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1월~06월 쉼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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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767회 작성일 : 21-05-27 12:55본문
파주 노인자활 희망의집 준공감사예배 2013/01/08
파주에 짓고 있는 희망의집 준공감사예배가 지난 12월 22일에 있었다. 아직 준공검사는 완료되지 않았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예배를 먼저 드리기로 한 것이다. 이날 예배는 가나안교회 식구들과 외부손님 등 총 200여분이 참여한 가운데 풍성하게 드려졌고 특별히 자니윤씨 부부가 참여하여 축하를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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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전야행사 2013/01/08
올해도 성탄절을 맞아 전야행사가 있었다. 주일학교, 학생부, 청년회, 남전도회, 여전도회가 각기 한 두 가지씩 준비해서 행사를 준비하는데 올해는 주일학교에서 찬양, 율동뿐만 아니라 성극도 준비했고, 여전도회에서는 워십을, 청년부에서는 워십을, 학생부에서는 인형극을 각기 준비했다. 무엇보다 남전도회에서는 매년 성극을 하고 있는데 올해 역시 새로운 쉼터 형제들과 함께 멋진 성극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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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파들의 줄줄이 입소 2013/01/21
청량리 역전에서 오래동안 노숙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는 이분들을 역전파라 부른다. 입소는 하지 않고 가끔 식사하러 오시고, 옷가지를 달라고 오신다. 물론 항상 술에 취해 있고 역전이나 롯데백화점 근처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다. 그런지가 10여년도 더 되었으니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올 겨울은 견디기 어려운가보다. 역전파들이 하나, 둘 입소하고 있다. 추위도 추위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 예전처럼 소주 몇 병으로 버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만큼 나이도 들었고 몸도 축나있다. 이제 모든 걸 털고 새롭게 시작할 만도 한데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나갈 사람들이다. 겨울이라도 잘 지내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벌써 술을 먹고 방사람들과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그놈의 술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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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2013/01/23
작년12월 6일 이종X씨(62세) 돌아가셨다. 쉼터에 입소한지 두 달 만이다. 식욕도 없고 몸에서 음식을 받지 않는다며 식사를 잘 못하셨는데 병원검진 결과 식도암 말기로 판정이 났다. 우리 쉼터에는 두 번째 입소였는데 이번에 입소하실때는 집에 계시다가 입소를 하셔서 상황이 궁긍했다. 본인 말로는 집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이종X씨는 가족이 있지만 이혼한 상태이고, 2남 2녀를 둔 가장이다. 그런데 작년 초에 딸이 결혼을 하는 계기로 집에 복귀를 하게 되셨다. 아마, 아내분이 결혼식에 함께 참석해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문제는 사돈집에서 이종X씨가 노숙생활을 해오셨음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결혼은 파혼이 되었고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긴채 다시 노숙생활을 하다가 쉼터에 입소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병원에 입원을 한후 며칠만에 돌아가셨고 돌아가신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이종X씨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이종X씨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다고 했다. 집에서 그분 앞으로 사망보험을 들어놓았고 이번에 돌아가시면서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고 한다. 금액이 4,000만원이 넘다보니 보험사 직원도 상황을 파악하러 다니는 중이었고 노숙생활을 해오신 것을 알게 되어 우리 쉼터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막상 그 얘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사실상 집에서 내쫓다시피 한 분에게 사망보험을 들어놓았다니...노숙을 하고, 쉼터에 입소를 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고, 돌아가셔도 전화 한 통도 없던 사람들이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니...본인은 알고 있었을까? 자기 앞으로 수천만원대의 보험금이 걸려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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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10 여회 2013/01/25
지적장애 2급, 33살 이영X씨가 쉼터 입소 4개월만에 가평에 있는 꽃동네로 갔다. 지적장애가 있고 나이가 어려서 신경을 써왔는데 아무 말 없이 안 들어와서 걱정을 하던 참이었다. 나흘만에 가평 군청에서 전화가 와서 꽃동네에 입소하려고 하는데 우리 쉼터에서 퇴소를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혹시나 길을 잃어서 갔을수도 있어서 본인과 통화를 했고, 그곳에서 생활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처음 우리 쉼터에 왔을때 부모님과 통화를 했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들 걱정은 커녕 귀찮다는 말투였다. 당시에는 이해가 안되었지만 이제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열 번 이상 가출을 했다고 하니...가출만 하면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줘서 핸드폰 요금도 수백만원에 달한다.
이제 좀 적응을 하는가 싶더니 또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무덤덤하시다. 그런 세월을 오래 산 모양이다. 쉼터에서도 많이 신경써주었는데 이렇게 되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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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교체 2013/02/04
우리 쉼터 겨울나기는 독특하다. 나무를 때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나무냐고 생각하겠지만 청량리 한복판에 윤락가가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우리쉼터가 있고 그곳에서 24시간 나무를 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1월이 되면 겨울동안 쓸 나무들을 물색하고 부지런히 차로 실어나른다. 몰론 담당구청이나 녹지과의 허락을 받고 하는 일이다. 쉼터뒤편에 쌓아놓은 나무는 수시로 자르고 쪼개서 보일러실로 옮기게 되고 보일러실에서는 하루 24시간 나무를 때게 된다.
단순해 보이는 이 작업이 실상은 아주 많은 인력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먼저 나무를 해오는 팀이 있다. 굵은 통나무는 둘이 들기도 버겁다. 1톤 트럭에 실어서 쉼터 뒤편에 쌓아놓으면 그걸 도끼로 쪼개고 전기톱으로 자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전문인력들이 하게 되는데 쉼터에서도 일을 잘하시는 분들이 하고 있다. 다음으로 재단된 나무를 보일러실까지 운반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외부에서 오시는 자원봉사자들이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쉼터에 계신 분들이 하신다. 이렇게 해서 보일러실까지 운반된 나무는 24시간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사용된다. 물론 이 일을 하는 분들도 따로 계신다. 겨울철이 되면 이 작업만해도 보통일이 아니다.
쉼터 특성상 겨울철이 되면 보일러를 밤낮으로 가동해야 한다. 낮에도 방에 계신 분들이 많고, 연세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아서 불을 안 땔수가 없다. 아예 3교대 혹은 2교대로 보일러실을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보일러에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는데 4~5년이 되면 교체를 해야하는 상태가 된다. 이번에도 보일러 온수통이 새기 시작해서 교체를 했는데 금액도 금액이지만 보일러 덩치가 크고 쉼터입구가 좁아서 교체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요 며칠 날씨가 좋아서 다행인데 추워지면 나무뿐만 아니라 기름도 함께 때야 한다. 이 모든 일에 자원해서 수고해 주시는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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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사나이 2013/02/08
50대로 보이는 분이 이 추운날 거리에 계신 것을 보고 쉼터로 모시고 오셨다. 막상 입소를 하려고 하니 이름을 모른다고 한다. 당연히 주민번호도 모르고. 뭔가 숨기려는 것 같아서 이리저리 캐 묻는데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 같지도 않은데 이름을 모르다니 이해가 안 되었다. 게다가 항문수축에 문제가 있어서 변을 가누지 못한다. 기저귀를 차고 계신데 거리의 천사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다른 시설에 들어가려고 지문조회도 두 차례나 했다고 하는데도 확인이 안 되었다고 한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날씨도 춥고, 몸도 불편하신 분이라 명절기간동안은 모시고 있기로 했다.
문제는 오신지 몇시간도 안되었는데 벌써 기저귀를 네 장이나 갈았다는 것이다. 이름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기저귀 충당도 문제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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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대책 2013/02/08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파 비상이다. 전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시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리 노숙인들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거리에서 동사하는 경우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매일 순찰을 하고, 거리 상담을 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문제가 생기곤 한다. 춥다보니 공원 화장실이나 밀폐된 장소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술을 먹은 상태로 주무셔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걸 막기 위해 서울시, 구청, 쉼터, 경찰서는 주야로 순찰을 하며 입소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쉼터는 그들을 받을 만큼 여건이 되지 못한다.
최고의 추위를 앞두고 관계기관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어서 인명피해를 최대한 막고 있지만 겨울철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권을 내세워 거리에서 자는 것도 막을 수 없다면 거리 노숙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진다. 무엇이 그들을 위한 인권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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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구정명절 2013/02/13
이번 명절은 금융감독원과 금융기관이 한국구세군과 함께 지원하는 '아름다운 나눔'사업에 선정되어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총3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이 전달되었고 그것으로 명절기간동안 과일과 간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번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가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쉼터에서 함께 먹거리를 나누며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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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먹었어요. 2013/02/13
술 냄새, 소변냄새가 진동을 하는데도 술을 안 먹었다며 억지를 부린다. 몸을 씻고 주무시도록 해드리겠다고 해도 깨끗하다고 한다. 겨우겨우 설득해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히고, 방에서 쉬도록 했더니 그새 나가서 또 술을 먹고 왔다. 몸이 아파서 병원보내달라는 사람이 술 먹을 정신은 있나보다. 그 전날 저녁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와서 119에 112까지 불러서 병원에 보내드렸는데 그 때뿐이다.
