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12월 쉼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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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642회 작성일 : 21-05-25 09:55본문
음악콘서트-오!해피데이 2009/09/01
지난 주 토요일에는 시각장애인 초청 음악콘서트가 있었다. 가일미술관 홍성미선생님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콘서트는 클라리넷과 피아노,바이올린의 협주와 판소리로 아름답고 흥겨운 시간이 되었다. 특별히 이번 콘서트를 계획해 주신 홍성미선생님은 소외된 이들을 위해 매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고 계시며 이 일에 많은 보람을 갖고 계시다고 한다. 협조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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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미목사 워십찬양 2009/09/01
20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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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벌이 2009/09/01
어제 오전 아저씨 한 분이 여자분과 사무실을 찾았다. 얼굴을 보니 몇달전 오셨던 분이다. 그때도 한 여자분과 함께 찾아왔었는데 당시 우리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한 참을 얘기하더니 여자분이 아프다면서 돈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온것이다. 여자분은 다른 분이었다. 장황하게 얘기를 시작하려는 것을 차단하고 물어보았다.
-'아~ 여기 여자분이 아픈데...'
"지난 번에 오셨던 분이네요? "
.....................
"기억이 안 나시나보죠? 지난번에도 어떤 여자분하고 오셨쟎아요? 그때는 다른 여자분이던데..."
-"이 여자분이 아무것도 못먹어서 그런데 만원만 주시면..."
"아저씨, 지난번에도 여자분이 아프다고 하셔서 저희가 감기약 드렸죠? 기억이 안나시나보네요. 조금 있으면 식사시간이니까 식사하고 가세요. 돈은 못드리거든요. 그리고 왜 자꾸 여자분들 데리고 다니면서 거짓말하고 그래요!"
뭐라고 한소리하니까 찔리는지 그냥나갔다. 요즘 여자노숙인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자분들의 경우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은 경우가 많아서 이런식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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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온 아주머니 2009/09/07
지난 주 아주머니 한 분이 사무실에 오셨다. 본인 몸집만한 가방과 그것보다는 좀 작은 가방 하나를 가지고 오셨는데 잠잘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3년전쯤 남편과 호주로 일하러 갔다가 돈도 못벌고 더이상 있을 수 없어서 본인이 먼저 귀국했다는 것이다. 자리를 잡는 대로 남편도 올건데 돈도 없고 방도 구할 수 없어서 구청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구청 직원이 우리 쉼터를 소개해 준 것이다. 그런데 구청직원이 우리 쉼터가 남성쉼터라는 것을 몰랐나보다.
이 아주머니는 무거운 짐때문에 택시까지 잡아타고 왔는데 생활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도와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우리는 여성쉼터를 연락해 보았지만 쉼터마다 정원이 다 차서 못받겠다는 소리뿐이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숙식이 가능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아직은 건강해 보여서 찾아보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짐을 놔둔체 일자리를 구하러 가셨고 3일후에나 짐을 찾으러 오셨다. 괜찮은 일자리를구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일가친척도 없이 무작적 호주로 떠난 용기나 무작정 귀국한 용기 하나는 대단하다. 하지만 인생이 용기 하나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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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서 생활하려고요. 2009/09/14
그동안 잘 생활해 오던 김XX씨가 퇴소하겠다고 올라왔다.
-"어디서 생활하시게요?"
"고시원에서요"
-"여기서 생활하는게 불편하세요?"
"그런건 아닌데요. 아무래도 쉼터는 연세있으신 분들이 계신 곳이쟎아요."
-"그러면 고시원은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인가요?"
"제 나름대로 다 생각이 있거든요. 인력회사에서도 매일 나오라고 하고요"
-"돈 모아서 방세내고 밥사먹으면 어떻게 돈을 모으시겠어요? 차라리 여기 계시면서 목돈이라도 모아서 나가시면 모를까...앞으로 돈 벌어서 생활해보겠다는 생각은 잘못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
"그것까지도 생각하고 결정한 거거든요."
-"인생이 자기 생각대로 되면 다 부자되게요. 마음을 굳힌 거 같아서 더 붙잡긴 뭐하지만 나중에 잘 안되면 방황하지 말고 다시 오세요."
이제 나이30의 젊은 청년이다. 쉼터에 입소한 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이곳을 집처럼 생각하고 생활해 보라고 했지만 역시 젊은 패기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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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3시 반에 문을 열어주면 안될까요? 2009/09/14
한 분이 일자리를 구했는데 새벽3시50분까지 가야한다고 그 전에 문을 열어줄 수 없냐고 물었다. 새벽5시에 새벽예배가 있고 6시에 아침식사가 있어서 보통 새벽4시30분이면 기상한다. 그런데 그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니 개인집도 아니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 한사람때문에 방사람들도 잠을 설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깥문을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열어줘야 하는 것도 문제다. 본인이야 돈 벌러 나간다지만 공동체생활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법 아니겠는가? 때로는 전체를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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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돕고 싶습니다. 2009/09/15
경기도 의정부에 계신 신XX님께서 이곳을 돕고 싶다며 전화를 주셨다. 평소에 이런 사역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기독교TV에서 목사님의 사역을 보고 결심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본 쉼터 동역운동을 통해 매월 일정 금액을 후원하시겠다고 하여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누는 중에 두 분 모두 장애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분은 장애2급이시고, 아내되시는 분은 5급이라고 하셨다. 국가에서 나오는 수급으로 생활하신다고 하는 말씀을 들으니 오히려 우리가 도와드려야 할 분들이었다.
평소에도 노숙인들을 보면 돕고 싶어서 먹을 걸 싸가지고 찾아다닐 생각도 해보았지만 장애가 있으신분이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주변에서 만류하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러던차에 목사님의 사역을 보게되었고 이곳을 돕기로 작정하신 것이다.
사실, 본인이 직접 이런 분들을 돕는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 같은 시설이 있는 것이고, 우리 역시 많은 분들의 기도와 봉사 그리고 후원으로 이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기도할때마다 우리를 돕는 동역자들에게 같은 상으로 갚아 주실것을 위해 기도한다. 이 사역이 더욱 확장되려면 반드시 이런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많은 동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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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교회 남전도회주최 성경퀴즈 2009/09/28
27일 주일저녁에는 남전도회 주최로 성경퀴즈대회가 있었다. 범위는 사무엘상하였으며 총19개팀이 참여한 가운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한 팀당 2명씩 나와서 예선을 치르고 예선을 통과한 네팀과 패자부활전에서 오른 한 팀을 더해서 총 다섯팀이 결선을 치렀다. 문제 자체가 성경을 왠만큼 읽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음에도 열심히들 준비하셔서 선의의 경쟁을 치를 수 있었다. 아쉽게 예선에서 떨어진 팀들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이번 대회 1등은 지난번 수련회때 1등을 차지한 5구역이 또다시 우승을 하여 상품과 회식비 10만원을 받았으며 2등은 청년부가, 3등은 6구역이 차지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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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쉼터로 옮기려고요 2009/10/06
9개월 정도 생활하신 문XX씨가 타쉼터로 갔으면 한다고 올라오셨다. 이곳에서 9개월정도 생활했는데 본인하고는 안맞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러냐고 물으니, 첫째는 이곳이 교회이다보니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주일에도 쉬지 못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일을 해도 그날 그날 돈을 써버려서 돈 모으기도 힘들다고 했다. 본인이 가려고 하는 쉼터는 한방에 3~4명정도 생활하고 거기서 어느정도 자립하면 좀더 나은 주택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그런 목표라도 있어야 돈도 모으고 열심히 살지 않겠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본인에게 맞는 쉼터를 찾았다고 좋아하기에 잘 생활하시라고 보내드렸지만 쉼터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같은 기독교쉼터가 어떤 분에게는 단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신앙생활때문에 이곳을 찾으시는 분들도 계시고 오늘 이분처럼 예배때문에 쉼터를 떠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쉼터마다 나름대로의 특색들이 있고 우리쉼터는 기독교 색채가 강한 쉼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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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기증 2009/10/06
쉼터에 계신 성도 한분이 성경200권을 기증했다. 예배때 사용하도록 비치해 놓은 성경책이 많이 낡아서 바꾸자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매일 새벽,저녁으로 예배를 드리다보니 손때도 많이 묻고 파손과 낙서도 많이 되어있다. 쉼터에 오래 계신 분들은 개인 성경을 하나씩 갖고 계시지만 매일 새롭게 들어오고 나가는 분들을 위해 성경책을 비치해 놓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보내주신 성경들이다.
