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1월~06월 쉼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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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719회 작성일 : 21-05-27 13:06본문
동계 아웃리치 2015/01/08
겨울이 되면 긴장하는 곳이 쉼터와 경찰, 구청, 병원 등이 아닐까 싶다. 거리에 노숙하시는 분들이나 만취하여 쓰러져 있는 분들이 동사하는 경우가 심심챦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관계기관들은 동사자가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립병원들은 행려로 오는 노숙인들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시설들은 응급잠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경찰관들은 매일 순찰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체크하고 있다. 물론 쉼터들도 아웃리치를 통해 시설 입소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 노숙을 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이 있어서 시설생활이 힘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마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제만 해도 두 군데 경찰서에서 두 분을 모시고 왔다. 한 분은 쉼터에 계시던 분인데 술을 먹고 돌아다니다가 강남경찰서 쪽에서 저녁8시경에 모시고 왔고, 한 분은 이문동쪽에서 노숙을 하다가 새벽 4시 경에 경찰관이 모시고 왔다. 역시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
이런 분들의 시설 경험을 보면 정말 화려하다. 새벽에 쉼터에 오신 박XX씨(57세)는 시설입소만 20번이 넘는다. 대부분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퇴소한다. 술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노숙을 하며 상담을 받는 것도 40번이 넘고, 물품지원을 받은 것도 20번이 넘는다. 이 정도면 관할 경찰들도 다 아는 사람이다.
어제 밤에 오셨던 윤XX씨는 요양병원에서 몇 개월 쉬다가 오기로 약속하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지만, 그 사이 또 술을 먹고 나가 버렸다. 술이 들어가니까 담대해졌는지 병원에 가느니 퇴소하겠다며 나가버렸다. 그러다가 또 갈 곳이 없으면 경찰에 부탁을 해서 찾아 올 것이다. 이건 국가적인 낭비다. 날이 추워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 우리 같은 시설이나 병원이나 구청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인생 막장으로 사는 건 본인 자유지만 그런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주는 피해를 생각했으면 한다. 오늘도 저녁 8시부터 노숙인들이 있을 만한 곳들을 찾아 아웃리치를 나간다. 이런 도움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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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성탄전야행사 2015/01/12
2014 성탄전야행사가 은혜중에 마쳤습니다. 올해도 각 기관들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주일학교의 인사말과 찬양,율동 그리고 학생부의 그림자극과 연주, 청년부의 꽁트와 수화찬양, 남전도회의 성극, 여전도회의 부채춤이 있었네요.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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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팝스 공연 2015/01/12
2014년 12월 17일 서울메트로 직원들로 구성된 메트로팝스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메트로팝스의 수준있는 공연으로 많은 분들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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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만 60만원? 2015/01/20
동사무소에서 한 분을 의뢰했다. 당장 갈 곳이 없는데 며칠만 계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급자여서 수급비를 탈 때까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수급자는 입소가 불가했지만 갈 곳이 없는 분을 규정만 내세워서 모른채 할 수 없었다. 쉼터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가 적쟎기 때문이다. 동사무소 직원과 함께 오신 분은 좀 술이 취한 상태였다. 쉼터에 계실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분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여기 있기가 힘들다며 나갔다. 이유는 춥다는 것이었다.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요즘 날씨가 추운 날씨가 아니었고, 이 분이 오셨을 때는 영상의 기온이었다. 게다가 쉼터 전체에 난방을 하고 있고 쉼터 창문 전체에 비닐을 둘러서 간편한 복장으로 다닐 정도는 된다. 추워서 계실 수 없다는 분은 처음이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이 분은 추위를 많이 타는 분인것 같았다. 쪽방에 살면서 전열기구로 난방을 했다고 하는데 전기요금만 60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한다. 아마, 추우니까 계속 켜놓고 있었나보다. 아직 추위가 지나려면 멀었는데 어떻게 지내려는지 모르겠다. 따뜻한 봄이 빨리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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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환자 급증 2015/02/09
후진국병이라고 하는 결핵이 노숙인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다. 이번 겨울 쉼터에 입소한 분들 중 결핵환자가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본인들이 결핵이 있음에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입소자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결핵환자 중 상당수가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어떤 분들은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고 퇴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노만X씨라는 분이 오셨는데 몇 개월 전에 결핵치료를 거부하고 퇴소하신 분이다. 어제 날씨가 추워지면서 쉼터에 찾아오셨고 설득하여 오늘 병원에 모시고 갔다. 노숙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결핵병원은 시립서북병원인데 이미 입원실이 꽉찬 상태였다. 그만큼 결핵환자가 많다는 거였다. 다행히 노만X씨의 상태가 너무 않좋아서 입원이 되긴 했지만 이런 분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 한 번 입원하면 최소 수 개월 동안 치료를 해야하기에 병실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노숙을 하면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노숙인들 사이에 결핵이 급증하고 있지만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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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 싫어서 퇴소하는 사람들 2015/02/17
정영X씨가 한 번만 도와달라며 찾아왔다. 알코올로 인해 1년 넘게 요양병원에 있다가 나온 사람이다. 퇴원하자마자 술을 먹기 시작해서 일주일 넘게 계속 술을 먹은 것 같았다. 옷은 있는대로 껴입어서 보기에도 거북해 보였고 노숙으로 인해 냄새도 많이 났다. 다시 요양병원에 가고 싶다고 하여 연휴가 끝나는대로 보내드릴테니 술 드시지 말고 잘 계시라 했다. 문제는 대기실에 배치된 뒤 신발도 안 벗고 침대위에 누워서는 씻기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목욕을 하고 옷도 갈아입으라고 하니까 퇴소하겠다며 나가버렸다.