겨울이 되면서 술 먹고 거리에서 동사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기관들이 애쓰고 있는데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아예 술을 먹고 쉼터에 쉬러 오는 사람까지 있다. 강제적인 규정이 없어서 이런 사람들은 대책이 없다.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것 뿐만 아니라 본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생활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우리로서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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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자원봉사자 감사장 수여 2013/02/13
작년 한 해 동안도 많은 분들이 우리 쉼터에 오셔서 봉사를 해 주셨습니다. 총 3,000분 가량이 쉼터를 찾아주셨고, 주방을 비롯하여 사무실, 청소, 나무작업, 소식지작업 등 많은 일들을 도와주셨습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쉼터를 찾아주셔서 하반기부터는 홈페이지 예약제를 운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자원봉사자 감사장은 201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봉사해 주신 개인 7분과 단체2팀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올해도 더욱 많은 도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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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원자의 편지 2013/02/15
감사합니다. 더욱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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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 시설점검 2013/02/27
이 맘때 즈음이면 해빙기 시설점검이 있다. 겨우내 얼었던 건물과 시설들이 녹으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건물 누수현상이나 갈라짐 현상, 화재 관련 점검 뿐만 아니라 날씨가 풀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가지각색일 수 있다.
하지만 건물보다 더 눈에 띄게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바로 음주문제다. 겨울 동안 참았던 알코올의 유혹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다들 잘 참아왔는데 한 번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나보다. 쉼터에서도 겨울동안 느슨했던 알코올 문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일은 주변에서 잡아줘야 한다. 그것이 전체를 위하는 길이요 그 사람을 위하는 길이다.
진짜 해빙기 시설점검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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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방으로 일하러 갑니다. 2013/02/27
"지금 지방으로 일하러 가야해서 퇴소하려고요."
황XX씨(59세)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일자리 구하셨어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잘 몰라요. 그 사람이 알죠."
-"그 사람이 누군데요?"
"아는 친구요. 제기동 있는데서 만났어요"
-"친구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그게...."
-"일은 어떤 일인데요?"
".............."
아직 치매소견은 나오지 않았지만 알코올성 치매가 있어보이는 분이다. 설명을 해도 잘 알아듣지를 못하고 본인 생각만 말씀하신다. 얼마전에 명의도용도 당할 뻔 한 적이 있어서 이래저래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일하러 간다며 퇴소하겠다니 어쩌겠는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오세요. 내일까지는 퇴소시키지 않을께요"
"네, 고맙습니다."
또 누구에게 속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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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쉼터 수준 2013/03/18
초창기 쉼터의 모습에 비하면 지금 쉼터 모습은 일반 가정집과 다르지 않을 정도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내 집이라는 주인의식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해도 술과 폭력,폭언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제는 보기힘든 일이 되었다. 자발적으로 조심하고,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키고, 자발적으로 예배도 참여한다. 이러기까지 정말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방을 책임지고 있는 실장과 방에서 솔선수범하는 분들의 수고가 컸다. 내 가족처럼 챙기고, 돌봐주고, 간섭하는 수고가 쌓여서 오늘의 쉼터를 이루었다. 한 사람을 변화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 사역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밥 한끼 먹여서 내 보내면 끝이 아니다. 쉼터에 입소하는 순간 그의 모든 것을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쉼터는 잘 씻지 않는 사람들과 전쟁이다. 노숙하던 습관과 상관없이 씻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두 사람때문에 방 전체에 냄새가 진동한다. 잔소리를 하고 귀찮게 해도 그 때뿐이다. 어떤 사람은 욕실까지 가서 물만 묻히고 온다. 지난 주, 급기야 담임목사님께서는 잘 씻지 않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직접 씻기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애들도 아니고, 목욕까지 씻겨줘야하다니 한심스럽지만 자극제가 될 거다.
이것을 보며 쉼터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같으면 씻고 안씻고는 문제도 아니었는데 이제 이런 문제까지 쉼터가 다루게 되었으니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음이 분명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쉼터에서도 각종 사업을 이 부분에 맞추어 진행했었다. 호실들 이불 및 베개를 교체해주고, 운동화세탁 전문점과 연계해서 운동화 세탁을 수시로 하고 있고, 지하숙소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으며, 목욕비를 지원하고, 운동화와 옷가지를 수시로 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와 세탁과 간물함정리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비록 건물은 낡고 시설은 노숙인쉼터지만 내부까지 그렇지는 않다.
이번에 서울시에서는 오래된 장판을 교체해 주는 사업을 해 주겠다고 한다. 쉼터설립 이후 처음 교체하는 일이다. 그만큼 낡고 오래되었다. 군데군데 테이프로 붙여놓은 것이 세월을 느끼게 한다. 이번 장판교체가 이루어지면 한층더 밝은 쉼터의 모습을 기대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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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당 2013/03/18
지난 주 토요일, 그리고 오늘 두 번씩이나 119에 의해 실려간 황XX(69세)씨가 계시다. 이유는 저혈당때문이다. 불안,초조와 함께 횡설수설하고, 감정이 격해지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된다. 오늘은 변까지 보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쉼터에 계신 분들 중 당뇨가 있으신 분들이 꽤 있지만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 분같은 경우는 먹는 것에 문제가 많다. 쉼터에 비치해 놓은 던킨 빵을 수시로 드시는가 하면 식사는 제대로 안 하고, 인슐린에 의존하시다보니 혈당이 오르락 내리락 불규칙적이다. 여러 번 말씀을 드려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 먹는 문제다. 당뇨환자분들에게는 먹고 싶은 걸 조절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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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무제한 2013/04/04
술을 무제한으로 준다면 희소식일까? 40대 초반의 강문X씨가 요양병원에 보내달라며 찾아왔다. 전에 계셨던 분이라 기록지를 살펴보니 주량이 술 무제한으로 되어 있었다. 보통 주량을 말하라면 소주1병, 혹은 2~3병이고 많이 드시는 분들은 소주5병도 있고 그보다 더 많으면 '多'를 기록한다. 그런데 이분은 무제한으로 적혀있다. 술을 무제한으로 드시면 어떻게 될까? 젊은 분인데도 뇌기능이 아주 떨어져보였다. 거동도 느리고, 말도 느리고, 반응도 느렸다. 병원기록을 보니 입퇴원이 잦았다. 힘들면 입원하고 살만하면 퇴원하는 것 같았다. 정말 술로 인해 폐해는 상상을 초원한다. 직장을 잃고, 가정을 잃고, 건강을 잃도록하는 주범이 술이다. 그 사회적 비용을 계산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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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집회/하늘소망교회 쉼터개원/서울메트로 쌀후원 20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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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후원 2013/04/19
새물결새은혜교회(문호주목사)에서 가나안쉼터에 생필품 세트 300여개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티셔츠와 수건,속옷.칫솔,치약,비누,양말 등을 일일이 비닐팩에 담아서 보내주셨는데 이렇게 푸짐한 세트는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쉼터에 계신 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져있어서 다들 너무 좋아들 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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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진짜 모습 2013/04/28
겉으로 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가 어렵다. 때로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쉼터에 와서 열심히 생활하는 것을 볼때면 기대를 하게 되고 신뢰를 하게 된다. 전에 어떻게 살았던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를 쉼터에서 만난 순간부터 알아가게 된다. 상담을 통해 과거를 듣지만 과거는 과거일뿐이다. 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그 모습을 그의 전부로 알게 된다. 문제는 어느 순간 그의 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환상이 깨져버리고 왜 여기까지 오게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환상이 깨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돈과 권력이다. 돈이 없을때의 모습과 돈이 있을때의 모습이 180도 바뀌는 경우가 많고, 짬밥이 생기면서 권력이 주어질때 보이는 모습이 또 다르다. 흔히 완장을 채워주면 상대방의 참 모습을 보게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쉼터에서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 역시 돈과 권력이 주어질때 자신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대기방에서 어제까지 몇 달동안을 열심히 봉사하며 지내던 사람이 있다. 새로 들어오는 입소자들 목욕도 시키고, 청소도 하고, 주방에서 봉사도 하며 열심히 쉼터 일을 도왔다. 그래서 자활근로를 시켜주고 용돈이라도 주려했는데 첫달 임금을 받자 마자 오늘 퇴소를 하겠다며 전화가 왔다.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방 사람들에게 열심히 봉사하며 있겠다고 말했다는데 하루사이에 마음이 바뀌었다. 아마 자신도 그런 자신을 몰랐으리라. 기껏해야 30 여만원 받은 것 뿐인데,,,
늘 한결같은 모습이야말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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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교회에서는 받아 줄거예요 2013/05/01
우리 쉼터에 3년 정도 계셨던 이동X(55세)씨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며 전화가 왔다. 2010년에 퇴소를 한 뒤 연락이 없었는데 누님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내용을 들어보니 혈액암과 당뇨로 인해 병원에서도 치료가 불가하다며 집으로 모시고 가라해서 집에 와 있는 상태고, 하루에도 열댓번씩 설사를 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먹는 것도 없이 무슨 힘으로 버티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는데 임종이라도 지키겠다며 집에서 간병을 하고 계신 누님이 대단해 보였다.