이번에 성경을 바꾸면서 문제가 된 것은 새로바뀐 개역개정과 새찬송가로 바꾸는 문제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개역한글을 사용하고 싶지만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고심끝에 개정개역과 새찬송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성경,찬송200권의 가격만 해도 320만원이다. 돈이 많은 분도 아니고 한달에 40~50만원 버는 돈을 한푼 두푼 모았다가 이번에 성경을 기증해준 것이다. 그 많은 돈을 다른 것에 사용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쉼터에 계신 분들의 신앙생활을 위하여 헌금해 주신 성도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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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일...하지만 더 생각해 볼 일 2009/10/07
2주 쯤 전에 한 여성분이 노숙하는 분을 데리고 오셨다. 여성분은 70이 넘으신 분인데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세련되고 지금도 어려운 분들을 위해 찬양사역을 하고 계신 전도사라고 했다. 공원에서 노숙하는 분이 불쌍해서 그동안 먹을 것, 입을 것등 이것 저것 챙겨주다보니 친해진 모양이다. 입소하러 오신분은 이 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술이었다. 2~3일 잘 있는가 싶더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노숙하던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술 버릇도 고약했다. 먼데서도 아니고 교회 건물 뒤에서 보란듯이 소주병을 갖다 놓고 마셔댔다. 주일인데도 교회입구에서 술주정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우리 쉼터에 처음이고 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고자 다음날 아침 불렀다. 아직도 술이 덜 깬 상태였다. 본인도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저씨, 그러면 한 번 더 기회를 드릴테니까 이따가 술깨고 5시정도에 오세요. 술깬 다음에 얘기하죠. 지금나가서 또 드시면 퇴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5시까지 오겠습니다."
그러고 나간 후 들어 오지 않았다. 그날 저녁 어떤 사람과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흘렀다. 당연히 퇴소되었고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사무실에 찾아왔다. 얼마나 취했는지 비틀거리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 번 만 봐달라고 한다. 우리는 이 분을 모시고 온 전도사님께 전화해서 오시도록 했다.
이 분 상태를 보더니 기가막힌지 한탄을 하셨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상태가 더 심했던 모양이다. 게디가 이 분은 안보이던 며칠동안 명의도용까지 당한 것 같았다. 그 돈으로 오늘도 술을 마시고 온 것이고... 우리로서도 다른 수가 없었다.
"저희 쉼터는 개방시설이라 이런 분이 계시기에는 힘이 듭니다. 다른 시설을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알콜 전문 치료기관도 있으니까요"
결국 본인이 다른 쉼터를 찾아보겠다며 비틀거리며 나갔고 전도사님 역시 더 이상 이 분을 돕기가 힘들다며 가셨다. 가끔 단지 불쌍하다며 이런 분들을 돕는 분들이 있다.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만 대부분 이런 선행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불쌍하다고 한푼 두푼 준 돈은 백이면 백, 술을 먹는데 사용된다. 정말 이런 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우리 같은 시설을 돕거나 함께 연계해서 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그것을 위해 우리 같은 쉼터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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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번째 자원봉사자 2009/10/19
2009년이 아직 2개월이상 남아 있는 가운데 벌써 자원봉사자가 500명이 넘어섰다. 이 데이타는 봉사활동 확인서 연번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여러날 봉사하고 확인서 하나에 다 기록한 경우도 있고 단체로 와서 하는 경우는 30~40명이 봉사를 했어도 한 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확인서의 번호보다 2~3배는 많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게중에는 확인서를 받아가지 않는 분들도 꽤 있다. 하여간 많은 분들의 자원봉사로 이곳 역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번 500번째 자원봉사자는 신현고등학교 1학년들이었다. 35명정도가 와서 소식지작업을 도왔는데 500번째를 기록했다. 현재 매일 같이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주 단위나, 월 단위로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서 봉사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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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찾으러 왔는데요 2009/10/27
지난 달 말쯤 정XX씨가 입소했다. 정신이 좀 산만해서 오래 못있을 것 같더니, 3일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니 제주도라고 했고 아무래도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차비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수중에 몇만원이 있었는데 방 사람들 말로는 어제 일용직에 나가서 벌어온 돈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 돈가지고 며칠동안 쓰고 오려는 것 같았다. 추석지내고 일주일정도 다녀오겠다고 하길래 더 늦어지면 퇴소되니까 반드시 그때까지 돌아오라고 했다.
그리곤 한달만에 어제 전화가 왔다. 짐을 달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들이 많아서 우리는 입소할 때 본인 동의를 받는다. '퇴소후 일주일안에 짐을 찾아가지 않으면 임의로 처분할 것에 동의합니다. 물론 이 분도 동의했고 사인을 했다. 이런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사람자기도 비좁은 곳에 퇴소자 짐까지 놔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저녁 짐을 찾으러 왔고 오늘 아침 다시 찾으러 왔다. 수소문해서 남은 짐을 찾긴 찾았는데 더 있다며 찾아달라고 한다. 대부분 짐들은 입던 옷들과 음식물쓰레기등이었는데 버릴 건 버리고 입을 만한 옷만 세탁해서 모아둔 것들이다. 신분증이나 중요한 소지품이 있으면 당연히 따로 모아두는데 그런 것은 거의 없었다.
방을 다 뒤집다시피해서 어느 정도 찾았고 택시까지 불러서 짐을 실어갔다. 어제는 경찰까지 불러서 있소리 없는 소리 다했다니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서 생활하긴 어려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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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언어장애인? 2009/10/27
어제 오후 한 분이 사무실에 들어오셨다. 입구에 우둑커니 서 있길래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으니 답변이 없었다. 입소하러 오신 것 같아서 물어보니 역시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못듣는 것 같아서 종이와 볼펜을 주니 '입소'라고 썼다. 이때부터 글자로 하는 대화가 오고 갔다.
"이름이 뭐예요?"
-"윤XX"
"주민증 있어요?"
-없음"
안면이 있어서 입소기록을 찾아보니 2년전에 두 달정도 계셨던 분이다. 그때는 멀쩡하던 분이 지금은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제부터 귀가 안들리세요?"
-"배타서 독극물 먹어서요"
"여기에서 퇴소 후에 또 배를 탔나요?"
-"네"
"혹시 기초 생활 수급자이신가요?"
-"동사무소가서 수급자 신청할라고요. 이틀만 있을께요."