생각보다 씻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살거나 노숙할 때야 씻든 안 씻든 본인 자유겠지만 공동체 생활을 할 때는 씻는 것이 기본이다. 그 기본적인 것도 몇 달 동안 잔소리를 해야 겨우 바뀌기 시작한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어린애처럼 매일 씻으라고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욕실에 가서 물만 묻히고 온다. 어떤 사람은 씻지도 않고 씻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나마 씻으라는 소리를 안하면 씻을 생각도 안한다.
이런 사람들이 변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사람들에겐 씻는 것도 큰 숙제다.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간섭받는 것이 싫다며 쉼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10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노숙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게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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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의 퇴소 2015/03/10
올해로 88세이신 유○○할아버지께서 퇴소하셨다. 지난 2002년 3월에 입소하셨으니까 만13년 동안 쉼터에 계신 셈이다. 입소하실 때도 귀가 어두워서 잘 알아듣지 못하곤 했는데 지금은 더 심해져서 종이에 글자로 써야 할 정도이다. 다행히 정신이 멀쩡하고, 식사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잘 하고 계신다. 다리가 안좋아서 병원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 대체로 건강한 편이시다.
그런데 88세의 연세에 왜 퇴소를 하려하시는 걸까? 이유는 수급비와 노령연금 등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도 수급비로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서 수급비를 포기하고 입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연세에 어떻게 사시려고 나가시는지 모르겠다. 작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이 20만원으로 올라가면서 고령자들의 퇴소가 이어지고 있다. 쪽방이나 고시원등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쉼터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연세가 많아질수록 쉼터가 감당해야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자활시설에 노령인구가 많다고 지적을 자주 한다. 게다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자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 돌아가실 때까지 쉼터에 계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병원비 지출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상황이 이렇기에 우리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쉼터를 떠날 때 재입소 불가를 분명히 한다.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신중히 결정하도록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한 번 생각이 꽂히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나보다. 오래동안 함께 살다보니 혼자 살고도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시점이 좋지 않다. 연세가 들수록 식사가 중요할텐데 매끼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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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명절 윷놀이대회 2015/03/16
구정 명절을 맞아 윷놀이대회를 하였습니다.
이번 대회는 3인1조로 신청을 받아 총16개팀이 경합을 겨루었습니다.
윷놀이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것 같지만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대회를 위해 미리 윷을 사서 연습한 팀이 1등을 차지했네요.
첫판을 졌지만 그 뒤로 다섯 판을 내리이겨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1등 상금은 10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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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배달 2015/03/16
2010년 5월에 처음 시작한 도시락배달이 올해로 만5년이 되갑니다.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매일 점심을 배달하기 시작했는데 쉼터의 주요사업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결원이 생겨서 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뇌병변3급으로 거동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입니다.
알고보니 2012년에 도시락배달 수혜자였습니다.
당시 바퀴벌레가 득실거릴정도로 환경상태가 안 좋았었는데 그동안 병원을 계속 이용했었나 봅니다.
다시 배달하게 되서 반갑기도 했지만 그동안 나아진 것이 없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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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활동 2015/03/27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면서 중단되었던 동아리활동들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축구동아리, 등산동아리는 외부로 나가고 있고, 컴퓨터 동아리는 내부에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서 일자리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짐에 따라 평일에는 모이기가 힘들어서 대부분 토요일에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얼었던 땅이 녹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함께 풀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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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의 늪 2015/04/03
지난 2008년부터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활을 하신 분이 계시다. 알코올에 문제가 있었지만 술을 끊고, 일도 열심히 해서 임대주택에 입주하신 분이다. 신앙생활도 열심히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우리 쉼터에서도 자활의 모범적인 사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술을 다시 입에 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그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완전히 과거로 돌아갔다. 절제할 수 있다고 큰 소리쳤지만 이미 도를 넘은 상태였다. 이분은 과거에 자신의 의지로 술을 끊고 자활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처럼 지금도 얼마든지 술을 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화를 더 키웠다.
