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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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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12월 쉼터일기

페이지 정보

조회 : 613회 작성일 : 21-05-27 11:18

본문

차비줘요  2010/07/06

아침부터 쉼터 문앞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술을 먹고 누워있는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올 3월부터 4월까지 50일정도 생활했던 최XX씨였다. 이제 나이 서른인데 평소에는 말한마디 안하고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면을 감추고 있는 상태에 불과하다. 이 사람은 늘 속에 불만이 가득차 있다. 그러다가 술을 먹으면 그게 폭발하는 성격이다. 사실, 이런 사람이 가장 위험한 유형에 속한다. 누군가에게 불만을 말하지도 않고 속에 쌓아놓다가 술김에 풀어버리는 성격인데 그 불만이라는게 특별히 따로 있는게 아니라 그냥 불특정다수에 대한 불만이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이요, 사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만이다. 그러다보니 언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쉼터 입구에 누워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 최XX씨에게 물었다.

"일어나요."

-"차비줘요. 집에 가게"

"요양병원에는 보내 줄 수 있으니까 갔다 올래요?"

-"싫어요, 차비줘요."

"저한테 차비 맡겨 놨어요?"

-"귀신 볼 줄 알아요?"

뜬금없이 왠 귀신? 속이 쓰린지 배가 아프다고 해서 사무실에 데려다가 링거주사를 놔주었더니 얼마 맞지도 않고 빼달라고 해서 빼주었더니 곧바로 나가서 맥주를 또 먹고 있다. 정말 대책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전에 좀 있었던 사람이라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최소한의 예의도 보이지 않으니 어떡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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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    2010/07/06

쉼터에 계신 분들 중에 분노조절이 안되는 분들이 몇 분있다. 그중에 강XX씨도 전형적으로 그런 경우다. 그러다보니 사람들과의 다툼이 잦고 스스로 감정의 굴곡이 너무 심하다. 화를 내고 다툰 뒤에는 금방 후회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싸우고 또 화를 낸다. 결국 스스로 요양병원에 가겠다고 해서 지난 주에 내려갔는데 며칠 되지도 않아서 올라가겠다고 난리를 치는 모양이다. 본인이 환청을 듣고 정신분열도 있다고 하여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그것을 못 견뎌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분노가 일어나기 시작하니까 주체를 못하고 있어서 병원측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결국 여름이나 지나고 올라오기로 약속하고 갔지만  열흘도 안되서 올라오게 생겼다. 문제는 여기 와도 쉼터 생활을 원만히 하기가 어려워서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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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물생심    2010/07/12

한자성어 중에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뜻의 견물생심이라는 단어가 있다. 얼마 전 꼭 그런 일이 발생했다. 호실에 계신 한 분이 샤워를 하러 세면장으로 가기 위해 지갑을 방에 계신분에게 맡겼다. 평소에 알고 계시던 분이고 입소한지 3개월이 넘는 분이었다. 생활도 잘 해오셨고 별 무리없이 계셨었다. 그런데 돈을 보는 순간 욕심이 생긴 모양이다. 20여만원이 든 지갑을 가지고 나가버란 것이다. 얼마나 급했던지 옷이고 뭐고 정리하다 말고 그대로 놔둔채 나갔다고 한다. 지갑을 맡긴 분은 그분이 평소에 믿을 만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지갑을 맡겼다고 하는데 결국 돈 앞에 눈이 흐려지고 만 것이다. 그때 나간 후 오늘까지 일주일가량 들어오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백만원도 아니고 이십여만원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돈을 가지고 간 것이 괘심하다기 보다는 그 돈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할 것이 불쌍하다. 올해 연세가 73이나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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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와 대화하는 사람    2010/07/15

박관X씨가 어제 흥분된 모습으로 사무실을 찾아왔다. 우리 쉼터에 몇 주 계셨던 분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할 예기가 있으니 5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아주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래서 말씀을 해보시라고 했더니 자신이 비둘기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에 몇 주 있는 동안은 이 정도로 문제가 있는 분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문제가 많은 분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전에도 자신이 비둘기에게 말을 하면 비둘기들이 알아들었었는데 이번에 가나안교회에 있으면서 영적으로 더 좋아져서 자기가 길을 가면 비둘기들이 자기에게 모여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제가 이번에 XX구에서 하는 노래자랑에 나가려고 하는데요, 거기서 우승하면 상금이 30만원이거든요...거기서 이 얘기도 하려고요."

-"그냥 노래만 하시고 지금 이 얘기는 하지 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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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최현X)    2010/07/15

엊그제 아침, 한 분이 찾아와서는 김도진목사님을 만나야겠다고 했다. 지금 안계시다고 하니, 자신이 전에 쉼터에 있은 적이 있는데 목사님께 신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지은 시를 목사님께 전해 달라면서 종이 한 장을 요구했다. 상태를 보니 정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문을 섞어서 글을 써내려가는 필체는 보통이 아니었는데 그가 쓴 '짝사랑'이라는 시를 실어본다.

                      짝사랑

우주의 삼라만상은 나에게 입맞추는데
이 하루살이 생존안에 나는 무얼 기웃거리나
나는 사랑이야 사랑뿐이야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영원한 시공안에 빛부신 눈길부어 외치는 소리
그 사랑의 불꽃 연연한데
나는 어느 하늘에 빛 잃은 별을 따려하는가
그리스도의 놀라운 짝사랑의 사연을
오랜시간 성경에서 읽고 스승에게 배웠어도
나는 오늘도 한 가닥 걸치지 못한
알몸의 원시인아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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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이냐 정신병원이냐?  2010/07/20

얼마전 검찰에서 전화가 한 통왔다.