"여기 계시면 입소해 있는 동안 수급비가 안나와요. "
한참을 얘기하다보니 이 분 목적이 수급권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수급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일어나서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귀머거리,벙어리 행세를 하는 것 같았다. 독극물을 먹는다고 귀가 안들리고 말을 못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다가 2년전에 배를 타다 그렇게 되었다는데 이제야 만들겠다는 것도 이상하다. 독극물로 인해 그렇게 될 정도라면 병원치료기록이나 진단서라도 가지고 다닐텐데 전혀 그렇지도 못했다. 전에 입소한 적도 없다고 우기더니 상담기록지와 사진을 보여주니 인정했다. 하여간 끝까지 장애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장애인 행세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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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에 큰 기쁨 2009/10/28
"천 구백원 벌었어~ 신문~ 토요일은 쉬어~ 아저씨가 안와서."
몇 주전 입소한 이XX씨의 말이다. 정신지체장애2급인데 지방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있다가 추석때 아버지를 따라 잠시 집에 갔다가 말도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자주 있는지 서울 지리도 잘 아는 편이다. 집에 연락을 해보니 부모님들도 다들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일손이 바빠서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이제 나이23인데 겉모습은 40이 넘어보인다. 말도 어눌하고 몸도 불편하지만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축구동아리에도 가서 토요일마다 축구를 하고 영화동아리에서 하는 영화도 보고 등산동아리에서 가는 등산도 간다. 그리고 아침이면 지하철에서 신문을 주워서 용돈을 벌고 있다. 기껏해야 1~2천원이지만 그걸로 먹고 싶은 것도 사먹는다. 오늘도 아침에 신문을 주워서 1900원을 벌었다고 자랑한다. 물론 정신지체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누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빌립보서 4:12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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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왕에 뽑힌 노숙자 2人의 희망가 2009/10/29
저축왕에 뽑힌 노숙자 2人의 희망가
◆ 이상서씨 "2년간 3600만원 저축"…노숙자 동생에 충격…새인생 살기로 결심
28일 노숙자 출신 저축왕으로 뽑인 이상서 씨(69)가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이승환 기자>
=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이 나를 이 지경으로 타락시켰어요. 그러나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받은 도움, 이젠 베풀며 살래요."
40여 년 전 누구라도 이름을 들어봤을 충북의 한 명문고 졸업을 앞둔 청년은 대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이 청년은 미군부대에서 통역하던 큰형의 권유로 당시 선망의 직장이던 미군부대 내 소방서에 취업한다. 이어 27세 되던 해에는 주위 소개로 만난 아리따운 여성과 결혼했다. 인생이 한창 꽃피려는 순간 그는 난데없이 월남행을 자청한다. 그러나 이 일로 부인과 심하게 다투고 아내는 집을 나가게 된다.
노숙자 저축왕으로 뽑힌 이상서 씨(69)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그 자체였다. 이씨는 부인과 이별 뒤 미군부대를 그만두고 도박에 빠져든다. "화투, 포커, 마작, 경마, 성인오락 등 안 해본 도박이 없고 심지어 바둑, 장기, 당구도 돈을 걸고 할 정도로 노름에 미쳐 살았어요."
미군부대를 나온 후 공사판을 전전했지만 워낙 손재주가 좋고 머리회전이 빨라 이씨는 공사판에서 기술자로 인정받았고 수입도 꽤 쏠쏠했다. 요즘 돈으로 일당 30만원을 받았고 3개월 정도 일하면 목돈이 쌓였다. 하지만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하루, 이틀 만에 도박으로 모두 탕진해 버렸다. 그 같은 일을 40년 세월 되풀이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사장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노숙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을지로 쪽에 주로 있었어요. 그런데 10년 아래 막내동생이 거리를 전전한다는 얘기를 우연치 않게 들었어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고향에서는 잘나가던 형제들이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후회가 밀려들었다. 동생만은 자신의 과오를 되풀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2006년 7월 청량리역 부근 노숙자 쉼터인 가나안교회에 몸을 의지하고 이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는 때때로 동료에게 빵이며 우유를 사서 나눠 주기도 한다. 그외 수입 전액은 통장으로 들어간다. 2년 남짓한 기간 3600만원을 모았다. 좀 더 모아 자그마한 낚시점을 차려 독립하려고 한다. 자식이 없는 그의 소망은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것이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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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17:18:55 입력, 최종수정 2009.10.28 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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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만나려 무안에서... 2009/11/10
정신지체2급인 이XX씨(23세)를 만나려 어제 저녁에 전남 무안에서부터 올라오신 부모님이 계신다. 지난달 초에 우리쉼터에 입소한 이XX씨는 다른 시설에 있다가 추석을 맞아 잠시 집에 가있는 동안 아무말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그간에도 여러번 이런 일이 있었고 기차시간같은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이곳 저곳 많이 다닌다고 했다. 한번 집을 나가면 집에는 연락도 안하고 돌아다녀서 걱정이 많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우리 쉼터에서 연락을 드리자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다면 올라오신 것이다. 부모님도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어서 여기까지 오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1시경에 청량리에 도착해서 여관에서 잠을 주무신뒤 8시가 좀 넘어 아들을 만나러 오셨다. 그리곤 30분정도 만나서 잘 있는 것을 확인한후 또 기차를 타고 내려가셨다. 쉼터에 직접 와서 보니 마음이 놓이시는 것 같았다. 아무쪼록 이곳에서 잘 생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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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스트 2009/11/12
업무시작전부터 두 분이 입소하겠다고 찾아오셨다. 서로 아는 사이로 같이 노숙을 해 온 것 같은데 식사도 안했다기에 식사부터 시키고 상담을 시작했다. 두 분을 따로 따로 상담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저런 생활규칙과 예배드리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한 분이 다른 동료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부디스트인데..."
-"어? 뭐라고?"
"내가 부디스트라고!!!"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자 화를 내면서 말했다.
"부다는 아냐? 불타? 나는 불교신자야!!!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예배를 드리냐?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내가 가식으로 예배 해야해?"
-"그러면 불교에서 운영하는 쉼터로 가시는게 낫겠네요."
결국 신앙이 맞지 않아서 입소를 안하고 나갔는데 나가면서도 이런 말을 했다. '부처님도 제대로 못 믿는데 무슨 하나님을 믿냐?' 뭔가 굉장히 신실한 불교신자처럼 말은 하는데 연실 욕을 해대고 나가자마자 밖에서 사람들과 시비를 걸고 말다툼을 벌였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 신앙인들도 저런 모습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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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졸업식 2009/11/18
서울시 인문학 졸업식이 어제 오후 4시 시립대에서 있었다. 서울시 오세훈시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인문학이 벌써 1년이 지나서 졸업생을 배출하게 된 것이다. 우리 쉼터에서는 인문학1기생 16명과 2기생 22명을 합쳐서 총 38명이 졸업을 했다. 인문학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대학교까지 졸업하신 분들도 있지만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저학력자들도 많다.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가운을 입을 줄이야 누가 생각했겠는가? 열심히 하신 여러분들께 축하드린다.
200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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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타일? 2009/11/19
보름 전, 미국 한인교포 한분이 입소하러 오셨다. 미국에서 오래사셨는지 시민권도 있는 분이었다. 사정이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사정이 딱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 드렸다. 본인도 미국에서 신앙생활을 했었다고 하기에 잘 생활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입소한 날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예배를 안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밤10시가 다 되어 문닫기 전에 겨우 들어올 뿐만 아니라 들어와서도 씻지도 않고 입던 옷 그대로, 신던 양말 그대로 신고 잔다. 게다가 매일같이 술을 먹는지 술 냄새가 진동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방 실장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고 쉼터 규칙을 지키려 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자기 맘대로 생활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어제 밤 불러다가 상담을 했다.
"하루종일 어디 다니세요?"
-"여기저기요."
"국가에서 돈 나오는 거 있으세요?"
-"아뇨"
"차비라도 하려면 돈이 필요할텐데 돈 받는데 없어요?"