그 후로 알코올의 상태는 더 심해졌고, 스스로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의 권유로 요양병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병원에 입원한 후 두 달 남짓이 되었을 때 이제는 완전히 끊었다며 퇴원했지만 사실은 술의 유혹때문에 자의퇴원한 것이었다. 쉼터와 요양병원을 오고가기를 여러차례하다가 최근 6개월 이상을 잘 계셨다. 그러다가 지난 주 퇴원했다며 쉼터에 찾아왔다. 얼굴을 보니 술이 계속 문제가 된 것 같았다. 병원쪽에 알아보니 외박을 할 때마다 술을 드셨다고 한다. 벌써 연세가 64세이다. 이제 몸이 예전처럼 말을 듣지도 않는다. 방배치를 해 주었지만 그 날부터 나가서 일주일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 한 번만 살려달라며 찾아왔다. 어디서 노숙을 하며 지냈는지 몸에서는 술냄새, 땀냄새가 뒤섞여 났다. 한 번만 더 요양병원에 보내 주면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6년 동안 술 한 잔 안 드시던 분이 알코올의 늪에 다시 빠진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돈이 얼마나 있냐고 물으니까 여기저기서 주섬주섬 꺼냈는데 12,000원이었다. 내려갈 차비도 안되었다. 쉼터에서 인터넷으로 표를 끊어서 보내드렸다. 비틀거리며 내려가는 모습이 우리의 마음도 아프게 했다. 다음 번 올라오실 때는 변화된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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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아버지의 품으로 2015/04/03
양쪽 손목을 깨진 소주병으로 자해를 한 분이 입소하셨다.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이쪽으로 오셨는데 지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한쪽 손목은 신경이 네 개나 끊어지고 다른 쪽도 한 개가 끊어져서 반 기부스를 하고 있다. 목에도 그었는데 흉터가 선명했다.
상담을 하면서 이 분이 한 때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인 말로는 유별나게 열심히 했다고 한다. 거기서 세례를 받고, 주일학교 교사도 하고, 성가대도 하고, 성경공부도 인도했다고 한다. 자그마치 17년 동안 그렇게 생활을 했는데 어느 순간 세상에 빠지기 시작해서 18년 동안을 세상가운데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곳에 오는 것이 두려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너무 평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행동을 깊이 뉘우친다고 했다. 설교말씀을 들을 때마다 자신에게 하는 소리같아서 많이 찔린다고 했다. 이제 손목이 회복되고 나면 다시 주의 일도 열심히 하고자 마음을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이 분을 보니 이런 복음성가의 가사가 떠오른다.
그 길고 긴 방황의 늪을 지나 다시 주님 품에 안겼네
상한 나의 이몸 찢기어진 나의 마음 모두 가진 채로
나의 욕심 때문에 나의 헛된 꿈 때문에
그렇게 방황했던 나의 인생을 이제 주께 맡기려네...
그 멀고 먼 근심의 계곡을 지나 이제 평안의 집에 왔네
그 아무도 내게 참된 평안 줄 수 없어 얼마나 괴로웠었는지
나의 욕심 때문에 나의 헛된 꿈 때문에
그렇게 방황했던 나의 인생을 이제 주께 맡기려네
이제 아버지의 집으로 이제 영원한 안식처로
돌아와 눈물 흘리며 엎디니 오 주여 나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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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마지막 나무나르기 2015/04/17
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 봄은 왔고, 벗꽃도 지고 있지만 우리 쉼터의 겨울은 나무작업이 끝나야 끝나는 것이다. 거의 6개월 동안 보일러를 가동하다보니 나무수급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한 두 해 한 것이 아니지만 쉼터 전체의 난방을 나무로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해도 나무를 해오느라 수고한 분들이 있고, 도끼나 톱으로 자른 분들이 있고, 보일러 실로 나른 분들이 있고, 24시간 보일러 실에 상주하면서 난방을 책임진 분들이 있다. 고마운 분들이다. 누군가의 수고가 있기에 오늘도 평안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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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전문가 2015/04/20
할아버지 한분이 기증과장이 여기 있냐며 찾아오셨다.
-"기증과장이 여기 있다고 하던데. 김모씨라고..."
"김○○씨요?"
-"아! 맞아요. 김○○씨, 그 사람이 한 번 꼭 와 보라고 했는데 이제야 왔네요."
"입소하시려고요?"
-"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팔십 삼 세."
"수급이 있으세요?"
-"없어요"
"자식들이 있나보죠?"