"서XX씨 아시죠? 이분이 강도상해로 수감되어 있는데 탄원서를 써 주시면 형량을 감해서 일찍 내보내 드릴 수가 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서XX씨는 여러 차례 쉼터에 계셨던 분인데 상태가 온전치 못한 분이다.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는 터라 일단 탄원서를 써 주었다. 그후 몇 주가 지난 어제 쉼터에 찾아왔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그동안 정신병원에 있었다고 둘러댔다.

"서XX씨, 교도소에 있다 왔쟎아요."

-"네. 큰집이요."

"그런데 왜 정신병원에 있다 왔다고 해요?"

-"창피해서 그렇죠..."

"우리가 탄원서를 써줘서 일찍 나오게 된 거예요. 모르고 계셨어요?"

-"아~ 그래요?"

"그런데 왜 강도상해로 잡히게 되었어요?"

-"술 먹고 어떤 아주머니를 밀었는데 그렇게 되었어요."

덩치가 크지만 원래 성품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어떻게 하다 아주머니를 밀쳤는지 몰라도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고 그로 인해 몇 개월을 살고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나왔다. 강도상해를 할 정도의 사람은 아닌데 아마 신고하는 과정에서 부풀려 졌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처음 우리 쉼터를 찾아온 뒤로 몇 달씩 이곳에서 있다가곤 했다. 이번에는 오래 있겠다고 하지만 지나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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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뉴스(출처:뉴시스 2010.07.15)    2010/07/22

아름다운 목회자 가나안쉼터 김도진목사 (2010.01.21)



네이버뉴스(출처:뉴시스 2010.07.25)    2010/07/26

노숙인 꿈의 보금자리 '가나안 쉼터' 사라져야 하나(20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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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세상  2010/07/28

얼마전 쉼터에 계신 한 분이 뇌출혈로 쓰러져서 새벽에 119를 불러서 응급실로 모시고 갔다. 하지만 일부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않으려 했다. 일반병원도 아니고 국비로 운영되는 병원에서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었다. 그 병원 관계자들은 야간에 골치아픈 환자들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같은 쉼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가지 않으면 치료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개인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응급처치만 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가끔 경찰들 중에는 거리의 노숙인들때문에 생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에 어떤 분은 우리 같은 쉼터가 있어서 자기들이 고생을 한다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
동네주민들은 혐오시설이 자기 동네에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한 사람은 장애인이나 정신지체인 혹은 중증환자들이 자기 곁에 없기를 바란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노숙인들이 길거리에 없기를 바란다. 선남선녀들은 범죄자들이 없었으면 바라고 교사들은 말 안듣는 학생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면 살기좋은 세상이 되는 걸까?
잘 생각해보면 범죄자,노숙인,장애인,불량학생들이 남이 아니라 내 가족, 내친척일수 있다. 그들은 없어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책임져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살기좋은 세상은 완벽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사는 세상이다.
우리 쉼터는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 우리 목사님은 거리의 노숙인이 없어지는 날까지 이 사역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일부 관계자들처럼 내지역에서 몰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새로 변화시켜서 새사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건도 재활용을 해서 다시 만들어 사용하는데 사람을 그냥 내버리면 되겠냐고 말씀한다. 이들은 내 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들도 내 가족이요 내 민족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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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에 못가는 이유  2010/08/03

이제 며칠 있으면 우리교회도 수련회를 떠난다. 1박2일 가평수련원으로 떠나는데 전교인이 함께 하는 1년에 한 번 있는 대규모 수련회이다. 그래서 가급적 이번 수련회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는데 오늘 아침 한 분이 수련회에 못간다며 말씀하러 오셨다.

"왜 못가시는데요?"

-"일하러가야돼서요~"

"지하철 일이요?"

-"네~"

이분은 지하철 안에서 부채 같은 걸 파시는 분이다. 정상이 아니어서 뭐라 얘기해도 듣지도 않으신다.

"지금 돈 있으세요?"

-"아뇨"

"수련회에 안 갈 정도로 열심히 일하시는데 왜 돈이 없으세요?"

-"군거질하고 담배 사서 펴야 돼요~"

"담배 사서 피려고 수련회에 못가요?"

-"네~"

"그게 말이돼요? 담배 며칠 안피면 안돼요?"

-"안돼요~ 담배 안피면 머리가 돌아버려요~"

"담배때문에 전체 수련회에 못간다면 저희 식구가 될 수 없죠...쉼터 식구들 전부가 가는데 담배때문에 못가는 분이 저희 쉼터식구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결국 설득해서 가기로 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저런 핑계로 빠지려는 분들이 많다. 다들 사정이 있다지만 그걸 일일이 들어주다간 아무것도 못하는게 우리 같은 공동체다. 이번에 참석하지 못하시는 분은 몇 분 되지 않는데 대부분 질병때문이다. 이번 수련회가 은혜중에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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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살인사건 이후    2010/08/03

지난 주 금요일 성매매 종사자 한 분이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교회 바로 앞에 계신 분이다. 거기서 일해 온지가 오래 되신 분이고 낮에 영업하시던 분이라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처음엔 자살인줄 알았지만 타살임이 밝혀졌고 경찰 수사 결과 용의자까지 공개수배되고 있다. 사건이 있은 후 며칠 동안 경찰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588전역은 영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끔 긴급수배자가 588로 도망가서 숨는 경우에 경찰의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진다. 그런 경우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데 이번 역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며칠동안 전체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를 보다가 가끔 불꺼진 동네를 보는 것이 낯설다.
이제 거의 예전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역시 이런 사건이 코 앞에서 일어나니 마음이 안좋다. 게다가 이번에 살해된 여성분은 어려운 환경속에서 성매매를 하던 분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이 지역 윤락녀들을 상대로 매주일 전도를 나가시는 최전도사님은 이 분이 말씀도 잘 받아들이셨다고 한다. 가끔 우리 교회 아이들이 이쁘다며 용돈도 주고 그랬다는데 앞으로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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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아름다운공동체만들기 캠프    2010/08/09