우리 쪽에 전화를 한 것은 이동X씨가 우리 교회로 보내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가려서 어디도 갈 수 없다고 설득해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가나안교회는 받아 줄거라며 억지를 부린다며 전화를 바꿔 줄테니 단호하게 거절하라고 했다.
전화목소리를 들으니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들에게 간다며 퇴소한지가 3년도 안되었는데 임종을 앞두고 있다니 안타까웠다. 가나안교회에 있고 싶다며 부탁하는 걸 불가능한 일이라고 거절했다. 옆에서 신경써주는 누님이 계신 집에 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해주니 본인도 포기하는 눈치였다. 믿는 누님 덕에 집에서 임종을 하는 것도 복이라 할 수 있다. 임종을 지켜볼 사람도 없이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동생이 천국에 가기까지 곁에서 지켜주겠다는 누님의 말씀을 들으니 고맙고 감사했다. 부디 평안히 주님 품에 안기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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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부터 무료급식을 중단합니다. 2013/05/01
지난 2007년 8월 1일 무료급식 중단 공고가 나간 후 6년만에 같은 공고가 나갔다. 처음에는 한 두 사람으로 시작되었던 무료급식이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더니 2007년 중단공고가 나갈즈음에는 건물뒤까지 줄을 설 정도가 되었다. 하루 1,000여명이 식사를 할 정도로 식사인원이 많아졌고, 좁은 계단에 두 종류의 줄이 늘어섰었다. 한 줄은 지하숙소에서부터 올라오는 쉼터에 계신 분들의 줄이고, 한 줄은 바깥에서부터 올라오는 식사만 하러 오는 줄이었다. 당연히 그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금전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식사하는 사람들 간의 다툼이 잦았고 식기 봉사하는 분들의 고생이 심했다. 구청에서는 쉼터에 계신 분들을 위해 쓰라고 주는 보조금으로 무료급식하는 걸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한 사람이라도 입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료급식을 해왔지만 식사만 할 뿐 입소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오랜 고심끝에 무료급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한달간의 공고끝에 2007년 8월 1일 무료급식을 중단했다. 대부분 진짜 거리 노숙인들은 별로 없고 한끼 식사를 때우려고 오는 분들이 많아서 중단과 동시에 식사하러 오는 분들은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이후 또 한명, 두명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생겼고, 식사하러 오는 분들에게 일일이 뭐라 할 수 없어서 내버려두다보니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한동안 대여섯 분이 식사하러 오시더니 점점 많아져서 왠만한 쉼터 인원 만큼 숫자가 늘었다. 정말 식사가 필요한 분들에게 식사 쿠폰도 나누어주는 등 나름 대책을 강구했지만 20명, 30명, 40명 늘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연히 밥이 떨어질때가 자주 있었고 입소해 계신 분들이 못 드시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또 다시 무료급식 중단을 공고했고 오늘부터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청량리에는 무료급식소가 있어서 그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점심 한 끼만 제공하다보니 이쪽으로 오는 분들이 꽤 계시다. 담임 목사님은 쉼터의 취지를 충분히 알려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하신다. 쉼터에 입소해서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라는 것이다. 공고를 붙힌 후 오늘 처음 시행했는데 예상 외로 오시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정말 노숙을 하고, 식사를 못하시는 분들은 상담을 통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별도로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은 2007년도 무료급식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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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쉼터별체육대회 2013/05/13
지난 5월 9일 서울시 쉼터별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체육대회는 명랑운동회가 추가되어 총 6개의 종목으로 치뤄졌습니다. 우리 쉼터는 축구, 800릴레이,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제기차기, 피구 등 6개의 종목 중 여성쉼터만 참여하는 피구를 제외한 전 종목에 참여하여 2종목 우승, 1종목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릴레이 우승,명랑운동회 우승, 줄다리기 준우승입니다. 제기차기에서도 123개를 차서 124개를 찬 준우승 팀과 단 한개차이로 순위에 들지를 못했습니다. 이번 우승 팀에는 우승 트로피와 자전거, 식사티켓 등 푸짐한 부상도 주어졌습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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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덜 고픈가보죠. 2013/05/15
5월 1일부터 외부에서 오는 분들에게 무료급식을 중단한 뒤 숫자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피치못하게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에게는 상담을 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록을 남기고 지속적으로 입소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제도 두 분이 저녁을 드시기 위해 서 있는 걸 상담을 먼저 한 후에 식사를 하시라고 했다. 두 분이 같이 오셨는데 한 분은 상담을 한 후 식사하셨고, 한 분은 그냥 가버리셨다.
-"같이 오신 분은 왜 가셨죠?"
"쪽팔려서 상담을 못하겠나보죠."
-"몇 가지 기록만 하면 되는데요."
"아직 배가 덜 고픈가보죠."
일용직을 하다가 일이 없을때면 와서 식사를 하시겠다고 한다. 우리 쉼터에 입소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게 되거나 일자리가 없어져서 오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든 쉼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 분들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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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파티 2013/05/22
모처럼 다양한 과자 후원이 들어왔다. 후원들어온 과자 일부만 뜯어놓았는데도 산더미 같이 쌓였다. 각종 과자를 한 박스씩 담아서 호실별로 나누어 주었으니 오늘 저녁은 호실마다 과자파티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천연색색 과자들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쉼터에서는 보기힘든 모습이다. 과일이나 빵, 음료수 등의 후원은 종종 있지만 과자를 이렇게 많이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후원해 주신 업체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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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치매 2013/05/23
한달 즈음 전에 경찰에서 한 분을 모시고 왔다. 난간을 붙잡고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다음날 병원을 보내드린 후, 몇 주간 입원 후 퇴원하셨는데 전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문제는 이 분이 심각한 치매증상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 연세가 56세 밖에 안 되었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조차 모른다. 며칠동안은 매번 식사하는 장소도 못 찾아서 헤매기 일쑤였다. 형님이 있다고 해서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형님도 투석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형님은 동생이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괜찮다며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알코올이 워낙 심한 분이라 틈만 나면 술을 먹었다. 몸이 망가지고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데도 그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 일단 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한 뒤 적당한 병원으로 연계하려고 하지만 그때까지 계속 계실지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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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화려한 사회복지 2013/05/24
쉼터에 입소했으나 정식 입소절차를 밟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 인적사항이 틀리기 때문이다. 주민번호를 잘 모르신다. 경찰서 과학수사대에서 지문조회를 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당사자도 주민번호를 찾는데 협조적이지 않다보니 애로사항이 많다. 머리를 크게 다쳐서 말도 어눌하고 몸도 불편하다. 그러던 중, 30여년 전에 살던 주소와 본적지 그리고 아버지,어머니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부산쪽이었는데 이제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살던 주소지 동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답변은 '알려줄 수 없다'였다. 그러면서 공문을 가지고 현 거주지 동사무소에 문의하면 알려줄 거라고 했다. 그래서 공문까지 첨부해서 동사무소에 찾아갔지만 안 된다는 답변이었다. 오히려 부산쪽 동사무소에 문의를 하라고 했다.
다시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지만 안된다는 같은 대답뿐이었다. 그러면서 당사자에게 직접 방문하라는 말을 했다. 머리를 크게 다쳐서 한쪽이 함몰되다시피 하신데다가 거동도 불편하신 분에게 직접 오라는 것이었다. 주민증도 없는 분인데 당사자 확인을 어떻게 하려고 하냐니까 아무말 못한다.