-"무슨...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는 건가요?"
"아저씨, 술 드시죠?"
-"안 먹습니다."
"여기까지 냄새가 나는데 안먹는다고 하나요?"
-"노 코멘트...더이상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나갈께요."
"퇴소하시겠다고요?"
-"네, 나가는게 낫겠네요. 그리고...굉장히 건방지네요. 차라리 나가라고 하면 될거를요"
몇가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사생활을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국에서 공동체 생활을 안 해본건지...아니면 문제가 많아서 다시 귀국한건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생활하려면 공동체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관리자로서 당연히 물어볼 것을 물어보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다른 곳에서도 생활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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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갈거예요 2009/11/25
어제 77세의 드신 할아버지 한 분이 입소하셨다.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모시고 왔는데 할아버님이 치매가 있으신지 기억이 분명치 않았다. 같이 온 여자 분 말로는 집에서 사위에게 맞아서 그렇다고 했고 이제 집에서도 쫓겨나서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여자분이 돌아 간후 할아버지는 구역에 배치되었는데 얼마후 올라오셔서는 여기 못있겠다고 하셨다. 아마 분위기도 낯설고 공동체 생활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갈곳도 없으신 분이 못있겠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한참을 설득해도 안되서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해보려고 이리 저리 수소문을 했다. 모시고 오신 분이 전화번호를 알려 주지 않은 관계로 주소지 동사무소까지 연락을 해서 가족들과 연락을 했다. 그런데도 본인들은 가족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전처라느니 아는 사람이라느니 하더니 결국 나중에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분도 역시 가족이었다. 가족이 있다면 안받을까봐 그랬을까? 아니면 다시 돌려보낼까봐 그랬을까? 하여튼 어렵게 통화가 되어서 다음날 한 번 더 오시라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여기 안계시겠다고 하니 설득을 하시든 모시고 가시든 해달라고 했다.
결국 오늘 가족분이 오셨는데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여기 있고 싶다고 했다.
"아니, 할아버지 어제는 여기 못 계시겠다고 그러셨쟎아요.'
-"제가 언제요...여기 있을 거예요."
"집에서 안 받아준다고 해도 가시겠다 그래서 오늘 가족분을 오시라고 한거쟎아요."
-"아뇨, 집에 안 갈거예요"
치매가 있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걸까? 어제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신다. 하여튼 방도 제대로 찾지 못하실 정도로 상태가 안좋아서 이름표까지 만들어 드렸다. 어제 하루 주무시고 나니 좀 괜찮은지 오늘은 한결 얼굴이 좋아 보이신다. 잘 계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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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치매 2010/04/14
지난주에 오셨던 김XX할아버지께서 극심한 치매로 밝혀졌다. 바로 전날 했던 말도 한적이 없다고 우겨서 처음에는 이상한 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치매였다. 치매가 얼마나 심한지 방금 약봉지를 호주머니에 넣고서도 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고 같이 얘기하고 대화한 사람도 다음날이면 어디서 많이 본 분 같다고 말씀하신다. 얼마전에는 사무실에 돈 몇 만원을 맡겨 놓고는 방에서 돈을 찾느라 분주하셨다.
결국 지난주에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병원에서도 상태가 심하다고 입원하라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절대 안하겠다고 해서 결국 오늘 지난번에 오셨던 가족분이 다시 오셔서 설득했다. 그분만 오시면 그래도 하라는 대로 하신다. 치매가 많이 진행중인 것 같은데 일단 입원해서 치료가 진행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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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보기에 아들은 2009/12/08
올해 74세이신 정XX할아버지께서 서류 몇장을 가지고 올라오셨다. 하나는 안내문이었고 또 하나는 본인 명의의 인감이 발급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우편으로 받은 이 두 장의 안내문때문에 전라도광주까지 몇 번을 다녀오셨다. 1년에 한 두번 명절에 돈 갖다주러 다녀오시긴 하는데 이번에 집에 일이 있다고 자주 다니시기에 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었었다. 집에 아내도 있고 성인이 된 자식도 있지만 다들 할아버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푼두푼 돈이 모아지면 집에 가져다 주시곤 한다.
요즘엔 치매가 심해서 금방 있었던 일도 잊어버리신다. 물론 세상물정은 전혀 모른다. 그러니 안내문을 받고는 돈을 내라는 줄 알고 그 먼곳까지 왕래한 것이다. 그런데 두장의 안내문 중 하나는 인감발급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XX할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 인감을 발급받은 것이었다. 발급목적은 부동산매매용이었다.
"할아버지, 땅 있으세요?"
-"땅은 없고요 집이 있어요."
"할아버지 집이예요?"
-"네"
"아드님이 집을 팔 생각인 거 같은데요?"
-"집을 팔아요?"
"할아버지, 그냥 아드님에게 집 줘버리세요"
-"아이~안되요. 걔는 아직 안되요."
아버지가 보기에 아들이 영 미덥지 못하나보다. 몇 번씩 아직은 안된다고 말씀하신다. 할아버지께서 이곳에 계신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아들도 올해 서른 둘이고...기억력도 너무 없고 치매도 심하신데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시는 것이 문제다.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식들이 아직도 어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결국 안내문 두 장을 가지고 집으로 또 내려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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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588의 붉은 십자가는 남겨두세요 2009/12/09
오마이뉴스(200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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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생일이라... 2009/12/13
주일 오후 아주머니 한분이 쌀 2포를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기억해 보니 몇주전에 동생을 찾기 위해 쉼터를 방문했던 아주머니였습니다. 동생이 떠 돌아다녀도 병원은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동생이 밀린 의료보험료 백몇십만원을 갚고 나니 의료보함공단에서 아주머니 사정이 딱했는지 동생이 거주하는 주소를 알려주셔서 찾아올 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아타깝게 동생은 이미 몇달전 퇴소를 한 이후였습니다. 우리 쉼터에 있을 2달동안 주소를 우리 쉼터로 옮겨 놓은 것이 아직도 그대로였던것 같습니다.
늙으신 어머니가 살아계시는데 집나간 아들 한번 만나는 것이 소원이시랍니다. 그래서 찾아 다닌다며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고맙다고 빵을 한박스 사오셨습니다.
그러고 몇 주가 지난 오늘 또 쌀을 사가지고 오신겁니다.
바로 오늘이 그 동생 생일이랍니다. 동생 생일인데 쌀밥 한그릇 못해주는 누나의 마음을 담아 쌀을 사가지고 오신 거 였습니다.
동생을 위한 아주머니의 마음이 전달되서 한쪽마음이 찡해왔습니다.
그리고는 언젠가 꼭 우리쉼터를 돌아오면 받아달라고 그리고 연락해 달라고, 주민등록말소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가셨습니다.
