로 이 분은 한 곳에 오래 있지를 못한다. 2002년 자유의 집이 있을 때부터 쉼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최고로 오래 계셨던 것이 열흘이다. 이번에 우리 쉼터에서의 생활이 그 기록을 깨서 13일째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또 고집을 부리며 막무가내로 나가겠다고 하니 답답하다.
이분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낭비와 문제를 야기한다. 쉼터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 등을 이용하고 거기도 이용하지 않을 때는 기도원이나 교회 등을 이용한다.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면서 구걸을 하거나 노숙을 한다. 한참을 실갱이하다가 결국 우리도 손을 들었다.
얼마 전에도 김기X( 55세)씨가 나갔다가 열흘 만에 돌아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일을 할 수 없는 분이지만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일은 커녕 노숙하며 지내다가 왔다고 한다. 그리곤 다음날 또 나가서 안 들어오고 있다. 이분도 최고 오래 했던 쉼터 생활이 11일이다. 이번 우리 쉼터에서 그 기록을 깨서 두 달을 생활했다.
인권은 이런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라고 한다. 노숙하는 것도 그 사람의 자유라는 것이다. 강제보호나 강제입원은 생각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런 분들이 얼마나 많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우리의 생활이 옳고 저들의 생활이 틀리다는 식이 아니라 다름의 문제로 인식 되어가는 것 같다. 노숙을 하며 사는 것도 하나의 사는 방식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안타깝지만 그런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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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알코올중독…밑바닥 삶에서 일군 광화문 '희망사진관' 2015/09/24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2015-09-23
이태환씨,쉼터생활 4년 만에 사진강좌 들으며 재기…김창환씨와 함께 오늘 오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매출이랄까요? 잘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정말 행복합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자활쉼터 생활 4년 끝에 이제는 어엿한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사로 거듭난 이태환(41)씨의 표정은 밝다.
10년간 일궈온 사업 실패로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표정이다. 그는 사업 실패 후 생활을 위해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무릎이 아파 일을 할 수 없었다.
매일 매일이 술 없이는 잠들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자연스레 알코올 중독이 됐고 췌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절망과 낙담으로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이씨는 "의지할 사람도 없었던, 그야말로 갈데까지 간 삶이었다. 그 시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도 "지금은 사진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다. 최선을 다해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는 팔로워들이 2000명 이상이라고 웃어보인 이씨는 내년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가정도 꾸릴 예정이다.
그를 새 삶으로 이끈 계기는 사진이었다. 원래 사진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진작가 조세현의 재능기부로 진행된 '희망프레임' 강좌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진사로 거듭났다.
사진 강의를 들으면서 그는 조금씩 희망의 불씨를 지펴가기 시작했다. 매 수업마다 진행된 평가에서 노숙인 재활을 위한 잡지 '빅이슈' 판매원이었던 김창환(43)씨와 함께 우수생으로 선정돼 서울시와 빅이슈가 함께하는 '희망사진관'을 맡게 됐다.
희망사진관은 23일 광화문광장에서 공식 문을 열었다. 이태환씨와 김창환씨는 이에 앞서 지난 1일부터 사진관을 시범 운영하면서 공식 오픈에 대비해왔다.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즉석에서 인화해 종이액자에 사진을 넣어준다. 이렇게 해서 받는 돈은 3000~4000원 가량이다.
다만 빅이슈 잡지처럼 '찍는 만큼 버는 구조'는 아니다. 이들은 서울시의 위탁을 받은 빅이슈의 직원으로 월급을 받고 시로부터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안정적인 수입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사진관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작은 이동식 테이블 두 개가 고작이다. 하지만 이씨에게는 새로 꾸릴 가정의 행복이, 김씨에게는 노숙생활을 접고 입주한 임대주택 생활의 미래가 걸린 소중한 일터다.