주민번호는 안 가르쳐줘도 좋으니까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그것도 못해주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 시설에서는 호적을 새로 만들어야 할 판인데 그 정도도 못 해 주겠다니...오로지 자기들이 책임만 안지면 그만이다. 요즘엔 인적사항을 검색만 해도 기록에 남는다나...그 정도도 안하려면 그 자리에 왜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경찰을 통해 자기들쪽에 의뢰하면 고려해 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지문 감정을 했던 과학수사대에 요청했다. 그랬더니 탐탁치 않은 소리로 자기들은 지문감정만 한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인권일까? 이분은 노령연금을 타실 나이가 되었고 건강상 기초생활수급이 가능한 분이지만 주민번호를 몰라서 못하고 계시다. 이런 분을 돕는 것이 인권이 아닐까? 사회복지는 점점 발달하고 있는데 십자가는 아무도 안 지려하니 겉만 화려한 사회복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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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맞추라 2013/05/24
작년 이맘때에 노숙인 법이 생기면서 시설 재신고 문제가 대두되었다. 법에 따르면 시설소유의 건물이어야 하고, 노유자시설이어야 하며, 인원당 면적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는 셋 중 아무것도 해당되는 것이 없다. 자가건물은 커녕 월세 450만원씩 교회에서 내고 산다. 노유자시설은 커녕 다방, 당구장 등을 하던 588 윤락가 한 복판의 근린생활시설이다. 인원당 면적기준 충족은 커녕 다락까지 매어 살고 있다. 그렇게 그 자리에 있은지가 27년이요, 노숙인 쉼터를 본격적으로 한지는 16년이다. 그동안 담임목사님은 모든 걸 바쳐서 지금의 쉼터를 일구었다. 내일을 모른채 오늘 하루 살면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로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
교회가 이 사역을 하면서 있던 성도들도 다 떠났다. 200명이나 되던 성도들, 우리의 형제요 자매였던 그들이 교회를 떠날때마다 우리의 가슴은 미어졌다. 성도들이 떠난 자리가 노숙인으로 채워졌고 이제 그들이 우리의 형제가 되었다. 그들을 위해 16년을 또 바쳤다. 아무도 책임지려하지 않는 그들을 품에 안고 오늘까지 살아왔다. 겨울이면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떼면서도 우리는 만족하게 살아왔다. 항상 정원은 넘어있는 상태였고, 시설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지만 목사님은 찾아오는 사람을 내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서울시에 지원을 요청하기는 커녕 450만원의 월세를 내며 오늘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법에 맞추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
현재 지하숙소는 서울시 임대로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자가건물이 아니더라도 서울시 지원 임대라면 인정해주겠다고 한다. 지하숙소만 인정해 준다는 얘기다. 그대로라면 정원이 40명이 되어 버린다. 나머지는 어디로 가라고...서울시는 우리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다. 월세 450만원 내면서 사는 우리에게 대책을 마련하란다. 200명의 노숙인들을 데리고 사는 우리에게 대책을 마련하란다. 대책이 있었으면 벌써 그렇게 했을것을.
확실히 법이란 공정하다. 봐주지 않으니까.
588 재개발한다고 떠들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법하나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추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서라도 법의 기준에 맞추어야 할 판이다.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이 이런 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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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려고요 2013/06/05
새벽6시, 다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분이 복도에서 식판을 바닥에 놓은채 쳐다보고 계셨다. 자세히 보니 노숙하시는 강XX씨였다. 뭐하냐고 물으니 밥을 싸가려고 한다는 거였다. 검은 비닐봉투를 옆에 펼쳐놓은 것을 보니 거기에 담으려는 것 같았다. 이것 저것 물품들이 들어있어서 본인도 어떻게 담아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식사하시지 왜 가져가시려고요?"
-"밥이 안 먹혀요."
매일 술만 드시다 보니 속에서 밥을 안 받는 모양이다.
"그러면 이따가 점심에 와서 드세요. 이걸 어떻게 싸가려고요?"
-"같이 사는 마누라 갔다 주려고..."
실제부부는 아니고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만난 사이 같은데 밥까지 챙겨주려나 보다. 지켜보시던 실장님 한 분이 비닐팩에 밥따로 반찬따로 담아드려서 가져가긴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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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계약 2013/06/05
오늘 2층 사무실 뒤편의 나머지 부분을 임대계약했다. 지난 3년 동안 이곳을 얻기 위해 기도해왔는데 이제야 그 뜻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우리는 이곳을 얻어서 거리 노숙인들을 위한 본격적인 사역을 준비하고자 했다.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거리에서 노숙하는 분들이 와도 제대로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거리 노숙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알코올중독자여서 쉼터에 계신 분들과 섞어 놓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지하에서부터 식사하러 오르내리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2층 60평을 얻고자 한 것이다.
이번 임대 장소는 일시보호시설 개념으로 운영이 될 것이다. 누구든 와서 쉴 수 있고, 잘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운영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임대계약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월세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미 교회가 내고 있는 임대료가 매월 450만원이다. 교회에서 더 부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새로 얻는 장소의 임대료는 직원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다들 어려운 형편이지만 중앙에 서 있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희생하면서 쉼터에 계신 분들도 많이 동참하고 계신다.
우리는 어려운 때를 살아가고 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건물주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건물을 비워달라고 계속 통보를 해왔었고, 재개발로 인해 시행사측에서는 우리를 코너로 몰아부쳤으며, 구청에서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력을 가해왔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나머지 건물마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명실상부 지하와 2층과 3층 전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담임목사님의 말씀처럼 매년 의자 한 개라도 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을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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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확장공사 2013/06/13
6월 5일 2층 나머지부분을 계약한 후 7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벽을 허물고 칸막이들을 제거하고 나니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모든 일은 쉼터에 계신 분들이 나서서 하고 계신다. 벽을 부수는 일부터 부서진 벽돌들을 자루에 담아서 일일이 옮기는 것까지 자신의 일처럼 하고 계신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일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 확장공사와 더불어 복층으로 사용하고 있던 부분도 철거를 했다. 그동안 입소인원이 많아서 복층을 만들어 사용했었는데 이 부분이 불법건축물로 등재되어 있어서 철거를 하게 되었다. 다락을 사용하던 구역이 아래로 내려오고 대기방은 새로 확장된 공간으로 옮기게 된다. 다들 전보다 훨씬 나아진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하고 있다. 아직 마무리가 되려면 페인트칠과 전기공사와 소방부분이 남아 있어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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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해져가는 세상 2013/06/14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두달 전 입소한 임XX씨가 알고보니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해서 생활하고 있었다. 입소할 때 신분증을 분실했다고 해서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오늘 실제 임XX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쉼터에 입소를 하면 각종 복지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실명이 등록되게 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복지부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인지 확인해서 이중지원이 되지 않도록 수급을 중단시키게 되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통지가 되었는데 사업체도 운영하며 멀쩡히 잘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 노숙인 쉼터에 있다고 하니까 화가나서 전화를 한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서 계속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빨리 해결하라고 했다. 마치 우리도 공범인냥 몰아부치는 것이 지나칠 정도였다.
본인 말로는 자기 이름을 사칭하고 다니는 그 사람은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이고, 절도를 일삼아서 매번 자신이 경찰서에 불려다닌다고 했다. 본인 이름과 주민번호를 사용할 정도면 아는 사람일거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명의도용이 명백한 거 같아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임XX씨는 두달 동안 생활하면서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잘 생활해서 봉사하며 대기방에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남의 이름을 사용하여 피해를 입히고 있는이상 여기서 매듭을 지어야 할 거 같았다. 112에 사정을 얘기한 후 도움을 청했고 경찰들이 온 후 사무실에서 체포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임XX씨가 명의도용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대상이 동생이었다. 자기 동생 이름과 주민번호를 가지고 생활해 온 것이다. 경찰이 실제 이름과 주민번호로 조회를 해 보니 수배중인 건 수가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던 거 같다. 동생분에게 전화를 해서 형님이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정말 어이없었다. 동생이라는 분도 형이 그러고 다니는 것을 알면서 형을 경찰에 넘기도록 한 것이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이냐고 몇 번을 물었건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범죄자 취급을 하더니 결국 집안싸움이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피해를 본 줄 아냐며 선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기가막히기도 했지만 임XX씨를 도와주고픈 마음에서 명의도용 건은 빼자고 했다. 수배 건만 해도 죄 값을 치를 테니까 앞으로는 본인 이름으로 입소해서 생활하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번 일처리를 하면서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감을 느낀다. 가족이 가족을 책임지지 않을수록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사회복지가 발달한다는 것은 역으로 가족관계망이 약화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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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확장공사 마무리 중 2013/06/25
쉼터 확장공사가 마무리중에 있다. 페인트칠과 바닥공사가 다 끝났고 전기공사와 화장실공사가 진행중이다.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재를 붙이고 나니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2층침대 20대를 설치하고, 사물함을 비치해 놓으니 왠만큼 정리가 끝난 느낌이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새로 꾸민 대기실에서 새로 입소하는 분들을 맞이하고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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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을 위한 구국기도회 및 동대문지역 복음화성회 2013/06/25
6.25를 즈음하여 평화통일을 위한 구국기도회가 동대문 구민회관에서 있었다. 이번 구국기도회에는 동대문지역 교회들과 구청장을 비롯하여 500여분의 성도들이 참여했고 우리 교회에서는 아둘람찬양단이 초청을 받아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번 아둘람찬양단은 담임 목사님의 특별한 지시로 나비넥타이를 착용했고 총 29명이 참여했다.