그동안 동생이 진 1억원이 넘는 부채는 누나들이 힘을 모아 다 갚아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동생은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지금 이세상은 핏줄의 소중함이 없어진 시대입니다. 하지만 아직 끈끈이 남아있는 핏줄음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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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펀펀한 북카페 '김도진목사의 가나안교회 이야기' 2009/12/14
온누리교회 CGNTV 이홍렬의 펀펀한 북카페(200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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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준비 2009/12/22
지금 가나안교회는 성탄준비에 한창이다.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주일학교 어린아이들부터 권사님들까지 성탄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비록 노숙인쉼터를 하는 교회지만 이 때가 되면 여느교회와 다름없다. 올해도 입소해계신 분들을 주축으로 성극이 준비되고 있고 연합성가대가 성탄절 찬양으로 '할렐루야'를 준비하고 있다. 성탄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쉼터분들에게는 함께 하는 성탄행사가 뜻깊은 시간들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단지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리라 믿는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시각장애인 초청 음악콘서트가 있었다. 가일미술관 홍성미선생님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콘서트는 클라리넷과 피아노,바이올린의 협주와 판소리로 아름답고 흥겨운 시간이 되었다. 특별히 이번 콘서트를 계획해 주신 홍성미선생님은 소외된 이들을 위해 매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고 계시며 이 일에 많은 보람을 갖고 계시다고 한다. 협조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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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미목사 워십찬양 2009/09/01
20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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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벌이 2009/09/01
어제 오전 아저씨 한 분이 여자분과 사무실을 찾았다. 얼굴을 보니 몇달전 오셨던 분이다. 그때도 한 여자분과 함께 찾아왔었는데 당시 우리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한 참을 얘기하더니 여자분이 아프다면서 돈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온것이다. 여자분은 다른 분이었다. 장황하게 얘기를 시작하려는 것을 차단하고 물어보았다.
-'아~ 여기 여자분이 아픈데...'
"지난 번에 오셨던 분이네요? "
.....................
"기억이 안 나시나보죠? 지난번에도 어떤 여자분하고 오셨쟎아요? 그때는 다른 여자분이던데..."
-"이 여자분이 아무것도 못먹어서 그런데 만원만 주시면..."
"아저씨, 지난번에도 여자분이 아프다고 하셔서 저희가 감기약 드렸죠? 기억이 안나시나보네요. 조금 있으면 식사시간이니까 식사하고 가세요. 돈은 못드리거든요. 그리고 왜 자꾸 여자분들 데리고 다니면서 거짓말하고 그래요!"
뭐라고 한소리하니까 찔리는지 그냥나갔다. 요즘 여자노숙인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자분들의 경우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은 경우가 많아서 이런식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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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온 아주머니 2009/09/07
지난 주 아주머니 한 분이 사무실에 오셨다. 본인 몸집만한 가방과 그것보다는 좀 작은 가방 하나를 가지고 오셨는데 잠잘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3년전쯤 남편과 호주로 일하러 갔다가 돈도 못벌고 더이상 있을 수 없어서 본인이 먼저 귀국했다는 것이다. 자리를 잡는 대로 남편도 올건데 돈도 없고 방도 구할 수 없어서 구청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구청 직원이 우리 쉼터를 소개해 준 것이다. 그런데 구청직원이 우리 쉼터가 남성쉼터라는 것을 몰랐나보다.
이 아주머니는 무거운 짐때문에 택시까지 잡아타고 왔는데 생활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도와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우리는 여성쉼터를 연락해 보았지만 쉼터마다 정원이 다 차서 못받겠다는 소리뿐이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숙식이 가능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아직은 건강해 보여서 찾아보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짐을 놔둔체 일자리를 구하러 가셨고 3일후에나 짐을 찾으러 오셨다. 괜찮은 일자리를구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일가친척도 없이 무작적 호주로 떠난 용기나 무작정 귀국한 용기 하나는 대단하다. 하지만 인생이 용기 하나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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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서 생활하려고요. 2009/09/14
그동안 잘 생활해 오던 김XX씨가 퇴소하겠다고 올라왔다.
-"어디서 생활하시게요?"
"고시원에서요"
-"여기서 생활하는게 불편하세요?"
"그런건 아닌데요. 아무래도 쉼터는 연세있으신 분들이 계신 곳이쟎아요."
-"그러면 고시원은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인가요?"
"제 나름대로 다 생각이 있거든요. 인력회사에서도 매일 나오라고 하고요"
-"돈 모아서 방세내고 밥사먹으면 어떻게 돈을 모으시겠어요? 차라리 여기 계시면서 목돈이라도 모아서 나가시면 모를까...앞으로 돈 벌어서 생활해보겠다는 생각은 잘못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
"그것까지도 생각하고 결정한 거거든요."
-"인생이 자기 생각대로 되면 다 부자되게요. 마음을 굳힌 거 같아서 더 붙잡긴 뭐하지만 나중에 잘 안되면 방황하지 말고 다시 오세요."
이제 나이30의 젊은 청년이다. 쉼터에 입소한 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이곳을 집처럼 생각하고 생활해 보라고 했지만 역시 젊은 패기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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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3시 반에 문을 열어주면 안될까요? 2009/09/14
한 분이 일자리를 구했는데 새벽3시50분까지 가야한다고 그 전에 문을 열어줄 수 없냐고 물었다. 새벽5시에 새벽예배가 있고 6시에 아침식사가 있어서 보통 새벽4시30분이면 기상한다. 그런데 그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니 개인집도 아니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 한사람때문에 방사람들도 잠을 설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깥문을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열어줘야 하는 것도 문제다. 본인이야 돈 벌러 나간다지만 공동체생활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법 아니겠는가? 때로는 전체를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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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돕고 싶습니다. 2009/09/15
경기도 의정부에 계신 신XX님께서 이곳을 돕고 싶다며 전화를 주셨다. 평소에 이런 사역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기독교TV에서 목사님의 사역을 보고 결심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본 쉼터 동역운동을 통해 매월 일정 금액을 후원하시겠다고 하여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누는 중에 두 분 모두 장애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분은 장애2급이시고, 아내되시는 분은 5급이라고 하셨다. 국가에서 나오는 수급으로 생활하신다고 하는 말씀을 들으니 오히려 우리가 도와드려야 할 분들이었다.
평소에도 노숙인들을 보면 돕고 싶어서 먹을 걸 싸가지고 찾아다닐 생각도 해보았지만 장애가 있으신분이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주변에서 만류하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러던차에 목사님의 사역을 보게되었고 이곳을 돕기로 작정하신 것이다.
사실, 본인이 직접 이런 분들을 돕는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 같은 시설이 있는 것이고, 우리 역시 많은 분들의 기도와 봉사 그리고 후원으로 이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기도할때마다 우리를 돕는 동역자들에게 같은 상으로 갚아 주실것을 위해 기도한다. 이 사역이 더욱 확장되려면 반드시 이런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많은 동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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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교회 남전도회주최 성경퀴즈 2009/09/28
27일 주일저녁에는 남전도회 주최로 성경퀴즈대회가 있었다. 범위는 사무엘상하였으며 총19개팀이 참여한 가운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한 팀당 2명씩 나와서 예선을 치르고 예선을 통과한 네팀과 패자부활전에서 오른 한 팀을 더해서 총 다섯팀이 결선을 치렀다. 문제 자체가 성경을 왠만큼 읽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음에도 열심히들 준비하셔서 선의의 경쟁을 치를 수 있었다. 아쉽게 예선에서 떨어진 팀들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이번 대회 1등은 지난번 수련회때 1등을 차지한 5구역이 또다시 우승을 하여 상품과 회식비 10만원을 받았으며 2등은 청년부가, 3등은 6구역이 차지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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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쉼터로 옮기려고요 2009/10/06
9개월 정도 생활하신 문XX씨가 타쉼터로 갔으면 한다고 올라오셨다. 이곳에서 9개월정도 생활했는데 본인하고는 안맞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러냐고 물으니, 첫째는 이곳이 교회이다보니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주일에도 쉬지 못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일을 해도 그날 그날 돈을 써버려서 돈 모으기도 힘들다고 했다. 본인이 가려고 하는 쉼터는 한방에 3~4명정도 생활하고 거기서 어느정도 자립하면 좀더 나은 주택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그런 목표라도 있어야 돈도 모으고 열심히 살지 않겠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본인에게 맞는 쉼터를 찾았다고 좋아하기에 잘 생활하시라고 보내드렸지만 쉼터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같은 기독교쉼터가 어떤 분에게는 단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신앙생활때문에 이곳을 찾으시는 분들도 계시고 오늘 이분처럼 예배때문에 쉼터를 떠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쉼터마다 나름대로의 특색들이 있고 우리쉼터는 기독교 색채가 강한 쉼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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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기증 2009/10/06
쉼터에 계신 성도 한분이 성경200권을 기증했다. 예배때 사용하도록 비치해 놓은 성경책이 많이 낡아서 바꾸자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매일 새벽,저녁으로 예배를 드리다보니 손때도 많이 묻고 파손과 낙서도 많이 되어있다. 쉼터에 오래 계신 분들은 개인 성경을 하나씩 갖고 계시지만 매일 새롭게 들어오고 나가는 분들을 위해 성경책을 비치해 놓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보내주신 성경들이다.