-"자식들이 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서 묶어놨는데 내가 도망나왔어. 내가 기증 전문가인데 몇 십조를 해 올 수 있는데 말야"
전문적인 브로커다. 젊어서부터 평생을 그렇게 지냈을 것이다. 본인을 기증전문가라고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오죽하면 자식들이 정신병원에 보냈을까? 지금도 수십 조를 해 올 수 있다며 큰 소리쳤다. 우리 쉼터에도 이런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세월이 흘러도 이분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당장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서류만 한 가득이다. 무지개를 쫓으며 허송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다. 연세가 많아서 직접 입소는 안 된다며 상담소로 돌려보냈다. 돌아가실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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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1호 가판대 2015/04/28
서울시 자활지원과의 지원으로 가판대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 실제로 운영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판대를 운영하게 된 안XX씨는 2009년도에 입소하여 지금까지 착실하게 생활을 해 오던 분입니다. 일용직을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자활을 준비했습니다. 희망플러스 통장에도 참여하여 3년동안 꾸준히 저축도 하였습니다. 가판대보증금과 물건비용, 운영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준비가 되어 있었네요.
얼마 전에 오셔서 아들이 함께 살고 싶어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래동안 헤어져 있던 아들과 다시 연락이 되었고, 아들이 마음을 연 것입니다. 다행히 임대주택이 한 채 비어 있어서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는데 이번에 가판대 open 할 때 아버지를 도와서 함께 일하는 것을 보고 기뻤습니다.
이 사역을 하면 할 수록 한 사람이 자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느낍니다. 오래 참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볼 때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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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활체육대회 축구 본선진출 2015/06/02
서울시에서 매년 열리는 자활체육대회 축구예선에서 가나안쉼터가 4강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막강한 팀들이 많아서 4강 진출이 목표였는데 일단 목표달성을 했네요. 6월 10일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 거두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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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방역 2015/06/09
메르스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 쉼터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예방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손소독제를 갖추고, 방역을 하고, 발열검사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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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수호천사 촬영 2015/06/09
어제부터 CBS 수호천사 프로그램에서 교회 및 쉼터 사역 촬영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인데 우리 기관이 선정되어 촬영을 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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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연습 2015/06/09
서울시 자활체육대회 연습이 한창입니다. 예선을 통과한 축구뿐만 아니라 줄다리기, 줄넘기, 협동제기차기, 릴레이, 명랑운동회 등에도 참여하고 있어서 분주합니다. 메르스 사태로 체육대회가 잠정연기된 상태인데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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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약수터(?) 2015/06/09
햇살이 강렬해 바람은 아직 선선하지만 무더운 낮기온 입니다.
1시 20분쯤~ 한 할아버지께서 목에는 손수건을 여미시고 느린 걸음으로
한계단 한계단 올라오시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하며 여쭙자...
입모양을 보아야 알 듯한 소리로
'물....뜨러..." 하며 정수기로 가시더니 물을 뜨고는 바람처럼.....
그렇게 사라지셨습니다. ㅎㅎ
이곳은 시원한 정수가 흐르는 가나안 쉼터입니다.
이 무더위 시원한 정수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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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의 꿈 2015/06/15
12년 전 본인 이름만 겨우 알던 금용아저씨가 입소했습니다. 지적장애 3급이었는데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이용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서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보호자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일은 시킬 수가 없어서 주방 보조일을 시켰었는데 이제는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달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 삼천 만원이나 되었습니다. 몇 년 전 희망플러스통장까지 신청해서 지원받은 금액까지 합쳐서 말이죠. 교회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계약하고 이사를 하고 나니 좋은가 봅니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퇴근(?)하게 되었으니까요.
다행히 함께 생활하던 조재X씨가 함께 이주를 하기로 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두 분이서 오랫동안 다락방을 이용하면서 주방일을 도와 왔었는데 이렇게 함께 이사를 하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다들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산다지만 누군가에겐 누울 수 있는 한 자리도 꿈일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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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초!!!! 2015/06/17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밖에 계신 노숙인 분들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서 시원한 얼음물과 메르스 예방을 위해 손소독을 해드렸습니다.
돌아 다니던 중 노숙인들이 한무리로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그곳으로 상담을 위해 갔습니다.
그런데....ㅋ 조경을 해놓은 수풀 가운데로 비집고 그곳에서 막걸리 파티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렇게라도 도시를 탈피해 잔디에서 과거를 회상하시는 듯 했습니다.
그중 한분은 한쪽에 앉아 계셨습니다. 그 분에게 여쭈었습니다.
"아니~ 왜 혼자 계세요~?"
그분께서는 "아~내가 여기 왕초여~ 왕초!!!" 하시며 자신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 손가락으로 가르켜 보이셨습니다.