8월6일부터 7일, ,2010 아름다운공동체만들기 캠프가 은혜중에 마쳤다. 입원환자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참여한 가운데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캠프에서 무엇보다 단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날 미리 출발하여 준비한 선발대18명의 수고와 전교인체육대회를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분들을 비롯하여 학생부,주일학교 교사들까지 각자 자기 위치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여 즐거운 캠프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저녁에는 전영호권사님과 웃음치료사이신 이범주집사님, 그리고 열매찬양팀에서 오셔서 저녁집회를 빛내주셨다. 이번 수련회 역시 비가 내렸는데 체육대회하는 동안 오히려 덥지 않은 가운데 할 수 있어서 치열한 경쟁을 할 수 있었다.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수고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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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군데에 문의했지만    2010/08/10

어제 목발을 짚고 빼빼마른 한 분이 찾아오셨다. 병원에서 몇개월간 입원치료를 받다가 나오신 분이다. 간경화 말기로 복수가 차서 상태도 많이 않좋은데다가 일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고관절 골절이 되었으나 치료하지 못해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지난 5월 19일 우리 쉼터에 왔다가 병원에 입원된 뒤 두 달여만에 퇴원을 해서 온 것이다. 물론 상태는 그 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병원측에서는 더 이상 손 쓸 길이 없다며 퇴원을 시켰다. 박해X씨는 퇴원하면서 자신을 받아 줄 만한 곳을 수소문했지만 그런 상태의 환자를 받아 줄 곳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여섯군데에서 다 거절을 받고 우리 쉼터로 문의를 했고 와도 좋다는 말씀에 우리 쉼터를 찾은 것이다.
이곳에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곳의 시설은 열악하다. 이런 환자들이 계실만한 병상하나 없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아무데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니...일단 여기 계시도록 하고 다른 병원에 입원을 의뢰하기로 했다.
본인은 마음이 불안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무도 그를 책임져 주지 않으려 한다. 동생이 있지만 자녀가 3명이나 된다며 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고 한다. 이제 40세의 나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하나님께서 살 길을 열어주시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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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얼굴만이라도 보려고 왔습니다.    2010/08/10


엊그제 주일, 점심때에 한 여성분이 찾아오셨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여성분인데 목사님을 뵙고 싶다고 하셨다.

"무슨 일 때문인지 말씀하시면 저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냥 목사님 얼굴이라도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표정을 보니 다른 용무로 오신 것 같지는 않고 말그대로 얼굴이라도 뵙고 가려고 온 것 같았다.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더운 날씨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여기까지 물어물어 오신 것이 안되보여서 목사님께 말씀드려 내려오시도록 했다. 그런데 이 여성분은 담임목사님을 보더니 다른 분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우리는 이 분이 다일공동체 최일도목사를 찾아왔음을 알았다.

"죄송하지만 여기에는 최일도목사님이 안계세요. 여기는 가나안교회 김도진목사님께서 하시는 가나안쉼터예요. 그리고 최일도목사님을 만나시려면 먼저 전화를 하시고 약속을 잡고 오셔야지 그냥 무작정 여기로 오시면 만날 수 없을 거예요."

이 여성분을 모시고 여기까지오신 분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여기가 최일도목사님이 하시는 곳이라고 그동안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을 여기까지 안내해서 오신 것이다. 이 지역에서만 60년을 사셨다는데 아직도 우리에 대해 모르는 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 놀랍다. 청량리588하면 최일도목사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지금 우리의 사역이 그들의 사역처럼 인식이 되어 있다. 그래도 그분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진짜 청량리588에서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는 곳은 가나안교회 김도진목사님과 가나안쉼터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조차 없을 것이다.

그 여성분은 힘들게 여기까지 오셨지만 결국 최일도목사는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가셨다. 우리는 그분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희도 여기 24년동안 있어왔지만 최일도목사를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미리 연락해서 알아보고 찾아가셔야 할 거예요."
그분을 만나지 못해서 좀 안타까운 표정이었지만 나중에라도 오늘 만난 분이 진짜 청량리 588의 주인공임을 알면 더 큰 감사를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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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추가배달  2010/08/16

8월 4일부터 도시락배달지역이 늘었다. 동사무소측에서 장애 할머님 두 분에게 도시락 배달을 해 줄 수 있는지 요청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시는 곳을 확인하고 배달을 해 주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힘들게 살고 계셨고 도시락 배달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매일 그 두 분의 할머님들에게 배달을 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일에 동참하는 분들도 계속 늘고 있다. 쉼터에 계신 젊은 분들이 주축이 되어서 점심이면 도시락을 들고 배달을 나간다. 자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분들을 돕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9월부터는 용두동 지역에도 몇 군데 알아보려고 한다. 동사무소와 연계하여 지역주민을 돕기 시작하면서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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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십일조    2010/09/04

9월초가 되면서 지난 달 일했던 급여들이 들어오고 있다. 본인 통장을 개설하지 못해서 쉼터통장으로 받으시는 분들이 수십명이다. 하루 4시간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한달 만근을 해도 50여만원이 고작이지만 이 분들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대가이다. 땀흘려 수고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어제 첫 월급을 탄 분들이 꽤 계신데 얼마되지 않은 월급중에서 십일조를 먼저 떼어 놓는 모습을 보면서 남다른 뿌듯함을 느낀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을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감사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늘 사회에 불만과 불평이 있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먼저 하나님께 감사하고 교회에 감사하고 나라와 직장에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이 보통일이겠는가?
비록 50여만원의 작은 월급이고 거기서 교통비를 빼면 얼마만지 않지만 거기서 십일조와 감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 어느 교회에서 드리는 십일조와 헌물보다 더 값지고 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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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메트로인상 사회공헌부분 최우수상,우수상    2010/09/04