파주에 짓고 있는 희망의집 준공감사예배가 지난 12월 22일에 있었다. 아직 준공검사는 완료되지 않았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예배를 먼저 드리기로 한 것이다. 이날 예배는 가나안교회 식구들과 외부손님 등 총 200여분이 참여한 가운데 풍성하게 드려졌고 특별히 자니윤씨 부부가 참여하여 축하를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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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전야행사 2013/01/08
올해도 성탄절을 맞아 전야행사가 있었다. 주일학교, 학생부, 청년회, 남전도회, 여전도회가 각기 한 두 가지씩 준비해서 행사를 준비하는데 올해는 주일학교에서 찬양, 율동뿐만 아니라 성극도 준비했고, 여전도회에서는 워십을, 청년부에서는 워십을, 학생부에서는 인형극을 각기 준비했다. 무엇보다 남전도회에서는 매년 성극을 하고 있는데 올해 역시 새로운 쉼터 형제들과 함께 멋진 성극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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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파들의 줄줄이 입소 2013/01/21
청량리 역전에서 오래동안 노숙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는 이분들을 역전파라 부른다. 입소는 하지 않고 가끔 식사하러 오시고, 옷가지를 달라고 오신다. 물론 항상 술에 취해 있고 역전이나 롯데백화점 근처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다. 그런지가 10여년도 더 되었으니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올 겨울은 견디기 어려운가보다. 역전파들이 하나, 둘 입소하고 있다. 추위도 추위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 예전처럼 소주 몇 병으로 버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만큼 나이도 들었고 몸도 축나있다. 이제 모든 걸 털고 새롭게 시작할 만도 한데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나갈 사람들이다. 겨울이라도 잘 지내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벌써 술을 먹고 방사람들과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그놈의 술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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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2013/01/23
작년12월 6일 이종X씨(62세) 돌아가셨다. 쉼터에 입소한지 두 달 만이다. 식욕도 없고 몸에서 음식을 받지 않는다며 식사를 잘 못하셨는데 병원검진 결과 식도암 말기로 판정이 났다. 우리 쉼터에는 두 번째 입소였는데 이번에 입소하실때는 집에 계시다가 입소를 하셔서 상황이 궁긍했다. 본인 말로는 집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이종X씨는 가족이 있지만 이혼한 상태이고, 2남 2녀를 둔 가장이다. 그런데 작년 초에 딸이 결혼을 하는 계기로 집에 복귀를 하게 되셨다. 아마, 아내분이 결혼식에 함께 참석해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문제는 사돈집에서 이종X씨가 노숙생활을 해오셨음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결혼은 파혼이 되었고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긴채 다시 노숙생활을 하다가 쉼터에 입소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병원에 입원을 한후 며칠만에 돌아가셨고 돌아가신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이종X씨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이종X씨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다고 했다. 집에서 그분 앞으로 사망보험을 들어놓았고 이번에 돌아가시면서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고 한다. 금액이 4,000만원이 넘다보니 보험사 직원도 상황을 파악하러 다니는 중이었고 노숙생활을 해오신 것을 알게 되어 우리 쉼터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막상 그 얘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사실상 집에서 내쫓다시피 한 분에게 사망보험을 들어놓았다니...노숙을 하고, 쉼터에 입소를 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고, 돌아가셔도 전화 한 통도 없던 사람들이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니...본인은 알고 있었을까? 자기 앞으로 수천만원대의 보험금이 걸려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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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10 여회 2013/01/25
지적장애 2급, 33살 이영X씨가 쉼터 입소 4개월만에 가평에 있는 꽃동네로 갔다. 지적장애가 있고 나이가 어려서 신경을 써왔는데 아무 말 없이 안 들어와서 걱정을 하던 참이었다. 나흘만에 가평 군청에서 전화가 와서 꽃동네에 입소하려고 하는데 우리 쉼터에서 퇴소를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혹시나 길을 잃어서 갔을수도 있어서 본인과 통화를 했고, 그곳에서 생활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처음 우리 쉼터에 왔을때 부모님과 통화를 했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들 걱정은 커녕 귀찮다는 말투였다. 당시에는 이해가 안되었지만 이제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열 번 이상 가출을 했다고 하니...가출만 하면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줘서 핸드폰 요금도 수백만원에 달한다.
이제 좀 적응을 하는가 싶더니 또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무덤덤하시다. 그런 세월을 오래 산 모양이다. 쉼터에서도 많이 신경써주었는데 이렇게 되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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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교체 2013/02/04
우리 쉼터 겨울나기는 독특하다. 나무를 때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나무냐고 생각하겠지만 청량리 한복판에 윤락가가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우리쉼터가 있고 그곳에서 24시간 나무를 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1월이 되면 겨울동안 쓸 나무들을 물색하고 부지런히 차로 실어나른다. 몰론 담당구청이나 녹지과의 허락을 받고 하는 일이다. 쉼터뒤편에 쌓아놓은 나무는 수시로 자르고 쪼개서 보일러실로 옮기게 되고 보일러실에서는 하루 24시간 나무를 때게 된다.
단순해 보이는 이 작업이 실상은 아주 많은 인력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먼저 나무를 해오는 팀이 있다. 굵은 통나무는 둘이 들기도 버겁다. 1톤 트럭에 실어서 쉼터 뒤편에 쌓아놓으면 그걸 도끼로 쪼개고 전기톱으로 자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전문인력들이 하게 되는데 쉼터에서도 일을 잘하시는 분들이 하고 있다. 다음으로 재단된 나무를 보일러실까지 운반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외부에서 오시는 자원봉사자들이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쉼터에 계신 분들이 하신다. 이렇게 해서 보일러실까지 운반된 나무는 24시간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사용된다. 물론 이 일을 하는 분들도 따로 계신다. 겨울철이 되면 이 작업만해도 보통일이 아니다.
쉼터 특성상 겨울철이 되면 보일러를 밤낮으로 가동해야 한다. 낮에도 방에 계신 분들이 많고, 연세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아서 불을 안 땔수가 없다. 아예 3교대 혹은 2교대로 보일러실을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보일러에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는데 4~5년이 되면 교체를 해야하는 상태가 된다. 이번에도 보일러 온수통이 새기 시작해서 교체를 했는데 금액도 금액이지만 보일러 덩치가 크고 쉼터입구가 좁아서 교체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요 며칠 날씨가 좋아서 다행인데 추워지면 나무뿐만 아니라 기름도 함께 때야 한다. 이 모든 일에 자원해서 수고해 주시는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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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사나이 2013/02/08
50대로 보이는 분이 이 추운날 거리에 계신 것을 보고 쉼터로 모시고 오셨다. 막상 입소를 하려고 하니 이름을 모른다고 한다. 당연히 주민번호도 모르고. 뭔가 숨기려는 것 같아서 이리저리 캐 묻는데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 같지도 않은데 이름을 모르다니 이해가 안 되었다. 게다가 항문수축에 문제가 있어서 변을 가누지 못한다. 기저귀를 차고 계신데 거리의 천사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다른 시설에 들어가려고 지문조회도 두 차례나 했다고 하는데도 확인이 안 되었다고 한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날씨도 춥고, 몸도 불편하신 분이라 명절기간동안은 모시고 있기로 했다.
문제는 오신지 몇시간도 안되었는데 벌써 기저귀를 네 장이나 갈았다는 것이다. 이름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기저귀 충당도 문제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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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대책 2013/02/08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파 비상이다. 전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시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리 노숙인들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거리에서 동사하는 경우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매일 순찰을 하고, 거리 상담을 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문제가 생기곤 한다. 춥다보니 공원 화장실이나 밀폐된 장소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술을 먹은 상태로 주무셔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걸 막기 위해 서울시, 구청, 쉼터, 경찰서는 주야로 순찰을 하며 입소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쉼터는 그들을 받을 만큼 여건이 되지 못한다.
최고의 추위를 앞두고 관계기관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어서 인명피해를 최대한 막고 있지만 겨울철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권을 내세워 거리에서 자는 것도 막을 수 없다면 거리 노숙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진다. 무엇이 그들을 위한 인권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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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구정명절 2013/02/13
이번 명절은 금융감독원과 금융기관이 한국구세군과 함께 지원하는 '아름다운 나눔'사업에 선정되어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총3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이 전달되었고 그것으로 명절기간동안 과일과 간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번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가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쉼터에서 함께 먹거리를 나누며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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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먹었어요. 2013/02/13
술 냄새, 소변냄새가 진동을 하는데도 술을 안 먹었다며 억지를 부린다. 몸을 씻고 주무시도록 해드리겠다고 해도 깨끗하다고 한다. 겨우겨우 설득해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히고, 방에서 쉬도록 했더니 그새 나가서 또 술을 먹고 왔다. 몸이 아파서 병원보내달라는 사람이 술 먹을 정신은 있나보다. 그 전날 저녁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와서 119에 112까지 불러서 병원에 보내드렸는데 그 때뿐이다.