"보여~? 쟤네봐~ 쟤네는 땅바닦에 앉았는데, 나는 종이 박스위에 앉아있잖아!!!내가 여기를 다 관리하고 있는거야~"
그렇습니다... 서열은 어디에나 존재하나 봅니다.ㅎㅎㅎ
겨울이 되면 긴장하는 곳이 쉼터와 경찰, 구청, 병원 등이 아닐까 싶다. 거리에 노숙하시는 분들이나 만취하여 쓰러져 있는 분들이 동사하는 경우가 심심챦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관계기관들은 동사자가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립병원들은 행려로 오는 노숙인들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시설들은 응급잠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경찰관들은 매일 순찰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체크하고 있다. 물론 쉼터들도 아웃리치를 통해 시설 입소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 노숙을 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이 있어서 시설생활이 힘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마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제만 해도 두 군데 경찰서에서 두 분을 모시고 왔다. 한 분은 쉼터에 계시던 분인데 술을 먹고 돌아다니다가 강남경찰서 쪽에서 저녁8시경에 모시고 왔고, 한 분은 이문동쪽에서 노숙을 하다가 새벽 4시 경에 경찰관이 모시고 왔다. 역시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
이런 분들의 시설 경험을 보면 정말 화려하다. 새벽에 쉼터에 오신 박XX씨(57세)는 시설입소만 20번이 넘는다. 대부분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퇴소한다. 술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노숙을 하며 상담을 받는 것도 40번이 넘고, 물품지원을 받은 것도 20번이 넘는다. 이 정도면 관할 경찰들도 다 아는 사람이다.
어제 밤에 오셨던 윤XX씨는 요양병원에서 몇 개월 쉬다가 오기로 약속하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지만, 그 사이 또 술을 먹고 나가 버렸다. 술이 들어가니까 담대해졌는지 병원에 가느니 퇴소하겠다며 나가버렸다. 그러다가 또 갈 곳이 없으면 경찰에 부탁을 해서 찾아 올 것이다. 이건 국가적인 낭비다. 날이 추워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 우리 같은 시설이나 병원이나 구청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인생 막장으로 사는 건 본인 자유지만 그런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주는 피해를 생각했으면 한다. 오늘도 저녁 8시부터 노숙인들이 있을 만한 곳들을 찾아 아웃리치를 나간다. 이런 도움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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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성탄전야행사 2015/01/12
2014 성탄전야행사가 은혜중에 마쳤습니다. 올해도 각 기관들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주일학교의 인사말과 찬양,율동 그리고 학생부의 그림자극과 연주, 청년부의 꽁트와 수화찬양, 남전도회의 성극, 여전도회의 부채춤이 있었네요.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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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팝스 공연 2015/01/12
2014년 12월 17일 서울메트로 직원들로 구성된 메트로팝스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메트로팝스의 수준있는 공연으로 많은 분들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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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만 60만원? 2015/01/20
동사무소에서 한 분을 의뢰했다. 당장 갈 곳이 없는데 며칠만 계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급자여서 수급비를 탈 때까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수급자는 입소가 불가했지만 갈 곳이 없는 분을 규정만 내세워서 모른채 할 수 없었다. 쉼터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가 적쟎기 때문이다. 동사무소 직원과 함께 오신 분은 좀 술이 취한 상태였다. 쉼터에 계실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분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여기 있기가 힘들다며 나갔다. 이유는 춥다는 것이었다.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요즘 날씨가 추운 날씨가 아니었고, 이 분이 오셨을 때는 영상의 기온이었다. 게다가 쉼터 전체에 난방을 하고 있고 쉼터 창문 전체에 비닐을 둘러서 간편한 복장으로 다닐 정도는 된다. 추워서 계실 수 없다는 분은 처음이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이 분은 추위를 많이 타는 분인것 같았다. 쪽방에 살면서 전열기구로 난방을 했다고 하는데 전기요금만 60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한다. 아마, 추우니까 계속 켜놓고 있었나보다. 아직 추위가 지나려면 멀었는데 어떻게 지내려는지 모르겠다. 따뜻한 봄이 빨리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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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환자 급증 2015/02/09
후진국병이라고 하는 결핵이 노숙인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다. 이번 겨울 쉼터에 입소한 분들 중 결핵환자가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본인들이 결핵이 있음에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입소자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결핵환자 중 상당수가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어떤 분들은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고 퇴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노만X씨라는 분이 오셨는데 몇 개월 전에 결핵치료를 거부하고 퇴소하신 분이다. 어제 날씨가 추워지면서 쉼터에 찾아오셨고 설득하여 오늘 병원에 모시고 갔다. 노숙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결핵병원은 시립서북병원인데 이미 입원실이 꽉찬 상태였다. 그만큼 결핵환자가 많다는 거였다. 다행히 노만X씨의 상태가 너무 않좋아서 입원이 되긴 했지만 이런 분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 한 번 입원하면 최소 수 개월 동안 치료를 해야하기에 병실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노숙을 하면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노숙인들 사이에 결핵이 급증하고 있지만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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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 싫어서 퇴소하는 사람들 2015/02/17
정영X씨가 한 번만 도와달라며 찾아왔다. 알코올로 인해 1년 넘게 요양병원에 있다가 나온 사람이다. 퇴원하자마자 술을 먹기 시작해서 일주일 넘게 계속 술을 먹은 것 같았다. 옷은 있는대로 껴입어서 보기에도 거북해 보였고 노숙으로 인해 냄새도 많이 났다. 다시 요양병원에 가고 싶다고 하여 연휴가 끝나는대로 보내드릴테니 술 드시지 말고 잘 계시라 했다. 문제는 대기실에 배치된 뒤 신발도 안 벗고 침대위에 누워서는 씻기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목욕을 하고 옷도 갈아입으라고 하니까 퇴소하겠다며 나가버렸다.