서울메트로에서 상,하반기로 시상하는 봉사상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본쉼터에 오시는 봉사자분들께서 수상하셨다. 공식명칭은 서울메트로인상 사회공헌부분 최우수상과 우수상이다.
작년부터 우리 쉼터에 오셔서 봉사를 하기 시작한 오재열님(최우수상)과 류희명님(우수상)은 그동안 본 쉼터에서 물심양면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해 오셨다.
이번 상은 서울메트로 직원 9500여명 중에서 1등과 2등 상을 수상하셨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서울메트로는 현재 전직원을 상대로 사회봉사를 독려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봉사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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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가나안교회 설립 이야기    2010/09/06

청량리 가나안교회를 떠나 온지 5개월이 지나갑니다. 가나안교회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모여서 가나안교회에서의 추억들을 이야기 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오늘 9월 5일 감격적인 미주가나안교회 설립 예배가 미국 토랜스에서 있었습니다.  토랜스는 LA에서 약 40KM 남쪽 밑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지난 달 개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한달만에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친척 하나없는 미국 땅에 온지 5개월 밖에 안된 사람이 개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리인지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걱정반 기대반 이였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처음와서 힘이 되어주셨던 목사님께서 운영하시는 미술학원을 기꺼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허락하셨습니다.
처음 뵌 권사님들이 강대상을 구입하라고, 앰프와 스피커를 구입하라고 헌금해 주셨습니다.
우리 가족만으로 개척을 시작할 것이라고 결심했는데 하나님께서는 얼굴도 모르는 오늘 23명의 성도를 보내 주셨습니다.
미흡한 준비 가운데에서도 얼마나 은혜가 넘치는 예배 였는지 모릅니다.
저는 우리가 꿈 꾸는 교회라는 제목으로 우리 미주가나안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일에 부름을 받은 교회임을 선포하였습니다.
항상 기도해주시고 우리와 같은 날짜에 설립예배를 드려주시고 물질로도 섬겨 주신 가나안교회성도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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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가나안교회 설립예배    2010/09/06

9월 5일, 미주 가나안교회가 설립예배를 드렸다. 지난 3월 가나안교회에서 미국으로 파송한 김수재목사님께서 설립한 미주 가나안교회는 앞으로 미주지역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역을 해 나갈 것이다. 비록 시작은 미술학원을 빌려서 시작하지만 앞으로 더욱 창대케 되는 역사가 있으리라 믿는다. 시작부터 많은 분들의 관심과 협조로 순탄한 출발을 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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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IPTV 주님으로 채우소서  2010/09/08

http://www.wcntv.net/inc/vod.asp?cmno=2331&acd=00000063&mode=1

예수만 붙든 사랑의 정복자 - 가나안교회 김도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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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배달  2010/09/13

9월들어 도시락 배달 가정이 더 늘었다. 용신동사무소의 소개로 3곳이 더 추가되어 현재 9가정으로 늘었다. 봉사자들도 더 많아져서 현재는 10여분이 도시락을 가지고 배달해 주고 있다.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마치면 도시락배달을 갈 준비를 하고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가정에 가져갈 도시락과 간식들을 챙긴다. 벌써 도시락 배달을 시작한지 4개월이 되었는데 도시락을 받는 분들이나 도시락배달을 하는 분들이나 모두 감사가 넘친다. 자신도 어렵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사업이 번창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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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방 봉사자 회식  2010/09/13

오랜만에 대기방 봉사자들의 회식이 있었다. 대기방은 쉼터에 처음 입소한 분들이 대기하면서 생활하시는 방이다. 거기서 일주일을 있은 후 지하숙소로 배치가 된다. 전에는 입소하자마자 각 구역으로 배치가 되다보니 적응을 못하는 분들도 많았고 술이나 잦은 외박으로 방 분위기가 어수선하였지만 대기방을 운영하면서 이런 점이 사라지고 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대기를 하지만 그 기간동안 퇴소하는 분들이 많아서 대부분 대기방에서 걸러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지하숙소는 조용한 반면 대기방은 늘 북적북적하다. 어제도 서울역 전도팀이 6명이나 데리고 와서 대기방인원이 30명가까이 증가하였다. 이렇게 새로 입소하는 분들을 일일이 챙기는 분들이 계시는데 바로 대기방봉사자들이다. 스스로 봉사를 하겠다고 자청하신 분들이라 고맙기 그지없다. 특히 요즘처럼 많은 인원이 들어올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에 봉사자들을 위한 회식을 하였고 다들 더욱 분발하는 계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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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쉼터에서(서울메트로 봉사자 오재열님)  2010/09/14