더할 나위없는 작업공간이지만 다가올 겨울은 걱정이다. 사방이 뚫려있어 추위를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도 만족하지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조그만 컨테이너라도 마련하는 것"이라며 "겨울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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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시 자활체육대회 2015/10/08
지난 10월 6일 서울시 자활체육대회가 목동운동장에서 있었습니다. 우리 쉼터는 전 종목에 참여하여 우승 2종목과 준우승 1종목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을 예상했던 달리기 계주와 명랑운동회는 떨어진 반면 예상치 못했던 줄넘기와 줄다리기가 선전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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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윷놀이대회 2015/10/16
이번 명절에는 전교인이 함께 하는 윷놀이대회가 있었습니다. 쉼터에 계신 분들 뿐만 아니라 외부성도들과 주일학교, 학생부까지 참여하는 대회였습니다. 특별히 서울시 자활체육대회에 훌라후프 돌리기 코너가 있어서 윷놀이대회 전에 훌라후프 돌리기 대회도 열었습니다. 이번 윷놀이 대회 1등은 임대주택에서 차지하였네요. 다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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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공동작업장 2015/10/29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쇼핑백공동작업장이 다음달로 1년이 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업이 이제는 숙달되어 능숙한 솜씨로 해 나간다. 공동작업장이라는 명칭대로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테이프를 붙이고, 어떤 사람은 접고, 어떤 사람은 끈을 꿴다. 그러다보니 처음하는 사람도 자기가 맡은 부분만 책임지면 되어서 작업에 참여하기가 쉽다. 외부에서 봉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도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지금은 매일 작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10명이 넘을 정도로 호응도 좋다. 작업을 하면서 서로 담소도 나누고 간식도 먹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작업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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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정신분열? 2015/10/29
서울역, 영등포, 기도원, 정신병원 등을 다니며 살아오던 김XX(39세)씨가 지난 달 초에 입소를 했다. 한 눈에도 뭔가 모자란 듯한 모습이었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장애증이나 병력이 없어서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시설을 이용한 적도 없고, 기록도 없어서 입소 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본인 말로는 정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고 지적으로 좀 떨어진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입소 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예배 때의 행동이었다. 고개를 전혀 들지를 못하고 앞을 쳐다보지 못했다.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다.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바뀌지 않았고, 말로는 그럴싸하게 자기를 포장하는 등 예배 때의 행동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다. 호실에서도 가끔 사라져서 서울역이나 영등포 등에서 노숙을 하다 오기도 했다. 확실히 문제가 많았지만 어느 한 곳에 오래 있지를 못해서 장애진단도 못 받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쉼터에서 잘 해주다보니 완전히 떠나지는 못하고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며칠 전 누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드렸다. 누님이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이 정신분열을 앓고 있고 정신병원에도 입원했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가 싫어서 우리에게 자신의 문제를 숨겨왔던 셈이다. 우리는 즉시, 은평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많은 것이 좋아질 것이다. 누나도 동생 걱정을 많이 했다. 한 번 꼭 와보겠다며 잘 부탁한다는 소리가 그간의 마음 고생을 보여주는 듯 했다. 지적으로도 떨어지고, 정신분열도 있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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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2015/11/03
몇 개월만에 다시 입소한 정XX씨의 상태가 심각하다. 알코올성 치매로 보이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도 기억을 못한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많이 안 좋아지신 것 같았다. 가지고 있던 돈으로 퇴소를 해서 계속 술로 살았던 모양이다. 상태가 안 좋아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치매 증상 뿐만 아니라 간 수치도 안 좋게 나왔다. 의사가 술을 많이 드시냐고 물으니 3년 전에 먹고 안 먹었다고 한다. 물론 기억을 못해서 하는 소리다. 입소하는 날에도 술을 먹고 왔으니까 말이다. 가지고 있던 통장을 보니 입소하기 전에 170만원이 넘는 돈을 다 찾아서 사용한 것이 나온다. 그리곤 찾은 기억이 없다며 은행에 가고, 동사무소를 찾아다닌다. 노령연금이 나오는데 그게 나오려면 아직도 20일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오셔서 돈이 나왔을 거라며 통장 좀 달라고 한다. 설명을 해 주면 금방은 알아듣는 것 같은데 잠시 후에 오셔서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치매 4급이 나왔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더 안 좋은 것 같다. 우리와 인연을 맺은지 6년째이고, 연세가 65세 밖에 안 되셨는데 입퇴소를 반복하고, 술로 생활을 하다보니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른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되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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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임직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5/11/13
많은 분들이 더욱 섬기기 위해서
낮은 자리로 나아갑니다. 겸손한 자리로 나아갑니다.
오셔서 응원과 격려 그리고 기도로 함께 동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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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즉생 2015/11/16
필사즉생 '죽고자 하면 산다'
재개발을 앞두고 우리의 의지를 보이는 현수막을 내 걸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오던 때부터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마태복음 10:39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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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찬양대회 2015/11/22
올해도 추수감사절을 맞이하여 찬양대회가 있었습니다.
올해 개인우승은 '주님 한분만'을 부르신 정대헌성도님이 차지했으며, 단체우승은 '기쁨의 제물 감사의 제물'을 부른 여전도회가 차지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개인22명,단체 6개팀이 참여했으며, 특별히 꼴찌를 위한 상도 있어서 하위 3명이 꼴찌상을 받았습니다.