겨울이 되면서 술 먹고 거리에서 동사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기관들이 애쓰고 있는데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아예 술을 먹고 쉼터에 쉬러 오는 사람까지 있다. 강제적인 규정이 없어서 이런 사람들은 대책이 없다.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것 뿐만 아니라 본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생활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우리로서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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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자원봉사자 감사장 수여 2013/02/13
작년 한 해 동안도 많은 분들이 우리 쉼터에 오셔서 봉사를 해 주셨습니다. 총 3,000분 가량이 쉼터를 찾아주셨고, 주방을 비롯하여 사무실, 청소, 나무작업, 소식지작업 등 많은 일들을 도와주셨습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쉼터를 찾아주셔서 하반기부터는 홈페이지 예약제를 운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자원봉사자 감사장은 201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봉사해 주신 개인 7분과 단체2팀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올해도 더욱 많은 도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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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원자의 편지 2013/02/15
감사합니다. 더욱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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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 시설점검 2013/02/27
이 맘때 즈음이면 해빙기 시설점검이 있다. 겨우내 얼었던 건물과 시설들이 녹으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건물 누수현상이나 갈라짐 현상, 화재 관련 점검 뿐만 아니라 날씨가 풀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가지각색일 수 있다.
하지만 건물보다 더 눈에 띄게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바로 음주문제다. 겨울 동안 참았던 알코올의 유혹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다들 잘 참아왔는데 한 번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나보다. 쉼터에서도 겨울동안 느슨했던 알코올 문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일은 주변에서 잡아줘야 한다. 그것이 전체를 위하는 길이요 그 사람을 위하는 길이다.
진짜 해빙기 시설점검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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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방으로 일하러 갑니다. 2013/02/27
"지금 지방으로 일하러 가야해서 퇴소하려고요."
황XX씨(59세)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일자리 구하셨어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잘 몰라요. 그 사람이 알죠."
-"그 사람이 누군데요?"
"아는 친구요. 제기동 있는데서 만났어요"
-"친구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그게...."
-"일은 어떤 일인데요?"
".............."
아직 치매소견은 나오지 않았지만 알코올성 치매가 있어보이는 분이다. 설명을 해도 잘 알아듣지를 못하고 본인 생각만 말씀하신다. 얼마전에 명의도용도 당할 뻔 한 적이 있어서 이래저래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일하러 간다며 퇴소하겠다니 어쩌겠는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오세요. 내일까지는 퇴소시키지 않을께요"
"네, 고맙습니다."
또 누구에게 속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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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쉼터 수준 2013/03/18
초창기 쉼터의 모습에 비하면 지금 쉼터 모습은 일반 가정집과 다르지 않을 정도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내 집이라는 주인의식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해도 술과 폭력,폭언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제는 보기힘든 일이 되었다. 자발적으로 조심하고,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키고, 자발적으로 예배도 참여한다. 이러기까지 정말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방을 책임지고 있는 실장과 방에서 솔선수범하는 분들의 수고가 컸다. 내 가족처럼 챙기고, 돌봐주고, 간섭하는 수고가 쌓여서 오늘의 쉼터를 이루었다. 한 사람을 변화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 사역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밥 한끼 먹여서 내 보내면 끝이 아니다. 쉼터에 입소하는 순간 그의 모든 것을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쉼터는 잘 씻지 않는 사람들과 전쟁이다. 노숙하던 습관과 상관없이 씻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두 사람때문에 방 전체에 냄새가 진동한다. 잔소리를 하고 귀찮게 해도 그 때뿐이다. 어떤 사람은 욕실까지 가서 물만 묻히고 온다. 지난 주, 급기야 담임목사님께서는 잘 씻지 않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직접 씻기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애들도 아니고, 목욕까지 씻겨줘야하다니 한심스럽지만 자극제가 될 거다.
이것을 보며 쉼터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같으면 씻고 안씻고는 문제도 아니었는데 이제 이런 문제까지 쉼터가 다루게 되었으니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음이 분명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쉼터에서도 각종 사업을 이 부분에 맞추어 진행했었다. 호실들 이불 및 베개를 교체해주고, 운동화세탁 전문점과 연계해서 운동화 세탁을 수시로 하고 있고, 지하숙소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으며, 목욕비를 지원하고, 운동화와 옷가지를 수시로 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와 세탁과 간물함정리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비록 건물은 낡고 시설은 노숙인쉼터지만 내부까지 그렇지는 않다.
이번에 서울시에서는 오래된 장판을 교체해 주는 사업을 해 주겠다고 한다. 쉼터설립 이후 처음 교체하는 일이다. 그만큼 낡고 오래되었다. 군데군데 테이프로 붙여놓은 것이 세월을 느끼게 한다. 이번 장판교체가 이루어지면 한층더 밝은 쉼터의 모습을 기대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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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당 2013/03/18
지난 주 토요일, 그리고 오늘 두 번씩이나 119에 의해 실려간 황XX(69세)씨가 계시다. 이유는 저혈당때문이다. 불안,초조와 함께 횡설수설하고, 감정이 격해지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된다. 오늘은 변까지 보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쉼터에 계신 분들 중 당뇨가 있으신 분들이 꽤 있지만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 분같은 경우는 먹는 것에 문제가 많다. 쉼터에 비치해 놓은 던킨 빵을 수시로 드시는가 하면 식사는 제대로 안 하고, 인슐린에 의존하시다보니 혈당이 오르락 내리락 불규칙적이다. 여러 번 말씀을 드려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 먹는 문제다. 당뇨환자분들에게는 먹고 싶은 걸 조절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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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무제한 2013/04/04
술을 무제한으로 준다면 희소식일까? 40대 초반의 강문X씨가 요양병원에 보내달라며 찾아왔다. 전에 계셨던 분이라 기록지를 살펴보니 주량이 술 무제한으로 되어 있었다. 보통 주량을 말하라면 소주1병, 혹은 2~3병이고 많이 드시는 분들은 소주5병도 있고 그보다 더 많으면 '多'를 기록한다. 그런데 이분은 무제한으로 적혀있다. 술을 무제한으로 드시면 어떻게 될까? 젊은 분인데도 뇌기능이 아주 떨어져보였다. 거동도 느리고, 말도 느리고, 반응도 느렸다. 병원기록을 보니 입퇴원이 잦았다. 힘들면 입원하고 살만하면 퇴원하는 것 같았다. 정말 술로 인해 폐해는 상상을 초원한다. 직장을 잃고, 가정을 잃고, 건강을 잃도록하는 주범이 술이다. 그 사회적 비용을 계산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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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집회/하늘소망교회 쉼터개원/서울메트로 쌀후원 20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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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후원 2013/04/19
새물결새은혜교회(문호주목사)에서 가나안쉼터에 생필품 세트 300여개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티셔츠와 수건,속옷.칫솔,치약,비누,양말 등을 일일이 비닐팩에 담아서 보내주셨는데 이렇게 푸짐한 세트는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쉼터에 계신 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져있어서 다들 너무 좋아들 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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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진짜 모습 2013/04/28
겉으로 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가 어렵다. 때로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쉼터에 와서 열심히 생활하는 것을 볼때면 기대를 하게 되고 신뢰를 하게 된다. 전에 어떻게 살았던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를 쉼터에서 만난 순간부터 알아가게 된다. 상담을 통해 과거를 듣지만 과거는 과거일뿐이다. 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그 모습을 그의 전부로 알게 된다. 문제는 어느 순간 그의 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환상이 깨져버리고 왜 여기까지 오게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환상이 깨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돈과 권력이다. 돈이 없을때의 모습과 돈이 있을때의 모습이 180도 바뀌는 경우가 많고, 짬밥이 생기면서 권력이 주어질때 보이는 모습이 또 다르다. 흔히 완장을 채워주면 상대방의 참 모습을 보게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쉼터에서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 역시 돈과 권력이 주어질때 자신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대기방에서 어제까지 몇 달동안을 열심히 봉사하며 지내던 사람이 있다. 새로 들어오는 입소자들 목욕도 시키고, 청소도 하고, 주방에서 봉사도 하며 열심히 쉼터 일을 도왔다. 그래서 자활근로를 시켜주고 용돈이라도 주려했는데 첫달 임금을 받자 마자 오늘 퇴소를 하겠다며 전화가 왔다.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방 사람들에게 열심히 봉사하며 있겠다고 말했다는데 하루사이에 마음이 바뀌었다. 아마 자신도 그런 자신을 몰랐으리라. 기껏해야 30 여만원 받은 것 뿐인데,,,
늘 한결같은 모습이야말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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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교회에서는 받아 줄거예요 2013/05/01
우리 쉼터에 3년 정도 계셨던 이동X(55세)씨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며 전화가 왔다. 2010년에 퇴소를 한 뒤 연락이 없었는데 누님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내용을 들어보니 혈액암과 당뇨로 인해 병원에서도 치료가 불가하다며 집으로 모시고 가라해서 집에 와 있는 상태고, 하루에도 열댓번씩 설사를 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먹는 것도 없이 무슨 힘으로 버티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는데 임종이라도 지키겠다며 집에서 간병을 하고 계신 누님이 대단해 보였다.