내가 가나안쉼터를 찾아 봉사를 시작한지가 벌써 1년이 되고 있다.
처음엔 생소하기만 했던 쉼터에서 이제는 주방봉사도 익숙해지고 쉼터식구들도 가족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장기간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장님이신 김도진목사님의 말씀때문이었다. 목사님은 서울시 지하철에 있는 노숙인들을 모두 품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게 가나안쉼터의 목표요 꿈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봉사를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200명이 넘는 쉼터 입소자들을 365일 매끼니를 준비해서 먹이며 입히며 치료하고 신앙안에서 양육하며, 자활할 수 있도록 일터를 알선하는 그 어느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닌데도 항상 평화와 안식이 있고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가나안쉼터로 운영해 가시는 목사님과 직원들을 보며 나로 하여금 가족처럼 정들게 하는 것 같다.
작년 겨울 영하10도가 넘는 날씨에 쉼터 보일러에 쓸 나무를 구해다가 쉼터에 전해 준 일,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온 나무를 실어 나르던 일등을 통해 나도 모르게 가나안쉼터를 향한 나의 열정을 발견한다.
지난 겨울 눈 쌓인 골목길을 차량사이로 미끄러질세라 엉금거리며 누비며 추운 주방에서 언 손을 뜨거운 물에 녹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식기세척을 할 때면 등이 땀으로 젖어 옴을 느끼며 지나온 여름을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함으로 봉사를 한다.
재개발로 인해 쉼터가 언젠가는 헐린다고 하는데 자활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가나안쉼터가 하나님의 섭리로 좋은 보금자리가 마련되기 바란다.
가나안쉼터 식구들을 사랑하고 축복하며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가득한 가나안쉼터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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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열님은서울메트로 홍제역에 근무하시는 분으로 작년에 서울메트로와 우리 쉼터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 거의 매일 쉼터를 방문하여 봉사를 하다시피 하시는데 주방봉사뿐만 아니라 틈틈히 쉼터에 계신분들에게 탁구도 가르쳐 주시고 겨울에는 나무작업에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하여 적극적으로 봉사를 하고 계신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번 서울메트로인상 시상에서 1만명에 육박하는 직원중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였고 그 시상으로 받은 금액 중 50만원을 쉼터에 후원하셨다. 항상 쉼터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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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월급은 아들에게로  2010/09/14

여기 있다 보면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함을 느낀다. 양광X씨는 매달 번 돈을 소중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 다름 아닌 아들에게로 전액 다 보내는 것이다. 아내와 헤어진 뒤 가족과는 인연을 끊고 살아왔는데 이번에 해양대를 다니고 있다는 아들과 연결이 되면서 그 아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에서 제공해 준 복지관에 다니면서 하루 8시간씩 일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번 돈 80여만원을 아들의 통장에 전액 입금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 보내면 본인은 뭐가지고 써요?"

-"저는 주말에 일용직이라도 나가서 벌면 되요...그 돈은 아들에게로 다 보내주세요"

얼마 전 아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들도 교회를 다니는데 저를 위해서 몇년동안 기도를 했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다시 연결되었으니 아들이라도 잘 되어야죠."

늘 성실한 자세로 일을 하여 복지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오늘도 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을 할 아버지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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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께서 반겨주시니까 너무 좋아요      2010/09/28

"할머니께서 반겨주시니까 너무 좋아요. 기분이 우울해서 갔다가도 할머니가 기쁘게 반겨주시니까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보람을 느껴요"

도시락배달 봉사를 나가고 있는 이선X씨의 고백이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도시락을 받는 분 뿐만 아니라 배달하는 분들까지도 보람이 되고 있다.  도시락배달이 사회의 어려운분들과 연결 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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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있을 곳이 못돼요.    2010/09/29

올해로 82세인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다. 연세에 비해 건강하셨는데 서울역에서 13일동안 노숙을 하다 오셨다고 한다.

"그동안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거기는 먹을 데 많아요. 무료로 밥주는데도 많고요. 그런데 거기 있는 사람들은 힘센 사람이 최고예요. 경찰도 못말리고 오히려 경찰을 때려요. 살 곳이 못돼요."

보름정도 노숙하면서 많이 고생하신 것 같다. 빨리 쉼터로 오시지 그랬냐니까 쉼터에 입소하는 것도 두려웠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을 까봐 말이다. 이제라도 오셨으니 평안히 계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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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봉사분과    2010/10/08

10월 2일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봉사분과에서 오셔서 봉사를 해 주셨다. 주방에서 여성분들은 점심 식사거리를 준비하였고 남성분들은 밖에서 겨울철동안 쓸 나무작업을 했다. 처음 하시는 일이라 많이 힘드셨겠지만 성실히 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별히 한나라당 정두언의원께서 함께 오셔서 본인의 곡인 '희망'이라는 곡을 직접 불러 주심으로 많은 분들에게 큰 희망을 주셨다.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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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돌려줘~    2010/10/11

한 사람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곤 목사님을 찾았다. 말투를 보니 시비를 걸러 온 것이 분명했다.

"지금 안계세요."

-"목사님 보러 왔으니까 만나게 해줘요..."

"목사님은 지금 외국에 출타중이시거든요"

-"지금 나 한테 공갈치는 거요?"

목사님께서 지금 미국집회차 나가계신다고 해도 믿지 않고는 점점 더 시비를 걸었다. 그러더니 안되겠는지 돈 이천원만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줄 수 없다고 하니까 사무실을 나가더니 쉼터에 계신 분에게 천원을 달라고 협박하며 욕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쉼터직원분과 시비가 붙었고 일이 점점 험악해지는 것 같아서 결국 경찰을 불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4년 반 전에 여기서 퇴소한 홍성X씨였다. 그동안 어디에서 뭘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막장인생을 살고 있었다. 전에 쉼터에 있을 때에도 애를 많이 먹여서 잘 알고 있는데 5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똑같았다. 저런 사람들을 보면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가는지 참 신기하다. 말하는걸 들어보니 교도소에서 살다온 것 같기도 하고...하여간 경찰관이 밖으로 데리고 나간뒤에 경찰들에게 하는 말이 자신이 전에 냈던 헌금을 돌려 받아야 겠다고 한다.