실력을 떠나서 다함께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이 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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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교회 설립29주년 감사예배 및 임직식 2015/12/02
지난 11월 29일이 가나안교회 설립29주년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29주년과 29일이 겹친데다가 주일이었네요. 29년 전 지하실에 개척한 뒤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 설립감사예배에는 특별히 15분의 임직자를 세웠습니다. 시무장로4분과 명예장로3분, 안수집사5분, 권사3분입니다. 다들 교회를 위해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입니다. 그중에는 입소자로 이곳에 왔다가 직분을 맡게 되신 분도 많습니다. 앞으로 재개발을 비롯한 많은 짐을 함께 나누어질 분들이기에 더욱 뜻깊은 임직식이 된 것 같습니다. 십자가 뒤에 영광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임직식 안수위원으로 수고해주신 동역교회 목사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말씀으로 함께 해 주신 분들중에서 몇 몇 분들께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허락하여주셨습니다. 주 안에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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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파스콰이어 초청공연 2015/12/14
지난 12월 6일 주일 저녁에는 람파스콰이어 초청공연이 있었습니다. 총30분의 단원들이 오셔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성전을 가득채워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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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신분증 없이 살아온 인생 2015/12/15
노숙을 하면서 떠돌아다니는 분들 중에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분증을 분실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신분증 자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무호적자도 있고, 단순히 신분증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경찰서 지문조회를 하거나 호적을 만드는 방법 등을 통해 무호적자가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쉼터에서도 마지막 남은 송영◯어르신께서 드디어 신분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신분증 없이 살아오신지 40년입니다.
1975년, 주민증을 12자리에서 13자리로 바꾸는 기간이 있었는데 바꾸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빚이 있어서 빚독촉을 받을까봐 쉼터에 와서도 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초연금도 받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오시다가 사무실에서 설득하여 만들게 되었습니다.
막상 신분증을 받고 나니 좋으신가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정당하게 누리며 살아가시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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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사람 2015/12/15
날씨가 추워지면서 건강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이 많이 입소하고 있다.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모시고 오는 분들은 대부분 알코올이나 정신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이다. 얼마 전 구청 직원이 한 분을 모시고 왔는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분이어서 쉼터 입소가 힘들었다. 근처에 요양쉼터가 있어서 그리로 먼저 가신 모양인데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을 먼저 한 후에 결핵소견이 없다는 확인이 되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한다.
검사할 돈도 없는 사람이 그런 절차를 밟을리가 만무했다. 구청에서는 우리 쉼터에 입소를 시켜서 건강검진도 받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핵소견이 없으면 요양쉼터로 모시고 갈테니 그 때까지만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요양시설에서 돌보지 못하는 분을 생활시설에서 돌보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우리 입장만 내세울 수 없어서 며칠 동안 계실 수 있도록 했다. 보건소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검사결과 결핵소견은 없었다. 하지만 요양쉼터에서 받지 못하겠다고 하여 결국 우리가 책임지게 되었다. 방광염이 있어서 소변을 가리지 못했고, 수시로 바지에 소변을 봐서 기저귀를 채웠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들어서 거의 앉아서 내려오다시피 했다. 요양병원을 보내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거주지를 쉼터로 옮기고 주민증을 살렸다. 건강보험미납 여부를 확인해 보니 천만원이 넘게 미납된 상태였다. 일단 분할 납부하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나니 가기 싫다고하신다. 건강이 회복 될 때까지, 겨울동안만 다녀오시라고 했지만 요양병원에 가느니 죽는게 낫다며면서 노숙하며 고물을 줍고 살겠다고 한다. 며칠 계시더니 살 만해 졌나보다. 결국 아무 말도 없이 나가버리셨다.
얼마 후,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이계◯씨를 왜 내 쫓았냐고 말이다. 그러더니 동사무소에서도 연락이 왔다. 동사무소에 와서 요양병원에 보내달라고 하신다고 말이다. 고맙다는 말은 기대도 안 했지만 뒤통수를 맞으니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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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 연계 화재진압훈련 2015/12/17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대대적인 화재진압훈련이 있었습니다. 소방서장님이 참석한 가운데 동대문소방서와 연계한 훈련이었습니다. 쉼터에서는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까지 화재 초기진압과 대피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평소 훈련대로 외부소화전과 소화기를 통해 화재를 무사히 진압하는데 성공하였고 소방차가 출동한 후 소방관들의 마무리 작업이 있었습니다.
서장님은 마무리 인사를 통해 화재예방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특별히 쉼터에 계신분들을 위해 후원물품도 지원해 주셨습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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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꺼먼스? 2015/12/17
가끔 얼굴을 까맣게 하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피부에 문제가 있거나 무슨 병이 있는 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뭔가로 칠한 것이었다. 왜 그렇게 하고 다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무실에 오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저 빵을 달라는 시늉만 한 뿐이다. 그렇게 가끔 나타나서는 빵을 가지고 가는데 이번에는 사진 좀 찍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도 될 만한 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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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째 크리스마스 2015/12/17
가나안교회 30번째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86년 11월 29일에 설립을 했으니 올해로 서른 번째 크리스마스가 된다. 매년 12월이 되면 종탑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한다. 그걸 볼 때마다 588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보게 된다. 낮고 낮은 곳에도 기쁜 소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제 크리스마스 전야가 되면 여느 교회처럼 입소자들과 함께 하는 성탄전야행사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기뻐하는 성탄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