이번에 성경을 바꾸면서 문제가 된 것은 새로바뀐 개역개정과 새찬송가로 바꾸는 문제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개역한글을 사용하고 싶지만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고심끝에 개정개역과 새찬송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성경,찬송200권의 가격만 해도 320만원이다. 돈이 많은 분도 아니고 한달에 40~50만원 버는 돈을 한푼 두푼 모았다가 이번에 성경을 기증해준 것이다. 그 많은 돈을 다른 것에 사용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쉼터에 계신 분들의 신앙생활을 위하여 헌금해 주신 성도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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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일...하지만 더 생각해 볼 일 2009/10/07
2주 쯤 전에 한 여성분이 노숙하는 분을 데리고 오셨다. 여성분은 70이 넘으신 분인데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세련되고 지금도 어려운 분들을 위해 찬양사역을 하고 계신 전도사라고 했다. 공원에서 노숙하는 분이 불쌍해서 그동안 먹을 것, 입을 것등 이것 저것 챙겨주다보니 친해진 모양이다. 입소하러 오신분은 이 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술이었다. 2~3일 잘 있는가 싶더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노숙하던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술 버릇도 고약했다. 먼데서도 아니고 교회 건물 뒤에서 보란듯이 소주병을 갖다 놓고 마셔댔다. 주일인데도 교회입구에서 술주정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우리 쉼터에 처음이고 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고자 다음날 아침 불렀다. 아직도 술이 덜 깬 상태였다. 본인도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저씨, 그러면 한 번 더 기회를 드릴테니까 이따가 술깨고 5시정도에 오세요. 술깬 다음에 얘기하죠. 지금나가서 또 드시면 퇴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5시까지 오겠습니다."
그러고 나간 후 들어 오지 않았다. 그날 저녁 어떤 사람과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흘렀다. 당연히 퇴소되었고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사무실에 찾아왔다. 얼마나 취했는지 비틀거리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 번 만 봐달라고 한다. 우리는 이 분을 모시고 온 전도사님께 전화해서 오시도록 했다.
이 분 상태를 보더니 기가막힌지 한탄을 하셨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상태가 더 심했던 모양이다. 게디가 이 분은 안보이던 며칠동안 명의도용까지 당한 것 같았다. 그 돈으로 오늘도 술을 마시고 온 것이고... 우리로서도 다른 수가 없었다.
"저희 쉼터는 개방시설이라 이런 분이 계시기에는 힘이 듭니다. 다른 시설을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알콜 전문 치료기관도 있으니까요"
결국 본인이 다른 쉼터를 찾아보겠다며 비틀거리며 나갔고 전도사님 역시 더 이상 이 분을 돕기가 힘들다며 가셨다. 가끔 단지 불쌍하다며 이런 분들을 돕는 분들이 있다.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만 대부분 이런 선행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불쌍하다고 한푼 두푼 준 돈은 백이면 백, 술을 먹는데 사용된다. 정말 이런 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우리 같은 시설을 돕거나 함께 연계해서 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그것을 위해 우리 같은 쉼터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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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번째 자원봉사자 2009/10/19
2009년이 아직 2개월이상 남아 있는 가운데 벌써 자원봉사자가 500명이 넘어섰다. 이 데이타는 봉사활동 확인서 연번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여러날 봉사하고 확인서 하나에 다 기록한 경우도 있고 단체로 와서 하는 경우는 30~40명이 봉사를 했어도 한 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확인서의 번호보다 2~3배는 많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게중에는 확인서를 받아가지 않는 분들도 꽤 있다. 하여간 많은 분들의 자원봉사로 이곳 역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번 500번째 자원봉사자는 신현고등학교 1학년들이었다. 35명정도가 와서 소식지작업을 도왔는데 500번째를 기록했다. 현재 매일 같이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주 단위나, 월 단위로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서 봉사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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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찾으러 왔는데요 2009/10/27
지난 달 말쯤 정XX씨가 입소했다. 정신이 좀 산만해서 오래 못있을 것 같더니, 3일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니 제주도라고 했고 아무래도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차비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수중에 몇만원이 있었는데 방 사람들 말로는 어제 일용직에 나가서 벌어온 돈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 돈가지고 며칠동안 쓰고 오려는 것 같았다. 추석지내고 일주일정도 다녀오겠다고 하길래 더 늦어지면 퇴소되니까 반드시 그때까지 돌아오라고 했다.
그리곤 한달만에 어제 전화가 왔다. 짐을 달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들이 많아서 우리는 입소할 때 본인 동의를 받는다. '퇴소후 일주일안에 짐을 찾아가지 않으면 임의로 처분할 것에 동의합니다. 물론 이 분도 동의했고 사인을 했다. 이런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사람자기도 비좁은 곳에 퇴소자 짐까지 놔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저녁 짐을 찾으러 왔고 오늘 아침 다시 찾으러 왔다. 수소문해서 남은 짐을 찾긴 찾았는데 더 있다며 찾아달라고 한다. 대부분 짐들은 입던 옷들과 음식물쓰레기등이었는데 버릴 건 버리고 입을 만한 옷만 세탁해서 모아둔 것들이다. 신분증이나 중요한 소지품이 있으면 당연히 따로 모아두는데 그런 것은 거의 없었다.
방을 다 뒤집다시피해서 어느 정도 찾았고 택시까지 불러서 짐을 실어갔다. 어제는 경찰까지 불러서 있소리 없는 소리 다했다니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서 생활하긴 어려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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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언어장애인? 2009/10/27
어제 오후 한 분이 사무실에 들어오셨다. 입구에 우둑커니 서 있길래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으니 답변이 없었다. 입소하러 오신 것 같아서 물어보니 역시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못듣는 것 같아서 종이와 볼펜을 주니 '입소'라고 썼다. 이때부터 글자로 하는 대화가 오고 갔다.
"이름이 뭐예요?"
-"윤XX"
"주민증 있어요?"
-없음"
안면이 있어서 입소기록을 찾아보니 2년전에 두 달정도 계셨던 분이다. 그때는 멀쩡하던 분이 지금은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제부터 귀가 안들리세요?"
-"배타서 독극물 먹어서요"
"여기에서 퇴소 후에 또 배를 탔나요?"
-"네"
"혹시 기초 생활 수급자이신가요?"
-"동사무소가서 수급자 신청할라고요. 이틀만 있을께요."
"여기 계시면 입소해 있는 동안 수급비가 안나와요. "
한참을 얘기하다보니 이 분 목적이 수급권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수급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일어나서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귀머거리,벙어리 행세를 하는 것 같았다. 독극물을 먹는다고 귀가 안들리고 말을 못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다가 2년전에 배를 타다 그렇게 되었다는데 이제야 만들겠다는 것도 이상하다. 독극물로 인해 그렇게 될 정도라면 병원치료기록이나 진단서라도 가지고 다닐텐데 전혀 그렇지도 못했다. 전에 입소한 적도 없다고 우기더니 상담기록지와 사진을 보여주니 인정했다. 하여간 끝까지 장애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장애인 행세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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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에 큰 기쁨 2009/10/28
"천 구백원 벌었어~ 신문~ 토요일은 쉬어~ 아저씨가 안와서."