아마 목사님을 찾았던 이유도 헌금을 돌려 받기 위해서인 것 같다. 자기가 헌금한 것이 70만원 정도인데 안돌려주면 목사님을 고소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사람이 4년 6개월 전에 이미 자기가 낸 헌금을 받아갔다는 점이다. 당시 얼마나 끈적끈적 들러붙었는지 더러워서 돌려주었는데 본인은 그걸 잊었는지 다시 찾아 온 것이다. 금액도 14만원이었다. 다행히 그때 돈을 돌려주면서 쓴 각서가 아직도 남아있다. 다시 오면 각서라도 보여주어야 겠다.
쉼터를 하면서 별별사람을 다 만나지만 가장 비참하고 불쌍한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돌려 받으러 온 이런 사람이다. 5개월정도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무엇을 듣고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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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500만원씩?    2010/10/26

다른 쉼터에서 오신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전에 있던 쉼터에서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 여기가 재개발이 되면 1인당 500만원씩 주고 쉼터가 없어진다면서요? "

-"하하하...그럴 것 같으면 우리가 왜 사람들을 받습니까? 그리고 뭐하러 주소를 이리로 옮겨놓도록 하겠어요? 지금 있는 사람들이나 보상금 챙겨주지요. 저희는 다른 데로 안갑니다. 여기에 교회와 쉼터를 세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걸 위해서 기도하고 있고요."

"네...그렇군요"

청량리 지역의 재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쉼터에 대한 말도 안되는 소리들도 떠돈다. 얼마전에는 담임목사님이 쉼터를 없애고 미국으로 가신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우리도 모르는 일을 그들은 어떻게 그리도 자세히 알고 있는지...
그런 억측에 일일이 답변하기도 뭐해서 별 상대를 안하지만 매일같이 기도하는 제목이 '588 이곳에 교회와 성전을 세워달라'는 내용임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된다. 우리 목사님은 목숨을 걸고 이곳에 들어왔고 기존성도들이 다 나가는 희생을 감수하고서도 이 사역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겐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목사님을 보면서도 그런 소리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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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잘 사는 사회    2010/10/26

오늘 모 신문 기자가 재개발과 관련해서 이것저것을 물었다. 특별히 앞으로 쉼터 거취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이곳이 재개발 된다는 데 쉼터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죠?"

-"저희는 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저희는 누가 이곳을 개발하든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쉼터를 세워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200명이 넘는 분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우리를 받아 주겠습니까? 이곳에서 24년동안 있었으니 이곳에 세워야지요."

"이 건물이 교회건가요?"

-"그러면 일이 쉽게 풀리겠지만 저희도 세를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이라고 해봤자 몇 천만원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450만원씩 월세를 내고 있어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충당하시죠?"

-"그러니까 기적이죠. 원래는 서울시에서 지원해줘야 하는게 원칙이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일을 해서 내는 십일조와 헌금으로 월세도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변화되었다는 증거죠."

오늘 한나라당 안상수대표께서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연설하셨다. 그 약속이 잘 지켜졌으면 한다. 청량리가 개발되더라도 가장 밑바닥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노숙인 쉼터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곳이 가진 자들만의 공간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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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겨울나기    2010/10/27


어제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 단풍구경이 한창이라고 하지만 우리 쉼터는 본격적으로 겨울나기 준비중이다. 몇주에 걸쳐서 보일러 가동을 준비하고 겨울동안 사용할 나무를 준비해 놓고 있다. 올해는 다행인지 몰라도 지난 번 태풍때문에 쓰러진 나무들이 많아서 여기저기서 가져가라고 연락이 온다. 벌써 많이 쌓아놨지만 본격적으로 불을 때기 시작하면 얼마 가지 못할 분량이다.
이 모든 일을 준비하는데 봉사로 수고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나무를 실어오고 내리고 그리고 도끼로 쪼개는 일까지 솔선수범하는 분들이 있다. 이렇게 봉사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많은 분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나무로 난방을 하는 곳이 있냐고 놀라는 분들도 있지만 겨울철 난방비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기름으로 난방을 하면 생각보다 따습지 않다고 하여 매년 나무로 난방을 하고 있다. 올해도 몇 십 차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진은 나무작업하는 모습과 오래된 굴뚝을 새로 교체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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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견      2010/10/27

지난 6월초 도시락배달을 해주던 박시X씨가 건강이 악화되어 입원하면서 우리에게 강아지를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던 집과 거동을 못해 대소변으로 인해 냄새가 진동하던 곳에서 키우던 강아지였지만 이름있는 요크셔테리어였다. 결국 강아지의 주인은 폐암과 간경화등으로 더 살지 못하고 지난달 돌아가셨고 우리에게 맡아달라는 강아지만 남았다. 가정집에서 애완용으로 커야할 애완견이 쉼터옥상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도 강아지를 이뻐하는 분들이 많아서 남부럽지는 않으리라.
주인이 돌아가시면서 우리 쉼터 정식 입소견이 되었는데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해서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있다. 원래 주인이 부르던 이름은 해피였는데 우리는 촐랑이라고도 부른다. 박시X씨에겐 가족과도 같은 강아지여서 우리 역시 고인을 생각하며 돌보고 있다. 부디 주인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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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거짓말    2010/11/08

올해 5월에 술로 인해 퇴소했던 조성X씨가 찾아왔다. 당시 술을 먹고 사무실 바닥에 드러눕고 술주정을 하는 등 얼마나 가관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와서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제가 술을 안 먹었는데 당시 구역 실장님이 술을 먹었다고 저를 쫓아냈어요. 저는 술을 먹고 그러지는 않거든요..."

-"아저씨, 무슨 말씀을 하는거예요? 지난 번 사무실에서 술주정해서 우리가 끌어낸 거 기억이 안나세요? "

그동안 얼마나 술을 먹으며 지냈으면 불과 몇 개월전에 있었던 일도 기억못하고 있다.

-"사람이 좀 양심이 있어야죠? 그렇게 뻔한 거짓말을 하세요? 자기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는 것부터 해야죠, 무슨 술도 안먹었는데 실장이 내보냅니까? 입소 안되니까, 내년에나 오세요."