생각보다 씻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살거나 노숙할 때야 씻든 안 씻든 본인 자유겠지만 공동체 생활을 할 때는 씻는 것이 기본이다. 그 기본적인 것도 몇 달 동안 잔소리를 해야 겨우 바뀌기 시작한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어린애처럼 매일 씻으라고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욕실에 가서 물만 묻히고 온다. 어떤 사람은 씻지도 않고 씻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나마 씻으라는 소리를 안하면 씻을 생각도 안한다.
이런 사람들이 변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사람들에겐 씻는 것도 큰 숙제다.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간섭받는 것이 싫다며 쉼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10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노숙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게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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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의 퇴소 2015/03/10
올해로 88세이신 유○○할아버지께서 퇴소하셨다. 지난 2002년 3월에 입소하셨으니까 만13년 동안 쉼터에 계신 셈이다. 입소하실 때도 귀가 어두워서 잘 알아듣지 못하곤 했는데 지금은 더 심해져서 종이에 글자로 써야 할 정도이다. 다행히 정신이 멀쩡하고, 식사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잘 하고 계신다. 다리가 안좋아서 병원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 대체로 건강한 편이시다.
그런데 88세의 연세에 왜 퇴소를 하려하시는 걸까? 이유는 수급비와 노령연금 등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도 수급비로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서 수급비를 포기하고 입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연세에 어떻게 사시려고 나가시는지 모르겠다. 작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이 20만원으로 올라가면서 고령자들의 퇴소가 이어지고 있다. 쪽방이나 고시원등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쉼터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연세가 많아질수록 쉼터가 감당해야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자활시설에 노령인구가 많다고 지적을 자주 한다. 게다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자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 돌아가실 때까지 쉼터에 계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병원비 지출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상황이 이렇기에 우리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쉼터를 떠날 때 재입소 불가를 분명히 한다.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신중히 결정하도록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한 번 생각이 꽂히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나보다. 오래동안 함께 살다보니 혼자 살고도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시점이 좋지 않다. 연세가 들수록 식사가 중요할텐데 매끼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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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명절 윷놀이대회 2015/03/16
구정 명절을 맞아 윷놀이대회를 하였습니다.
이번 대회는 3인1조로 신청을 받아 총16개팀이 경합을 겨루었습니다.
윷놀이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것 같지만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대회를 위해 미리 윷을 사서 연습한 팀이 1등을 차지했네요.
첫판을 졌지만 그 뒤로 다섯 판을 내리이겨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1등 상금은 10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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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배달 2015/03/16
2010년 5월에 처음 시작한 도시락배달이 올해로 만5년이 되갑니다.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매일 점심을 배달하기 시작했는데 쉼터의 주요사업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결원이 생겨서 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뇌병변3급으로 거동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입니다.
알고보니 2012년에 도시락배달 수혜자였습니다.
당시 바퀴벌레가 득실거릴정도로 환경상태가 안 좋았었는데 그동안 병원을 계속 이용했었나 봅니다.
다시 배달하게 되서 반갑기도 했지만 그동안 나아진 것이 없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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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활동 2015/03/27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면서 중단되었던 동아리활동들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축구동아리, 등산동아리는 외부로 나가고 있고, 컴퓨터 동아리는 내부에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서 일자리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짐에 따라 평일에는 모이기가 힘들어서 대부분 토요일에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얼었던 땅이 녹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함께 풀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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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의 늪 2015/04/03
지난 2008년부터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활을 하신 분이 계시다. 알코올에 문제가 있었지만 술을 끊고, 일도 열심히 해서 임대주택에 입주하신 분이다. 신앙생활도 열심히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우리 쉼터에서도 자활의 모범적인 사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술을 다시 입에 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그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완전히 과거로 돌아갔다. 절제할 수 있다고 큰 소리쳤지만 이미 도를 넘은 상태였다. 이분은 과거에 자신의 의지로 술을 끊고 자활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처럼 지금도 얼마든지 술을 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화를 더 키웠다.