몇 주전 입소한 이XX씨의 말이다. 정신지체장애2급인데 지방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있다가 추석때 아버지를 따라 잠시 집에 갔다가 말도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자주 있는지 서울 지리도 잘 아는 편이다. 집에 연락을 해보니 부모님들도 다들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일손이 바빠서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이제 나이23인데 겉모습은 40이 넘어보인다. 말도 어눌하고 몸도 불편하지만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축구동아리에도 가서 토요일마다 축구를 하고 영화동아리에서 하는 영화도 보고 등산동아리에서 가는 등산도 간다. 그리고 아침이면 지하철에서 신문을 주워서 용돈을 벌고 있다. 기껏해야 1~2천원이지만 그걸로 먹고 싶은 것도 사먹는다. 오늘도 아침에 신문을 주워서 1900원을 벌었다고 자랑한다. 물론 정신지체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누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빌립보서 4:12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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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왕에 뽑힌 노숙자 2人의 희망가 2009/10/29
저축왕에 뽑힌 노숙자 2人의 희망가
◆ 이상서씨 "2년간 3600만원 저축"…노숙자 동생에 충격…새인생 살기로 결심
28일 노숙자 출신 저축왕으로 뽑인 이상서 씨(69)가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이승환 기자>
=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이 나를 이 지경으로 타락시켰어요. 그러나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받은 도움, 이젠 베풀며 살래요."
40여 년 전 누구라도 이름을 들어봤을 충북의 한 명문고 졸업을 앞둔 청년은 대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이 청년은 미군부대에서 통역하던 큰형의 권유로 당시 선망의 직장이던 미군부대 내 소방서에 취업한다. 이어 27세 되던 해에는 주위 소개로 만난 아리따운 여성과 결혼했다. 인생이 한창 꽃피려는 순간 그는 난데없이 월남행을 자청한다. 그러나 이 일로 부인과 심하게 다투고 아내는 집을 나가게 된다.
노숙자 저축왕으로 뽑힌 이상서 씨(69)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그 자체였다. 이씨는 부인과 이별 뒤 미군부대를 그만두고 도박에 빠져든다. "화투, 포커, 마작, 경마, 성인오락 등 안 해본 도박이 없고 심지어 바둑, 장기, 당구도 돈을 걸고 할 정도로 노름에 미쳐 살았어요."
미군부대를 나온 후 공사판을 전전했지만 워낙 손재주가 좋고 머리회전이 빨라 이씨는 공사판에서 기술자로 인정받았고 수입도 꽤 쏠쏠했다. 요즘 돈으로 일당 30만원을 받았고 3개월 정도 일하면 목돈이 쌓였다. 하지만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하루, 이틀 만에 도박으로 모두 탕진해 버렸다. 그 같은 일을 40년 세월 되풀이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사장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노숙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을지로 쪽에 주로 있었어요. 그런데 10년 아래 막내동생이 거리를 전전한다는 얘기를 우연치 않게 들었어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고향에서는 잘나가던 형제들이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후회가 밀려들었다. 동생만은 자신의 과오를 되풀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2006년 7월 청량리역 부근 노숙자 쉼터인 가나안교회에 몸을 의지하고 이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는 때때로 동료에게 빵이며 우유를 사서 나눠 주기도 한다. 그외 수입 전액은 통장으로 들어간다. 2년 남짓한 기간 3600만원을 모았다. 좀 더 모아 자그마한 낚시점을 차려 독립하려고 한다. 자식이 없는 그의 소망은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것이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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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17:18:55 입력, 최종수정 2009.10.28 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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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만나려 무안에서... 2009/11/10
정신지체2급인 이XX씨(23세)를 만나려 어제 저녁에 전남 무안에서부터 올라오신 부모님이 계신다. 지난달 초에 우리쉼터에 입소한 이XX씨는 다른 시설에 있다가 추석을 맞아 잠시 집에 가있는 동안 아무말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그간에도 여러번 이런 일이 있었고 기차시간같은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이곳 저곳 많이 다닌다고 했다. 한번 집을 나가면 집에는 연락도 안하고 돌아다녀서 걱정이 많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우리 쉼터에서 연락을 드리자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다면 올라오신 것이다. 부모님도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어서 여기까지 오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1시경에 청량리에 도착해서 여관에서 잠을 주무신뒤 8시가 좀 넘어 아들을 만나러 오셨다. 그리곤 30분정도 만나서 잘 있는 것을 확인한후 또 기차를 타고 내려가셨다. 쉼터에 직접 와서 보니 마음이 놓이시는 것 같았다. 아무쪼록 이곳에서 잘 생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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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스트 2009/11/12
업무시작전부터 두 분이 입소하겠다고 찾아오셨다. 서로 아는 사이로 같이 노숙을 해 온 것 같은데 식사도 안했다기에 식사부터 시키고 상담을 시작했다. 두 분을 따로 따로 상담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저런 생활규칙과 예배드리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한 분이 다른 동료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부디스트인데..."
-"어? 뭐라고?"
"내가 부디스트라고!!!"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자 화를 내면서 말했다.
"부다는 아냐? 불타? 나는 불교신자야!!!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예배를 드리냐?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내가 가식으로 예배 해야해?"
-"그러면 불교에서 운영하는 쉼터로 가시는게 낫겠네요."
결국 신앙이 맞지 않아서 입소를 안하고 나갔는데 나가면서도 이런 말을 했다. '부처님도 제대로 못 믿는데 무슨 하나님을 믿냐?' 뭔가 굉장히 신실한 불교신자처럼 말은 하는데 연실 욕을 해대고 나가자마자 밖에서 사람들과 시비를 걸고 말다툼을 벌였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 신앙인들도 저런 모습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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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졸업식 2009/11/18
서울시 인문학 졸업식이 어제 오후 4시 시립대에서 있었다. 서울시 오세훈시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인문학이 벌써 1년이 지나서 졸업생을 배출하게 된 것이다. 우리 쉼터에서는 인문학1기생 16명과 2기생 22명을 합쳐서 총 38명이 졸업을 했다. 인문학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대학교까지 졸업하신 분들도 있지만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저학력자들도 많다.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가운을 입을 줄이야 누가 생각했겠는가? 열심히 하신 여러분들께 축하드린다.
200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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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타일? 2009/11/19
보름 전, 미국 한인교포 한분이 입소하러 오셨다. 미국에서 오래사셨는지 시민권도 있는 분이었다. 사정이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사정이 딱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 드렸다. 본인도 미국에서 신앙생활을 했었다고 하기에 잘 생활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입소한 날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예배를 안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밤10시가 다 되어 문닫기 전에 겨우 들어올 뿐만 아니라 들어와서도 씻지도 않고 입던 옷 그대로, 신던 양말 그대로 신고 잔다. 게다가 매일같이 술을 먹는지 술 냄새가 진동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방 실장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고 쉼터 규칙을 지키려 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자기 맘대로 생활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어제 밤 불러다가 상담을 했다.
"하루종일 어디 다니세요?"
-"여기저기요."
"국가에서 돈 나오는 거 있으세요?"
-"아뇨"
"차비라도 하려면 돈이 필요할텐데 돈 받는데 없어요?"
-"무슨...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는 건가요?"