"네...각성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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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에 세례를 받다    2010/11/15

추수 감사 주일을 맞이하여 지난 주일에 학습 및 세례식이 있었다
올해 추수 감사절 세례자중 김형○ 씨에겐 그날이 아주 특별한 날이였다
그날 환갑을 맞아 세례를 받으셨으니 이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으랴    그날 특별한 날을 맞이한 김형○씨는 저녁에 방식구들과
사무실 직원을 위해 치킨을 사오셨다  희망근로를 하셔서 돈도 얼마 못버시는데 큰돈을 쓰신거다 하나님의 은혜가 크기에 이렇게 베풂을 실행하는 김형○씨의 앞길에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축복이 함께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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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사망    2010/11/17

지난 토요일 새벽 6시 30분경 식사를 하기 위해 계단에 서 계시던 김만X씨(74세)께서 쓰러지셨다. 119와 112가 와서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마땅히 환자를 받아야 할 국립의료원에서 환자를 거부했다. 야간 당직자들이 책임지기 힘든 환자들을 안 받는 것이다. 낮에는 상관이 없지만 업무시간 외의 시간이나, 토요일,휴일등에는 응급환자들을 받지 않고 있다. 결국 119는 국립의료원으로 가지 못하고 근처 개인병원으로 환자를 옮겼고 뇌출혈 수술을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시립병원이나 국립의료원에서 수술을 했다면 의료비가 지원되었을텐데 일반 병원에서 수술을 하는 바람에 의료비 문제가 대두되었다. 병원측에서는 구청을 통해 긴급의료지원을 신청했지만 시설에 있는 노숙인들에게 긴급지원이 안된다며 거절을 당했다. 노숙인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겐 긴급지원이 안된다는 법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유인즉 노숙인시설은 일반병원을 이용하지 말고 시립병원이나 국립의료원등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환자를 안 받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119가 가도 안 받고 112 경찰이 가도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 시립병원을 이용하라면 어떡하란 말인가? 응급환자가 평일 낮에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 업무시간외에는 받지 않으면서 시립병원을 이용하라는 말만하면 어떡하는가?
하여간 법을 내세우며 안된다니 우리도 어쩔수 없었다. 병원측에서도 난감해 했다. 이제 남은 건 보호자를 찾는 것인데 소지품을 뒤진끝에 아들,딸로 보이는 연락처를 찾았다. 하지만 아들은 대놓고 보호자 행세를 하기 싫다고 거부했다 딸은 그런 사람 모른다고 잡아 뗐다. 그리고 오늘 오후 김만X씨는 사망했다.
이제 남은 건 시신과 병원비였다. 동사무소쪽에서 자녀들을 알아본 결과 다들 잘 사는 사람들이었다. 작년에 김만X씨께서 기초생활수급권을 만들려고 신청했다가 자녀들의 소득이 높아서 거부되었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알아본 결과 한 분은 공무원으로 계셨다. 그런데도 환자분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런 자식이 어디있냐고 하겠지만 사실, 그럴만도 한 경우들이 많다. 얼마나 자식들에게 못할 짓을 했으면 그랬겠는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통화가 겨우되었다. 자녀분은 우리에게 보호자가 안 나타나면 어떻게 처리되느냐며 할 수만 있으면 보호자 역할을 안하려했다. 하지만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함을 말씀드리고 무엇보다 고인께서 치료비와 장례비로 쓸 돈은 가지고 있음을 말씀드렸다.
그동안 희망근로를 하면서 푼푼히 모은 돈이 천 오백만원정도나 된다. 그걸로 병원비를 지불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세상이 왜 이렇게까지 되어가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을 겪을때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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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도시락 배달    2010/12/01

우리 주변에도 아직 소외되고 헐벗은 이웃들이 아직 많다  이들의
배고품을 조금 이라도 해결 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많은 가정은 아니지만  아홉 가정에
매일 밥과 반찬 ,국  이렇게 두끼 분량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오일 간 배달을 간다  매일  사랑의 도시락배달  쪼끼를 입고 배달을 나서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데 재미난 일도 많다 어떤분은 도시락을
돈으로 살수 없냐고 물어시기도 하고 어떤분은  가나안 교회에서  좋은일 많이 하신다며 격려도 해주신다 그리고 도시락 배달 쪼끼로인한
간접 광고 효과가 엄청난거 같다 다른 복지관 사회 복지사들이  다른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서 문의를 하기도 한다 어떤 봉사자는 도시락  배달을 가서 도시락 수혜자에게 삥도 뜯기고 온다 시립대 근처에
사는 정순☆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데 가끔 우리교회에 와서 밥도 먹고간다  그리고 가끔 우리 도시락 봉사자 에게  음료수를 사먹는다며
700원만달라고 하며 삥을 뜯는다 그래도 우리의 마음씨 착한 봉사자는 살포시 미소 지으며 동전을 건내주며 한마디한다 주일에 교회꼭나오라고  사실 우리의 도시락 배달이 소외되고 배고픈이들의 한끼 식사를 전하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 취지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그들도 주님 품으로 돌아 올수 있도록 전도를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수혜자들은  수혜자들 대로  배고픔과 정을 느껴서 좋고 봉사자들은
나눔의 보람과 행복을 느껴서 좋은 사랑의 도시락 봉사  앞으로도 더많은 이웃과 더불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축복의 통로가 되었으면한다 겨울이 다가와서 그런지 도시락 봉사자들이 많이줄어 드는것같다  한명이라도 더 나서서 봉사해야 하는 시점에 봉사자들이 줄어드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나마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봉사에 임하는 이들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도 처음처럼 변치않고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끝까지 힘차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세상이 전파하며 실천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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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긴급출동    2010/12/13