우리 쪽에 전화를 한 것은 이동X씨가 우리 교회로 보내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가려서 어디도 갈 수 없다고 설득해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가나안교회는 받아 줄거라며 억지를 부린다며 전화를 바꿔 줄테니 단호하게 거절하라고 했다.
전화목소리를 들으니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들에게 간다며 퇴소한지가 3년도 안되었는데 임종을 앞두고 있다니 안타까웠다. 가나안교회에 있고 싶다며 부탁하는 걸 불가능한 일이라고 거절했다. 옆에서 신경써주는 누님이 계신 집에 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해주니 본인도 포기하는 눈치였다. 믿는 누님 덕에 집에서 임종을 하는 것도 복이라 할 수 있다. 임종을 지켜볼 사람도 없이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동생이 천국에 가기까지 곁에서 지켜주겠다는 누님의 말씀을 들으니 고맙고 감사했다. 부디 평안히 주님 품에 안기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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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부터 무료급식을 중단합니다. 2013/05/01
지난 2007년 8월 1일 무료급식 중단 공고가 나간 후 6년만에 같은 공고가 나갔다. 처음에는 한 두 사람으로 시작되었던 무료급식이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더니 2007년 중단공고가 나갈즈음에는 건물뒤까지 줄을 설 정도가 되었다. 하루 1,000여명이 식사를 할 정도로 식사인원이 많아졌고, 좁은 계단에 두 종류의 줄이 늘어섰었다. 한 줄은 지하숙소에서부터 올라오는 쉼터에 계신 분들의 줄이고, 한 줄은 바깥에서부터 올라오는 식사만 하러 오는 줄이었다. 당연히 그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금전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식사하는 사람들 간의 다툼이 잦았고 식기 봉사하는 분들의 고생이 심했다. 구청에서는 쉼터에 계신 분들을 위해 쓰라고 주는 보조금으로 무료급식하는 걸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한 사람이라도 입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료급식을 해왔지만 식사만 할 뿐 입소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오랜 고심끝에 무료급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한달간의 공고끝에 2007년 8월 1일 무료급식을 중단했다. 대부분 진짜 거리 노숙인들은 별로 없고 한끼 식사를 때우려고 오는 분들이 많아서 중단과 동시에 식사하러 오는 분들은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이후 또 한명, 두명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생겼고, 식사하러 오는 분들에게 일일이 뭐라 할 수 없어서 내버려두다보니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한동안 대여섯 분이 식사하러 오시더니 점점 많아져서 왠만한 쉼터 인원 만큼 숫자가 늘었다. 정말 식사가 필요한 분들에게 식사 쿠폰도 나누어주는 등 나름 대책을 강구했지만 20명, 30명, 40명 늘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연히 밥이 떨어질때가 자주 있었고 입소해 계신 분들이 못 드시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또 다시 무료급식 중단을 공고했고 오늘부터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청량리에는 무료급식소가 있어서 그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점심 한 끼만 제공하다보니 이쪽으로 오는 분들이 꽤 계시다. 담임 목사님은 쉼터의 취지를 충분히 알려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하신다. 쉼터에 입소해서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라는 것이다. 공고를 붙힌 후 오늘 처음 시행했는데 예상 외로 오시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정말 노숙을 하고, 식사를 못하시는 분들은 상담을 통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별도로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은 2007년도 무료급식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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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쉼터별체육대회 2013/05/13
지난 5월 9일 서울시 쉼터별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체육대회는 명랑운동회가 추가되어 총 6개의 종목으로 치뤄졌습니다. 우리 쉼터는 축구, 800릴레이,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제기차기, 피구 등 6개의 종목 중 여성쉼터만 참여하는 피구를 제외한 전 종목에 참여하여 2종목 우승, 1종목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릴레이 우승,명랑운동회 우승, 줄다리기 준우승입니다. 제기차기에서도 123개를 차서 124개를 찬 준우승 팀과 단 한개차이로 순위에 들지를 못했습니다. 이번 우승 팀에는 우승 트로피와 자전거, 식사티켓 등 푸짐한 부상도 주어졌습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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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덜 고픈가보죠. 2013/05/15
5월 1일부터 외부에서 오는 분들에게 무료급식을 중단한 뒤 숫자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피치못하게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에게는 상담을 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록을 남기고 지속적으로 입소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제도 두 분이 저녁을 드시기 위해 서 있는 걸 상담을 먼저 한 후에 식사를 하시라고 했다. 두 분이 같이 오셨는데 한 분은 상담을 한 후 식사하셨고, 한 분은 그냥 가버리셨다.
-"같이 오신 분은 왜 가셨죠?"
"쪽팔려서 상담을 못하겠나보죠."
-"몇 가지 기록만 하면 되는데요."
"아직 배가 덜 고픈가보죠."
일용직을 하다가 일이 없을때면 와서 식사를 하시겠다고 한다. 우리 쉼터에 입소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게 되거나 일자리가 없어져서 오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든 쉼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 분들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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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파티 2013/05/22
모처럼 다양한 과자 후원이 들어왔다. 후원들어온 과자 일부만 뜯어놓았는데도 산더미 같이 쌓였다. 각종 과자를 한 박스씩 담아서 호실별로 나누어 주었으니 오늘 저녁은 호실마다 과자파티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천연색색 과자들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쉼터에서는 보기힘든 모습이다. 과일이나 빵, 음료수 등의 후원은 종종 있지만 과자를 이렇게 많이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후원해 주신 업체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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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치매 2013/05/23
한달 즈음 전에 경찰에서 한 분을 모시고 왔다. 난간을 붙잡고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다음날 병원을 보내드린 후, 몇 주간 입원 후 퇴원하셨는데 전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문제는 이 분이 심각한 치매증상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 연세가 56세 밖에 안 되었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조차 모른다. 며칠동안은 매번 식사하는 장소도 못 찾아서 헤매기 일쑤였다. 형님이 있다고 해서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형님도 투석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형님은 동생이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괜찮다며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알코올이 워낙 심한 분이라 틈만 나면 술을 먹었다. 몸이 망가지고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데도 그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 일단 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한 뒤 적당한 병원으로 연계하려고 하지만 그때까지 계속 계실지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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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화려한 사회복지 2013/05/24
쉼터에 입소했으나 정식 입소절차를 밟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 인적사항이 틀리기 때문이다. 주민번호를 잘 모르신다. 경찰서 과학수사대에서 지문조회를 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당사자도 주민번호를 찾는데 협조적이지 않다보니 애로사항이 많다. 머리를 크게 다쳐서 말도 어눌하고 몸도 불편하다. 그러던 중, 30여년 전에 살던 주소와 본적지 그리고 아버지,어머니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부산쪽이었는데 이제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살던 주소지 동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답변은 '알려줄 수 없다'였다. 그러면서 공문을 가지고 현 거주지 동사무소에 문의하면 알려줄 거라고 했다. 그래서 공문까지 첨부해서 동사무소에 찾아갔지만 안 된다는 답변이었다. 오히려 부산쪽 동사무소에 문의를 하라고 했다.
다시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지만 안된다는 같은 대답뿐이었다. 그러면서 당사자에게 직접 방문하라는 말을 했다. 머리를 크게 다쳐서 한쪽이 함몰되다시피 하신데다가 거동도 불편하신 분에게 직접 오라는 것이었다. 주민증도 없는 분인데 당사자 확인을 어떻게 하려고 하냐니까 아무말 못한다.