그 후로 알코올의 상태는 더 심해졌고, 스스로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의 권유로 요양병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병원에 입원한 후 두 달 남짓이 되었을 때 이제는 완전히 끊었다며 퇴원했지만 사실은 술의 유혹때문에 자의퇴원한 것이었다. 쉼터와 요양병원을 오고가기를 여러차례하다가 최근 6개월 이상을 잘 계셨다. 그러다가 지난 주 퇴원했다며 쉼터에 찾아왔다. 얼굴을 보니 술이 계속 문제가 된 것 같았다. 병원쪽에 알아보니 외박을 할 때마다 술을 드셨다고 한다. 벌써 연세가 64세이다. 이제 몸이 예전처럼 말을 듣지도 않는다. 방배치를 해 주었지만 그 날부터 나가서 일주일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 한 번만 살려달라며 찾아왔다. 어디서 노숙을 하며 지냈는지 몸에서는 술냄새, 땀냄새가 뒤섞여 났다. 한 번만 더 요양병원에 보내 주면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6년 동안 술 한 잔 안 드시던 분이 알코올의 늪에 다시 빠진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돈이 얼마나 있냐고 물으니까 여기저기서 주섬주섬 꺼냈는데 12,000원이었다. 내려갈 차비도 안되었다. 쉼터에서 인터넷으로 표를 끊어서 보내드렸다. 비틀거리며 내려가는 모습이 우리의 마음도 아프게 했다. 다음 번 올라오실 때는 변화된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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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아버지의 품으로 2015/04/03
양쪽 손목을 깨진 소주병으로 자해를 한 분이 입소하셨다.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이쪽으로 오셨는데 지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한쪽 손목은 신경이 네 개나 끊어지고 다른 쪽도 한 개가 끊어져서 반 기부스를 하고 있다. 목에도 그었는데 흉터가 선명했다.
상담을 하면서 이 분이 한 때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인 말로는 유별나게 열심히 했다고 한다. 거기서 세례를 받고, 주일학교 교사도 하고, 성가대도 하고, 성경공부도 인도했다고 한다. 자그마치 17년 동안 그렇게 생활을 했는데 어느 순간 세상에 빠지기 시작해서 18년 동안을 세상가운데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곳에 오는 것이 두려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너무 평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행동을 깊이 뉘우친다고 했다. 설교말씀을 들을 때마다 자신에게 하는 소리같아서 많이 찔린다고 했다. 이제 손목이 회복되고 나면 다시 주의 일도 열심히 하고자 마음을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이 분을 보니 이런 복음성가의 가사가 떠오른다.
그 길고 긴 방황의 늪을 지나 다시 주님 품에 안겼네
상한 나의 이몸 찢기어진 나의 마음 모두 가진 채로
나의 욕심 때문에 나의 헛된 꿈 때문에
그렇게 방황했던 나의 인생을 이제 주께 맡기려네...
그 멀고 먼 근심의 계곡을 지나 이제 평안의 집에 왔네
그 아무도 내게 참된 평안 줄 수 없어 얼마나 괴로웠었는지
나의 욕심 때문에 나의 헛된 꿈 때문에
그렇게 방황했던 나의 인생을 이제 주께 맡기려네
이제 아버지의 집으로 이제 영원한 안식처로
돌아와 눈물 흘리며 엎디니 오 주여 나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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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마지막 나무나르기 2015/04/17
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 봄은 왔고, 벗꽃도 지고 있지만 우리 쉼터의 겨울은 나무작업이 끝나야 끝나는 것이다. 거의 6개월 동안 보일러를 가동하다보니 나무수급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한 두 해 한 것이 아니지만 쉼터 전체의 난방을 나무로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해도 나무를 해오느라 수고한 분들이 있고, 도끼나 톱으로 자른 분들이 있고, 보일러 실로 나른 분들이 있고, 24시간 보일러 실에 상주하면서 난방을 책임진 분들이 있다. 고마운 분들이다. 누군가의 수고가 있기에 오늘도 평안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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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전문가 2015/04/20
할아버지 한분이 기증과장이 여기 있냐며 찾아오셨다.
-"기증과장이 여기 있다고 하던데. 김모씨라고..."
"김○○씨요?"
-"아! 맞아요. 김○○씨, 그 사람이 한 번 꼭 와 보라고 했는데 이제야 왔네요."
"입소하시려고요?"
-"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팔십 삼 세."
"수급이 있으세요?"
-"없어요"
"자식들이 있나보죠?"