SBS의 'SOS긴급출동'팀에서 오늘 쉼터를 방문했다. 제기동쪽에서 노숙 하시는 분을 목욕시키고 병원으로 이송시키기 위해 오셨는데 발이 많이 붓고 동상등으로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오래노숙을 해서 몸 상태가 많이 않좋았는데 병원에 가기전에 쉼터에서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혀 보내려고 온 것이다. 119 구급대원들과 함께 방문하여 쉼터에 계신 봉사자의 도움으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런 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발을 절단해야 할 정도가 되도 남의 도움을 거절한다는 것이다. 이번 SOS팀도 어렵게 설득하여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제도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시던 분이 전도팀의 전도를 받고 오셨는데 저녁즈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구토를 하는 등 증세가 심해져서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분은 얼마 전 똑같은 일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해버렸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시는 분들이 꽤 있다. 노숙을 하다가 몸이 않좋아지면 쉼터나 병원을 이용하고 좀 나아지면 다시 노숙을 하고.....일반인들 눈엔 병이들어 거리에서 노숙하는 것이 불쌍해보여서 119나 112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사실, 한 두 번 겪는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수 차례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도움을 주러 온 119대원들도 답답하기 마련이다. 아예 얼굴과 이름까지 외워버린 경우들도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정부분 강제적인 수용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취재하시는 분들도 이 부분을 물어보았지만 인권문제때문에 강제적인 수용이나 치료는 불가능한 상태다. 그것이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오늘 이 분도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큰 고비는 넘기겠지만 이것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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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2010/12/20

경찰로부터 방XX씨(54세)가 자살했다는 전화가 왔다. 연고를 파악하던 중 우리 쉼터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던 모양이다. 작년10월부터 올4월까지 6개월정도 쉼터에 계셨던 분인데 기간은 짧지만 워낙 특이한 분이어서 많이 놀랐다.
처음에 쉼터에 와서 얼마나 성실했는지 모른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늘 공손하게 대했다. 열번을 만나면 열번을 인사했다.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했고 먹을 것이 있어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먼저 권한후 본인이 먹었다. 쉼터의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다시피 했고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일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신적인 문제였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이분은 일종의 자학증이 있었다. 자기 자신이 편한 것을 죄스러워했다. 그래서 쉼터에 있으면서 자기 몸을 학대하며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것도 부족해서 어느날 부터인가는 밥을 굶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한다면서 밥을 굶고는 남들이 자는 한 밤중에 방에 있는 간식들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조금더 지나서부터는 아예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기 시작했는데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본인만 편하게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친형님이 계셨는데 그분에게 몇 번을 전화해서 돈을 부쳐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돈가지고 간식을 사서 거리 노숙인들에게 나눠주었다. 돈이 떨어지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빌리기 시작했고 그 돈으로 노숙인들을 도왔다.
상태가 이 정도되다보니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본인은 극구 거부했다. 몸은 점점더 쇠약해져갔고 손은 습진으로 항상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방XX씨의 상태를 알기시작하면서 일을 못하도록 막기 시작했는데 그럴 수록 본인은 더욱 괴로워했다. 결국 도저히 안되겠다시퍼서 요양병원에서 3개월만 쉬다 오도록 강권적으로 권했고 요양병원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몇 일되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 내보내달라고 했다. 자신이 편하게 있으면 있을 수록 괴로운 것이었다.
결국 며칠되지 않아 병원에서 퇴원했고 그 뒤로 소식이 끊겼다. 그리고 지난주 쉼터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지만 상태가 전보다 안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노숙을 해왔었다고 하는데 몸이 견디지를 못해서 다시 왔다고 했다.
이제 쉼터에 계시면서 몸 좀 추스리라고 말씀드리고 전에처럼 본인 고집대로 하면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입소후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다시 와서는 도저히 여기에 못있겠다고 했다. 자신이 편하게 있는 것이 괴로운 것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여기에 있을 수가 없다며 울기만 했다. 정신적인 문제라 그냥 내보내면 안 될거 같아서 해달라는데로 다 해주겠다고 했지만 못있겠다고만 했다. 도저히 안될 거 같아서 담임목사님과 상담을 하도록 했고 목사님께서도 여러모로 이분과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분은 못있겠다고 다시 찾아왔다.

"아니, 몸이 안좋아서 노숙도 못하신다면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저도 모르겠어요...그냥 여기 있을 수가 없어요."

"방XX씨가 원하는대로 해 줄테니까 여기 있어요. 몸이 좀 좋아지면 쉼터일도 돕고 불쌍한 사람도 도우면 되쟎아요."

-"안되겠어요...."

잠시후 방XX씨는 자신을 꽃동네로 보내달라고 했다. 거기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분을 돕고 싶은 모양이었다. 노숙하는것보다는 그 편이 나을 거 같아서 은평의 마을로 보내주기로 했다. 구청직원을 통해 은평의 마을로 갔고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잘 계시라는 부탁과 함께 전화를 끊었고 지금까지 잘 계신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경찰로부터 비보를 전해들은 것이다. 기찻길로 뛰어들어 자살을 한 것이다. 아마, 은평의 마을에도 얼마 있지 못하고 나온 모양이다. 그리곤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강제적인 수용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인권문제때문에 이제는 강제수용을 하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당사자들이 겪는 문제들이 심각하다. 정말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알코올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권인지...자학증이 있는 사람에게 자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권인지...피해망상이 심한 사람에게 본인 생각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인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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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2010/12/20

저녁식사를 하러 매일 쉼터에 오시는 분이 계신다. 올해 73세이신 분이다. 몇 달 전, 사무실에 찾아와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아침에는 떡으로 식사를 때우고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는데 저녁이 문제여서 부탁하러 온 것이다.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후 고맙다며 가끔 과일이라도 사 가지고 오셨다. 그럴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너무 감사해서 하는 것이라며 놓고 가셨다.
오후에는 용신동사무소에서 도시락배달을 추가할 수 있는지 연락이왔다. 현재 아홉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는데 여기 저기서 도와달라는 문의가 온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고 도움의 손길도 많이 필요하다. 연말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이런 분들을 돌아보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