주민번호는 안 가르쳐줘도 좋으니까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그것도 못해주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 시설에서는 호적을 새로 만들어야 할 판인데 그 정도도 못 해 주겠다니...오로지 자기들이 책임만 안지면 그만이다. 요즘엔 인적사항을 검색만 해도 기록에 남는다나...그 정도도 안하려면 그 자리에 왜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경찰을 통해 자기들쪽에 의뢰하면 고려해 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지문 감정을 했던 과학수사대에 요청했다. 그랬더니 탐탁치 않은 소리로 자기들은 지문감정만 한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인권일까? 이분은 노령연금을 타실 나이가 되었고 건강상 기초생활수급이 가능한 분이지만 주민번호를 몰라서 못하고 계시다. 이런 분을 돕는 것이 인권이 아닐까? 사회복지는 점점 발달하고 있는데 십자가는 아무도 안 지려하니 겉만 화려한 사회복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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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맞추라 2013/05/24
작년 이맘때에 노숙인 법이 생기면서 시설 재신고 문제가 대두되었다. 법에 따르면 시설소유의 건물이어야 하고, 노유자시설이어야 하며, 인원당 면적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는 셋 중 아무것도 해당되는 것이 없다. 자가건물은 커녕 월세 450만원씩 교회에서 내고 산다. 노유자시설은 커녕 다방, 당구장 등을 하던 588 윤락가 한 복판의 근린생활시설이다. 인원당 면적기준 충족은 커녕 다락까지 매어 살고 있다. 그렇게 그 자리에 있은지가 27년이요, 노숙인 쉼터를 본격적으로 한지는 16년이다. 그동안 담임목사님은 모든 걸 바쳐서 지금의 쉼터를 일구었다. 내일을 모른채 오늘 하루 살면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로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
교회가 이 사역을 하면서 있던 성도들도 다 떠났다. 200명이나 되던 성도들, 우리의 형제요 자매였던 그들이 교회를 떠날때마다 우리의 가슴은 미어졌다. 성도들이 떠난 자리가 노숙인으로 채워졌고 이제 그들이 우리의 형제가 되었다. 그들을 위해 16년을 또 바쳤다. 아무도 책임지려하지 않는 그들을 품에 안고 오늘까지 살아왔다. 겨울이면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떼면서도 우리는 만족하게 살아왔다. 항상 정원은 넘어있는 상태였고, 시설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지만 목사님은 찾아오는 사람을 내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서울시에 지원을 요청하기는 커녕 450만원의 월세를 내며 오늘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법에 맞추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
현재 지하숙소는 서울시 임대로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자가건물이 아니더라도 서울시 지원 임대라면 인정해주겠다고 한다. 지하숙소만 인정해 준다는 얘기다. 그대로라면 정원이 40명이 되어 버린다. 나머지는 어디로 가라고...서울시는 우리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다. 월세 450만원 내면서 사는 우리에게 대책을 마련하란다. 200명의 노숙인들을 데리고 사는 우리에게 대책을 마련하란다. 대책이 있었으면 벌써 그렇게 했을것을.
확실히 법이란 공정하다. 봐주지 않으니까.
588 재개발한다고 떠들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법하나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추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서라도 법의 기준에 맞추어야 할 판이다.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이 이런 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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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려고요 2013/06/05
새벽6시, 다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분이 복도에서 식판을 바닥에 놓은채 쳐다보고 계셨다. 자세히 보니 노숙하시는 강XX씨였다. 뭐하냐고 물으니 밥을 싸가려고 한다는 거였다. 검은 비닐봉투를 옆에 펼쳐놓은 것을 보니 거기에 담으려는 것 같았다. 이것 저것 물품들이 들어있어서 본인도 어떻게 담아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식사하시지 왜 가져가시려고요?"
-"밥이 안 먹혀요."
매일 술만 드시다 보니 속에서 밥을 안 받는 모양이다.
"그러면 이따가 점심에 와서 드세요. 이걸 어떻게 싸가려고요?"
-"같이 사는 마누라 갔다 주려고..."
실제부부는 아니고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만난 사이 같은데 밥까지 챙겨주려나 보다. 지켜보시던 실장님 한 분이 비닐팩에 밥따로 반찬따로 담아드려서 가져가긴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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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계약 2013/06/05
오늘 2층 사무실 뒤편의 나머지 부분을 임대계약했다. 지난 3년 동안 이곳을 얻기 위해 기도해왔는데 이제야 그 뜻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우리는 이곳을 얻어서 거리 노숙인들을 위한 본격적인 사역을 준비하고자 했다.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거리에서 노숙하는 분들이 와도 제대로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거리 노숙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알코올중독자여서 쉼터에 계신 분들과 섞어 놓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지하에서부터 식사하러 오르내리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2층 60평을 얻고자 한 것이다.
이번 임대 장소는 일시보호시설 개념으로 운영이 될 것이다. 누구든 와서 쉴 수 있고, 잘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운영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임대계약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월세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미 교회가 내고 있는 임대료가 매월 450만원이다. 교회에서 더 부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새로 얻는 장소의 임대료는 직원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다들 어려운 형편이지만 중앙에 서 있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희생하면서 쉼터에 계신 분들도 많이 동참하고 계신다.
우리는 어려운 때를 살아가고 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건물주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건물을 비워달라고 계속 통보를 해왔었고, 재개발로 인해 시행사측에서는 우리를 코너로 몰아부쳤으며, 구청에서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력을 가해왔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나머지 건물마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명실상부 지하와 2층과 3층 전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담임목사님의 말씀처럼 매년 의자 한 개라도 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을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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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확장공사 2013/06/13
6월 5일 2층 나머지부분을 계약한 후 7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벽을 허물고 칸막이들을 제거하고 나니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모든 일은 쉼터에 계신 분들이 나서서 하고 계신다. 벽을 부수는 일부터 부서진 벽돌들을 자루에 담아서 일일이 옮기는 것까지 자신의 일처럼 하고 계신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일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 확장공사와 더불어 복층으로 사용하고 있던 부분도 철거를 했다. 그동안 입소인원이 많아서 복층을 만들어 사용했었는데 이 부분이 불법건축물로 등재되어 있어서 철거를 하게 되었다. 다락을 사용하던 구역이 아래로 내려오고 대기방은 새로 확장된 공간으로 옮기게 된다. 다들 전보다 훨씬 나아진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하고 있다. 아직 마무리가 되려면 페인트칠과 전기공사와 소방부분이 남아 있어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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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해져가는 세상 2013/06/14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두달 전 입소한 임XX씨가 알고보니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해서 생활하고 있었다. 입소할 때 신분증을 분실했다고 해서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오늘 실제 임XX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쉼터에 입소를 하면 각종 복지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실명이 등록되게 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복지부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인지 확인해서 이중지원이 되지 않도록 수급을 중단시키게 되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통지가 되었는데 사업체도 운영하며 멀쩡히 잘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 노숙인 쉼터에 있다고 하니까 화가나서 전화를 한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서 계속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빨리 해결하라고 했다. 마치 우리도 공범인냥 몰아부치는 것이 지나칠 정도였다.
본인 말로는 자기 이름을 사칭하고 다니는 그 사람은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이고, 절도를 일삼아서 매번 자신이 경찰서에 불려다닌다고 했다. 본인 이름과 주민번호를 사용할 정도면 아는 사람일거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명의도용이 명백한 거 같아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임XX씨는 두달 동안 생활하면서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잘 생활해서 봉사하며 대기방에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남의 이름을 사용하여 피해를 입히고 있는이상 여기서 매듭을 지어야 할 거 같았다. 112에 사정을 얘기한 후 도움을 청했고 경찰들이 온 후 사무실에서 체포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임XX씨가 명의도용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대상이 동생이었다. 자기 동생 이름과 주민번호를 가지고 생활해 온 것이다. 경찰이 실제 이름과 주민번호로 조회를 해 보니 수배중인 건 수가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던 거 같다. 동생분에게 전화를 해서 형님이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정말 어이없었다. 동생이라는 분도 형이 그러고 다니는 것을 알면서 형을 경찰에 넘기도록 한 것이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이냐고 몇 번을 물었건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범죄자 취급을 하더니 결국 집안싸움이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피해를 본 줄 아냐며 선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기가막히기도 했지만 임XX씨를 도와주고픈 마음에서 명의도용 건은 빼자고 했다. 수배 건만 해도 죄 값을 치를 테니까 앞으로는 본인 이름으로 입소해서 생활하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번 일처리를 하면서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감을 느낀다. 가족이 가족을 책임지지 않을수록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사회복지가 발달한다는 것은 역으로 가족관계망이 약화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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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확장공사 마무리 중 2013/06/25
쉼터 확장공사가 마무리중에 있다. 페인트칠과 바닥공사가 다 끝났고 전기공사와 화장실공사가 진행중이다.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재를 붙이고 나니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2층침대 20대를 설치하고, 사물함을 비치해 놓으니 왠만큼 정리가 끝난 느낌이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새로 꾸민 대기실에서 새로 입소하는 분들을 맞이하고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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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을 위한 구국기도회 및 동대문지역 복음화성회 2013/06/25
6.25를 즈음하여 평화통일을 위한 구국기도회가 동대문 구민회관에서 있었다. 이번 구국기도회에는 동대문지역 교회들과 구청장을 비롯하여 500여분의 성도들이 참여했고 우리 교회에서는 아둘람찬양단이 초청을 받아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번 아둘람찬양단은 담임 목사님의 특별한 지시로 나비넥타이를 착용했고 총 29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