"아저씨, 술 드시죠?"
-"안 먹습니다."
"여기까지 냄새가 나는데 안먹는다고 하나요?"
-"노 코멘트...더이상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나갈께요."
"퇴소하시겠다고요?"
-"네, 나가는게 낫겠네요. 그리고...굉장히 건방지네요. 차라리 나가라고 하면 될거를요"
몇가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사생활을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국에서 공동체 생활을 안 해본건지...아니면 문제가 많아서 다시 귀국한건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생활하려면 공동체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관리자로서 당연히 물어볼 것을 물어보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다른 곳에서도 생활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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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갈거예요 2009/11/25
어제 77세의 드신 할아버지 한 분이 입소하셨다.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모시고 왔는데 할아버님이 치매가 있으신지 기억이 분명치 않았다. 같이 온 여자 분 말로는 집에서 사위에게 맞아서 그렇다고 했고 이제 집에서도 쫓겨나서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여자분이 돌아 간후 할아버지는 구역에 배치되었는데 얼마후 올라오셔서는 여기 못있겠다고 하셨다. 아마 분위기도 낯설고 공동체 생활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갈곳도 없으신 분이 못있겠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한참을 설득해도 안되서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해보려고 이리 저리 수소문을 했다. 모시고 오신 분이 전화번호를 알려 주지 않은 관계로 주소지 동사무소까지 연락을 해서 가족들과 연락을 했다. 그런데도 본인들은 가족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전처라느니 아는 사람이라느니 하더니 결국 나중에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분도 역시 가족이었다. 가족이 있다면 안받을까봐 그랬을까? 아니면 다시 돌려보낼까봐 그랬을까? 하여튼 어렵게 통화가 되어서 다음날 한 번 더 오시라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여기 안계시겠다고 하니 설득을 하시든 모시고 가시든 해달라고 했다.
결국 오늘 가족분이 오셨는데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여기 있고 싶다고 했다.
"아니, 할아버지 어제는 여기 못 계시겠다고 그러셨쟎아요.'
-"제가 언제요...여기 있을 거예요."
"집에서 안 받아준다고 해도 가시겠다 그래서 오늘 가족분을 오시라고 한거쟎아요."
-"아뇨, 집에 안 갈거예요"
치매가 있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걸까? 어제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신다. 하여튼 방도 제대로 찾지 못하실 정도로 상태가 안좋아서 이름표까지 만들어 드렸다. 어제 하루 주무시고 나니 좀 괜찮은지 오늘은 한결 얼굴이 좋아 보이신다. 잘 계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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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치매 2010/04/14
지난주에 오셨던 김XX할아버지께서 극심한 치매로 밝혀졌다. 바로 전날 했던 말도 한적이 없다고 우겨서 처음에는 이상한 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치매였다. 치매가 얼마나 심한지 방금 약봉지를 호주머니에 넣고서도 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고 같이 얘기하고 대화한 사람도 다음날이면 어디서 많이 본 분 같다고 말씀하신다. 얼마전에는 사무실에 돈 몇 만원을 맡겨 놓고는 방에서 돈을 찾느라 분주하셨다.
결국 지난주에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병원에서도 상태가 심하다고 입원하라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절대 안하겠다고 해서 결국 오늘 지난번에 오셨던 가족분이 다시 오셔서 설득했다. 그분만 오시면 그래도 하라는 대로 하신다. 치매가 많이 진행중인 것 같은데 일단 입원해서 치료가 진행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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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보기에 아들은 2009/12/08
올해 74세이신 정XX할아버지께서 서류 몇장을 가지고 올라오셨다. 하나는 안내문이었고 또 하나는 본인 명의의 인감이 발급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우편으로 받은 이 두 장의 안내문때문에 전라도광주까지 몇 번을 다녀오셨다. 1년에 한 두번 명절에 돈 갖다주러 다녀오시긴 하는데 이번에 집에 일이 있다고 자주 다니시기에 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었었다. 집에 아내도 있고 성인이 된 자식도 있지만 다들 할아버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푼두푼 돈이 모아지면 집에 가져다 주시곤 한다.
요즘엔 치매가 심해서 금방 있었던 일도 잊어버리신다. 물론 세상물정은 전혀 모른다. 그러니 안내문을 받고는 돈을 내라는 줄 알고 그 먼곳까지 왕래한 것이다. 그런데 두장의 안내문 중 하나는 인감발급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XX할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 인감을 발급받은 것이었다. 발급목적은 부동산매매용이었다.
"할아버지, 땅 있으세요?"
-"땅은 없고요 집이 있어요."
"할아버지 집이예요?"
-"네"
"아드님이 집을 팔 생각인 거 같은데요?"
-"집을 팔아요?"
"할아버지, 그냥 아드님에게 집 줘버리세요"
-"아이~안되요. 걔는 아직 안되요."
아버지가 보기에 아들이 영 미덥지 못하나보다. 몇 번씩 아직은 안된다고 말씀하신다. 할아버지께서 이곳에 계신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아들도 올해 서른 둘이고...기억력도 너무 없고 치매도 심하신데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시는 것이 문제다.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식들이 아직도 어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결국 안내문 두 장을 가지고 집으로 또 내려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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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588의 붉은 십자가는 남겨두세요 2009/12/09
오마이뉴스(200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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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생일이라... 2009/12/13
주일 오후 아주머니 한분이 쌀 2포를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기억해 보니 몇주전에 동생을 찾기 위해 쉼터를 방문했던 아주머니였습니다. 동생이 떠 돌아다녀도 병원은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동생이 밀린 의료보험료 백몇십만원을 갚고 나니 의료보함공단에서 아주머니 사정이 딱했는지 동생이 거주하는 주소를 알려주셔서 찾아올 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아타깝게 동생은 이미 몇달전 퇴소를 한 이후였습니다. 우리 쉼터에 있을 2달동안 주소를 우리 쉼터로 옮겨 놓은 것이 아직도 그대로였던것 같습니다.
늙으신 어머니가 살아계시는데 집나간 아들 한번 만나는 것이 소원이시랍니다. 그래서 찾아 다닌다며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고맙다고 빵을 한박스 사오셨습니다.
그러고 몇 주가 지난 오늘 또 쌀을 사가지고 오신겁니다.
바로 오늘이 그 동생 생일이랍니다. 동생 생일인데 쌀밥 한그릇 못해주는 누나의 마음을 담아 쌀을 사가지고 오신 거 였습니다.
동생을 위한 아주머니의 마음이 전달되서 한쪽마음이 찡해왔습니다.
그리고는 언젠가 꼭 우리쉼터를 돌아오면 받아달라고 그리고 연락해 달라고, 주민등록말소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가셨습니다.
그동안 동생이 진 1억원이 넘는 부채는 누나들이 힘을 모아 다 갚아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동생은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지금 이세상은 핏줄의 소중함이 없어진 시대입니다. 하지만 아직 끈끈이 남아있는 핏줄음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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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펀펀한 북카페 '김도진목사의 가나안교회 이야기' 2009/12/14
온누리교회 CGNTV 이홍렬의 펀펀한 북카페(200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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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준비 2009/12/22
지금 가나안교회는 성탄준비에 한창이다.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주일학교 어린아이들부터 권사님들까지 성탄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비록 노숙인쉼터를 하는 교회지만 이 때가 되면 여느교회와 다름없다. 올해도 입소해계신 분들을 주축으로 성극이 준비되고 있고 연합성가대가 성탄절 찬양으로 '할렐루야'를 준비하고 있다. 성탄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쉼터분들에게는 함께 하는 성탄행사가 뜻깊은 시간들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단지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리라 믿는다.