-"자식들이 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서 묶어놨는데 내가 도망나왔어. 내가 기증 전문가인데 몇 십조를 해 올 수 있는데 말야"
전문적인 브로커다. 젊어서부터 평생을 그렇게 지냈을 것이다. 본인을 기증전문가라고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오죽하면 자식들이 정신병원에 보냈을까? 지금도 수십 조를 해 올 수 있다며 큰 소리쳤다. 우리 쉼터에도 이런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세월이 흘러도 이분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당장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서류만 한 가득이다. 무지개를 쫓으며 허송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다. 연세가 많아서 직접 입소는 안 된다며 상담소로 돌려보냈다. 돌아가실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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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1호 가판대 2015/04/28
서울시 자활지원과의 지원으로 가판대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 실제로 운영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판대를 운영하게 된 안XX씨는 2009년도에 입소하여 지금까지 착실하게 생활을 해 오던 분입니다. 일용직을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자활을 준비했습니다. 희망플러스 통장에도 참여하여 3년동안 꾸준히 저축도 하였습니다. 가판대보증금과 물건비용, 운영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준비가 되어 있었네요.
얼마 전에 오셔서 아들이 함께 살고 싶어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래동안 헤어져 있던 아들과 다시 연락이 되었고, 아들이 마음을 연 것입니다. 다행히 임대주택이 한 채 비어 있어서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는데 이번에 가판대 open 할 때 아버지를 도와서 함께 일하는 것을 보고 기뻤습니다.
이 사역을 하면 할 수록 한 사람이 자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느낍니다. 오래 참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볼 때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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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활체육대회 축구 본선진출 2015/06/02
서울시에서 매년 열리는 자활체육대회 축구예선에서 가나안쉼터가 4강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막강한 팀들이 많아서 4강 진출이 목표였는데 일단 목표달성을 했네요. 6월 10일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 거두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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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방역 2015/06/09
메르스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 쉼터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예방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손소독제를 갖추고, 방역을 하고, 발열검사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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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수호천사 촬영 2015/06/09
어제부터 CBS 수호천사 프로그램에서 교회 및 쉼터 사역 촬영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인데 우리 기관이 선정되어 촬영을 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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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연습 2015/06/09
서울시 자활체육대회 연습이 한창입니다. 예선을 통과한 축구뿐만 아니라 줄다리기, 줄넘기, 협동제기차기, 릴레이, 명랑운동회 등에도 참여하고 있어서 분주합니다. 메르스 사태로 체육대회가 잠정연기된 상태인데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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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약수터(?) 2015/06/09
햇살이 강렬해 바람은 아직 선선하지만 무더운 낮기온 입니다.
1시 20분쯤~ 한 할아버지께서 목에는 손수건을 여미시고 느린 걸음으로
한계단 한계단 올라오시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하며 여쭙자...
입모양을 보아야 알 듯한 소리로
'물....뜨러..." 하며 정수기로 가시더니 물을 뜨고는 바람처럼.....
그렇게 사라지셨습니다. ㅎㅎ
이곳은 시원한 정수가 흐르는 가나안 쉼터입니다.
이 무더위 시원한 정수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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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의 꿈 2015/06/15
12년 전 본인 이름만 겨우 알던 금용아저씨가 입소했습니다. 지적장애 3급이었는데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이용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서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보호자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일은 시킬 수가 없어서 주방 보조일을 시켰었는데 이제는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달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 삼천 만원이나 되었습니다. 몇 년 전 희망플러스통장까지 신청해서 지원받은 금액까지 합쳐서 말이죠. 교회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계약하고 이사를 하고 나니 좋은가 봅니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퇴근(?)하게 되었으니까요.
다행히 함께 생활하던 조재X씨가 함께 이주를 하기로 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두 분이서 오랫동안 다락방을 이용하면서 주방일을 도와 왔었는데 이렇게 함께 이사를 하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다들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산다지만 누군가에겐 누울 수 있는 한 자리도 꿈일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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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초!!!! 2015/06/17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밖에 계신 노숙인 분들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서 시원한 얼음물과 메르스 예방을 위해 손소독을 해드렸습니다.
돌아 다니던 중 노숙인들이 한무리로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그곳으로 상담을 위해 갔습니다.
그런데....ㅋ 조경을 해놓은 수풀 가운데로 비집고 그곳에서 막걸리 파티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렇게라도 도시를 탈피해 잔디에서 과거를 회상하시는 듯 했습니다.
그중 한분은 한쪽에 앉아 계셨습니다. 그 분에게 여쭈었습니다.
"아니~ 왜 혼자 계세요~?"
그분께서는 "아~내가 여기 왕초여~ 왕초!!!" 하시며 자신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 손가락으로 가르켜 보이셨습니다.
"보여~? 쟤네봐~ 쟤네는 땅바닦에 앉았는데, 나는 종이 박스위에 앉아있잖아!!!내가 여기를 다 관리하고 있는거야~"
그렇습니다... 서열은 어디에나 존재하나 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